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파충류

고래보다 우리가 먼저야! 바다로 돌아간 악어의 친척들- 메트리오린쿠스류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1. 5. 13. 20:19

육지에서 바다로 돌아간 척추동물

  육지에서 살다가 바다로 돌아간 척추동물을 이야기해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물은 고래입니다. 고래는 포유류임에도 불구하고 물 밖에서는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물속 환경에서 적응한 동물입니다. 시야를 멸종한 고생물에까지 넓혀보면 바다로 되돌아간 파충류들도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어룡이라고 부르는 돌고래와 비슷하게 생긴 파충류나, 영화 쥐라기 월드에서 등장한 모사사우스(이들은 어룡이 아닌 도마뱀입니다.), 그리고 목이 긴 수장룡과 목이 짧은 수장룡이 있지요. 그런데, 이런 파충류들 말고도 바다로 완벽하게 돌아간 파충류가 있습니다. 악어의 친척들이죠.

과거 공룡이 살았던 시절에는 물속으로 완벽하게 돌아간 악어의 친척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메트리오린쿠스류(metriorhynchid)라고 하는 분류군에 속하는 파충류들입니다.

메트리오린쿠스류에 속하는 다코사우루스(좌). 출처-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Dakosaurus,_Cricosaurus,_and_ichthyosaurs_by_durbed.jpg

 

1. 바다에서 살았던 악어의 옛날 두 친척

 메트리오린쿠스상과는 탈라토수키안이라는 분류군에 속합니다. 이 분류군은 프라아스라는 독일 학자가 1901년에 처음 제안하였습니다. 당시 그는 쥐라기 시대 지층에서 발견된 바다악어'라는 자신의 논문에서 이 분류군을 제안하였지요. 1982년 프랑스 학자 부페타우트는 이 분류군을 두 분류군으로 나누었습니다. 텔레오사우루스류, 메트리오린쿠스류로 나누었습니다. 나눈 기준은 신체의 특징으로, 텔레오사우루스류에 속하는 파충류들은 거친 비늘과 걸을 수 있는 다리가 있었고, 메트리오린쿠스류는 상어의 꼬리와 비슷한 형태의 꼬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어깨가 작아지고, 매끄러운 비늘을 지닌 파충류들이었지요. 양쪽 다 바다 환경에서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나, 텔레오사우루스류는 바닷가 근방에서, 메트리오린쿠스류는 완벽하게 물속에서 살았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텔레오사우루스류에 속하는 텔레오사우루스를 복원한 모습,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Teleosaurus
BBC에서 제작한 공룡 대탐험 스페셜에서 등장한 메트리오린쿠스류의 메트리오린쿠스. 출처-https://www.bbc.co.uk/science/seamonsters/factfiles/closeup.shtml?metriorhynchus

 이번 글에서는 텔레오사우루스류보다는 물속 생활에 완벽히 적응한 메트리오린쿠스류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2. 기원과 번성

 1996년. 헝가리에서 북서부에 위치한 1억 7천 4백만 년 전 시기에 만들어진 키스게레크세 말층(Kisgerecse Marl Formation)이란 지층에서 새로운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화석은 발견된 이후 무려 22년만인 2018년에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메트리오린쿠스상과에 속하는 화석이었습니다. 이 화석에 마기야로수쿠스 피토시(Magyarosuchus fitosi )라는 학명이 붙여졌습니다. 마기야로수쿠스는 특이하게도 물에서 유영할 수 있는 상어의 꼬리와 비슷한 형태의 꼬리를 가지고 있었으나, 등과 배 쪽에는 단단하고 거친 비늘이 있었습니다. 즉, 마기야로수쿠스는 메트리오린쿠스류가 진화 과정에서 거친 비늘을 잃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지요.

