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물 속 딱정벌레-완벽한 형태로 보존된 채로 배출된 딱정벌레

1. 더럽지만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것.

 배설물, 그중에서 우리가 소위 대변이라고 부르는 것은 매우 더러운 것으로 인식됩니다. 뭐, 실제로도 그렇지요. 냄새나고, 찝찝하고 색깔도 별로 깨끗하지 않고.... 거기다가 쌀 때 대장에서 사는 대장균이 같이 배출되니 빨리 치우지 않으면 질병을 옮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변은 사실 동물을 연구할 때는 나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변에서 발견되는 것들을 통해서 어떤 것을 주로 먹었는지, 어떤 질병은 없는지, 장운동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지등 여러 가지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옛날 조선 시대 때는 왕의 대변을 관장하는 나인이나 내관이 있었을 정도로, 대변은 사실 매우 중요한 정보를 여러 가지 담고 있습니다.

 이는 화석도 딱히 다르지 않습니다. 화석화된 대변을 '분석'이라고 하는데, x-레이등으로 내부를 분석해보면 안에서 그 대변을 싼 동물이 어떤 것을 먹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당시의 생태계를 재구성 할 수도 있지요.

 이번  글에서는 분석 속에서 아주 온전한 상태로 보존된 어느 딱정벌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육식공룡의 분화석.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Coprolite

2. 공룡의 조상이 잡아먹은 딱정벌레

2021년에 스웨덴, 체코, 대만, 독일 연구진에 의해서 새로운 곤충화석이 학계에 보고되었습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곤충이 분석 즉, 대변화석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이죠. 이 분석을 연구한 연구진은 이 분석이 실레사우루스라고 하는 공룡의 조상뻘 되는 파충류의 것으로 추정하였습니다. 분석에서 발견된 곤충은 딱정벌레로, 연구진은 이 곤충에게 트리아미샤 코프로리티카(Triamyxa coprolithica)라는 학명을 붙였습니다.

실레사유루스의 모습.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Silesaurus

분석을 3D로 구한한 모습(A)과 내부에서 발견된 딱정벌레 화석들. 출처-Qvarnström et al (2021)

트리아미샤 코프로리티카(Triamyxa coprolithica)의 모습. 출처-Qvarnström et al (2021)

 한 가지 재밌는 점은 트리아미샤의 배 마디(abdominal ventrites)입니다. 어떤 개체는 5개의 마디가 있고, 어떤 개체는 6개의 마디가 있었죠.연구진은 아마 마지막 6번째 체절은 잘 떨어지는 구조였거나 아니면 성적 이형성(암컷은 5개, 수컷은 6개 배 마디)일 수 있다고 결론 내렸죠(제 생각엔 후자 쪽이 아닐까 싶습니다.).

트리아미샤의 배 마디. 개체마다 마디가 5개, 혹은 6개이다. 출처-Qvarnström et al (2021)

트리아미샤의 모습 스케치. 출처-Qvarnström et al (2021)

 

 이 딱정벌레는 식균아목(Myxophaga)라는 분류군에 속합니다. 이 분류군은 딱정벌레중에서도 원시적인 딱정벌레로, 우리나라에는 서식하지 않는 분류군이죠.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이 분류군에 속하는 딱정벌레는 주로 곰팡이를 먹으며 사는 분류군입니다. 이 곤충들은 주로 해양에서 습한 환경에서 서식하지요.

 아쉽게도 트리아미샤와 현대 식균아목의 관계가 정확히 어떻게 되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합니다(사실 곤충은 진화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이라 오래 된 종일수록 현생 종과의 관계를 알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트리아미샤는 백악기 후기 시기에 주로 발견되는 호박속 에 들어있는 곤충이 대규모로 발견되는 시기보다 한참 이전 시기에 발견된 곤충화석 중에서 매우 완전한 형태로 발견된 사례입니다. 이 시기 곤충은 온전한 형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걸 생각해보면 매우 운이 좋은 케이스이지요, 앞으로 이와 비슷한 사례가 또 무엇이 발견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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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출처-

Qvarnström, M., Fikáček, M., Wernström, J. V., Huld, S., Beutel, R. G., Arriaga-Varela, E., ... & Niedźwiedzki, G. (2021). Exceptionally preserved beetles in a Triassic coprolite of putative dinosauriform origin. Current Bi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