논문을 읽다/절지동물

1억년이 넘는 자식사랑-알을 다리에 품은 수서곤충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2. 7. 19. 06:49

 모성애, 부성애 모두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간혹 자식을 홀대하고 차별하는 막장 부모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들리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에게 자식은 사랑이며 특히 자식이 어릴 경우에는 철저한 보호를 해주려는 본능이 생기게 하는 존재입니다. 동시에 어린 자식에게 부모는 말 그대로 세상의 전부이며 가장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존재입니다.

 이런 부모의 자식사랑은 사람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닙니다. 오늘날에 많은 생물들이 다 각자의 방식으로 자손을 남기고, 또 자손을 직접 돌보거나 최소한 자손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 아니면 포식자에게서 아직 도망칠 수 없는 알에서 태어나지도 못한 자식이 공격받는 일만큼은 방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서 자손을 낳습니다. 물론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수많은 자손을 낳는 경우도 존재하기는 하지만요.

알을 업어서 데리고 다니는 수서곤충 물자라.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Appasus_japonicus

 최근에 중국에서 1억 6천 3백만 년 전 즈음인 쥐라기에 살았던 수서곤충인 물벌레의 화석이 학계에 보고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물벌레의 다리를 살펴본 중국 과학 아카데미와 네덜란드의 자연 생물다양성 센터의 과학자들은 이 물벌레이 다리에 알을 달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화석을 연구한 는 이 물벌레에게 카라타비엘라 포포비(Karataviella popovi)라는 학명을 붙여주었습니다.

 

카라타비엘라 포포비의 화석. 출처- https://www.livescience.com/jurassic-insect-with-egg-brood

1. 중국 북동부에서 발견된 물벌레

  카라타비엘라의 화석은 중국 북동부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중국 북동부의 하이팡고우층(Haifanggou Formation)이라는 지층에서 발견되었는데, 이 지층에서는 기존에 여러 종류의 곤충과 식물, 척추동물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이 지역에서 총 157개체의 카라타비엘라를 발견하였습니다. 발견된 곤충들은 대략 10-14mm 크기의 작은 곤충으로, 30마리의 암컷의 다리에 알이 붙어있었습니다. 곤충과 함께 연구진은 무갑류라고 하는, 작은 갑각류의 알을 여러 개 발견하였습니다. 카라타비엘라의 앞다리에 촘촘하게 강모(뻣뻣한 털)가 나 있는 점을 미루어볼 때, 카라타비엘라는 먹이로 이 무갑류의 알을 주로 섭취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2. 다리에 붙어있는 알

 자식을 돌보는 곤충의 사례는 제법 흔하게 보고되어왔습니다. 오늘날 물자라는 알을 수컷이 등에 업고 기르는 경우가 있고, 또 우리가 징그럽다고 생각하는 곤충의 대명사인 바퀴벌레도 자식을 돌보는 사례가 관측되는 등 곤충에서 자식을 돌보는 경우는 생각보다 자주 관측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카라타비엘라는 특이하게도 알을 다리에 붙이는 방식으로 자식을 돌보았습니다. 오늘날 물벌레에 속하는 곤충들은 알을 물속 수생 식물이나 돌, 나무나 심지어 물고기의 아가미에 알을 낳는데 이와는 달랐던 것입니다. 알은 가운데 다리의 5~6개가 열을 이루면서 어미의 가운뎃다리에 붙어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방식은 오늘날 곤충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 특징이며, 오늘날 갑각류 중에서는 간혹 관측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알을 붙이는 만큼 가운뎃다리의 길이는 매우 길었는데, 곤충의 신체의 35% 정도의 길이 즉, 4.2-4.5mm 정도로 길다고 합니다. 곤충의 전체 몸길이를 대비해서 생각해보면 매우 긴 편입니다.

 이렇게 알을 다리에 붙이면 어떤 장점이 있는 걸까요? 연구진은 이 곤충의 이런 습성이 산소와 연관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알에는 알 속의 자손이 자랄 수 있도록 영양분이 풍부하게 있지만, 이 영양분이 너무 많을 경우엔 알의 크기가 너무 커져서 호흡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합니다. 알이 커지면 커질수록 산소가 투과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다리에 알을 붙이고 유영을 하면서, 부모는 자식이 자라고 있는 알에 물이 흐르면서 산소의 흐름 및 알이 계속 촉촉해질 수 있게 유도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수초에 붙어있는 오늘날 물벌레의 알. 출처- Fu et al (2022).
다리에 붙어있는 카라타비엘라의 알. 출처- Fu et al (2022).

 

알이 붙어있는 카라타비엘라의 다리 복원도. 출처- Fu et al (2022).

 

 방식은 특이하지만, 자식에 대한 사랑만큼은 그 시절 곤충도 크게 다르진 않았던 모양이었던 것 같습니다.

카라타비엘라 포포비의 복원도. 출처- Fu et al (2022).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www.livescience.com/jurassic-insect-with-egg-brood

 

https://www.fam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19 

 

Fu Yanzhe, Cai Chenyang, Chen Pingping and Huang Diying (2022) The earliest known brood care in insectsProc. R. Soc. B.289202204472022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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