마기야로수쿠스의 복원도(위)와 화석(아래). 출처-http://novataxa.blogspot.com/2018/05/magyarosuchus.html

 메트리오린쿠스류들의 화석은 주로 유럽과 중남미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현재까지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스위스, 러시아, 멕시코, 쿠바 등등 여러 지역에서 발견되었지요. 이는 곧 이들이 여러 지역에서 다양하게 서식하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메트리오린쿠스류의 크리오사우루스(Cricosaurus). 이들은 유럽과 파타고니아, 칠레, 쿠바, 아르헨티나 등에서 발견되었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Cricosaurus
메트리오린쿠스류의 다코사우루스(Dakosaurus). 이들은 스위스, 폴란드, 영국, 독일,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에서 발견되었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Dakosaurus

 

3. 악어의 눈물? 눈 위에 위치한 염분 조절 샘

 이들은 바다에서 살았던 파충류답게 눈에 염분 배설 샘(Salt glands)이 있었습니다. 염분 배설 샘이란 바다에 사는 조류, 파충류, 연골어류 등이 눈과 코 주변에 가지고 있는 샘으로 염분을 배설하는 역할을 합니다. 물과 적정량의 염분은 생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하기 때문에, 바다에 사는 생물들은 바닷물을 마십니다. 하지만 너무 많이 섭취하면 염분 과다로 위험해질 수 있어서(신체의 염분이 너무 높으면 저농도에서 고농도로 물이 이동하는 삼투압 작용이 일어나서 몸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다가 터질수 있습니다. 반대로 신체의 염분이 너무 낮으면 몸을 이루고 있는 물이 바닷물로 이동하면서 몸이 쪼그라들어 죽게 됩니다. 민물에서 사는 어류가 바닷물에서 살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죠.), 염분을 조절하는 기관은 바다에서 사는 생물에겐 필수입니다.

물 밖으로 나온 바다거북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 염분 배설 샘이 눈에 있어 염분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행동이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Salt_gland

메트리오린쿠스류에서도 이 염분 배설 샘이 발견되었습니다. 2008년에 게오사우루스라고 하는 메트리오린쿠스류의 머리뼈에서 염분 배설 샘이 발견되었죠. 메트리오린쿠스류의 염분 배설 샘은 눈 위쪽에 있습니다. 이곳을 통해서 신체의 염분을 조절할 수 있었지요.

메트리오린쿠스류 게오사우루스의 염분 배설 샘. 스케일바: 5cm. 출처-Fernández and Gasparini (2008)
다른 각도에서 본 게오사우루스의 염분 배설 샘. 스케일바: 5cm. 출처-Fernández and Gasparini (2008)
메트리오린쿠스의 머리뼈에서 발견된 염분 배설 샘. 출처-Gandola et al (2006)

 

4. 물에서 살기 적합한 귀 속 구조

 메트리오린쿠스류의 또 다른 재미있는 특징은 귀에 있습니다. 귀는 독자 여러분들도 아시듯 소리를 듣는 역할을 하지요. 우리가 듣는 소리는 공기의 진동입니다. 진동이 울리면서 고막을 두드리게 되고 그 진동이 달팽이관을 통해 신경으로, 그리고 뇌로 신호가 전달되지요. 그런데 물 속에서는 공기중 보다 3배 정도 훨씬 더 빠르고, 더 크게 들립니다. 공기보다 물의 밀도가 더 높기 때문이죠. 청각 외에도 귀의 또 다른 역할은 신체의 중심을 감지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귓속에 들어 있는 반고리관, 전정기관은 몸이 기울어지거나 몸을 돌릴 때 신체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하지요. 소리를 듣는 것과 신체의 중심을 잡는 능력 모두 물속에서 사는 생물에겐 중요한 능력입니다. 먹이가 내는 소리가 어디에서 들려오는지를 정확히 감지하고 정확히 몸을 향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2020년 악어와 악어의 친척들의 내이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메트리오린쿠스류들은 큰 소리를 듣기에 적합한 귀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들의 달팽이관은 작고 반고리관은 두꺼워졌습니다. 동시에 전정기관의 크기는 커졌지요. 소리가 크고 멀리 퍼지는 물속에서 작은 달팽이관은 소리가 아주 큰 공간에서 소리를 감지할 때 적합하지요(달팽이관이 너무 크면 소리를 전달하다가 파손될 수 있으니까요!). 두꺼운 반고리관과 거대해진 전정기관은 물속에서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빠르게 고개를 돌릴 때 적합합니다. 소리가 크고 더 빠르게 전달이 되는 물속에서 소리가 어디에서 정확히 전달되는지를 짧아진 달팽이관으로 감지를 하고 육상 악어보다 더 발달한 반고리관으로 더 빠르게 몸을 회전해서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몸을 돌렸을 겁니다.

초기 육상에서 살던 원시적인 악어와 메트리오린쿠스류, 현대 악어의 내이구조를 비교한 모습. 오른쪽 그림에서 누운 3자가 반고리관, 삼각형 모양이 달팽이관이다. 육상에서 살던 악어의 조상은 반고리관의 두께가 얇고 달팽이관이 크다. 원양에서 사는 메트리오린쿠스류들은 반고리관이 두꺼워지고 달팽이관이 작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현대 악어는 그 중간에 있다. 출처-Schwab et al (2020)

 

5. 최후의 메트리오린쿠스류

 이렇게 중생대 시절에 바다에서 번성하던 파충류였지만, 메트리오린쿠스류들(그리고 친척 텔레오사우루스류들도)은 백악기 말 공룡 대멸종이 일어나기 이전에 이미 멸종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까지 발견된 메트리오린쿠스류의 화석 중 가장 최근에 발견된 화석은 이탈리아의 히블라 층(Hybla Formation)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시기는 백악기 초기로 1억 3천만 년 전~ 1억 1천만 년 전 즈음이었습니다. 따라서 현재 메트리오린쿠스류는 백악기 초기에 멸종하였다고 할 수 있지요. 이들이 왜 이 시기에 멸종하였는지 정확한 이유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백악기 전기를 지나면서 일어난 급격한 화산활동의 영향으로 인한 산소의 급격한 감소가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한다고 하네요.

이탈리아에서 발견된 가장 최근까지 살았던 메트리오린쿠스류의 이빨. 출처-Chiarenza et al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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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출처-

 

Buchy, M. C., Stinnesbeck, W., Frey, E., & Gonzalez Gonzalez, A. H. (2007). First occurrence of the genus Dakosaurus (Crocodyliformes, Thalattosuchia) in the Late Jurassic of Mexico. Bulletin de la Société Géologique de France, 178(5), 391-397.

 

Chiarenza, A. A., Foffa, D., Young, M. T., Insacco, G., Cau, A., Carnevale, G., & Catanzariti, R. (2015). The youngest record of metriorhynchid crocodylomorphs, with implications for the extinction of Thalattosuchia. Cretaceous Research, 56, 608-616.

 

en.wikipedia.org/wiki/Thalattosuchia

 

Fernández, M., & Gasparini, Z. (2008). Salt glands in the Jurassic metriorhynchid Geosaurus: implications for the evolution of osmoregulation in Mesozoic marine crocodyliforms. Naturwissenschaften, 95(1), 79-84.

 

Gandola, R., Buffetaut, E., Monaghan, N., & Dyke, G. (2006). Salt glands in the fossil crocodile Metriorhynchus.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26(4), 1009-1010.

 

Herrera, Y., Aiglstorfer, M., & Bronzati, M. (2021). A new species of Cricosaurus (Thalattosuchia: Crocodylomorpha) from southern Germany: the first three-dimensionally preserved Cricosaurus skull from the Solnhofen Archipelago. Journal of Systematic Palaeontology, 19(2), 145-167.

 

Iturralde-Vinent¹, M., & Izquierdo, Y. C. (2015). Catalogue of late jurassic vertebrate (Pisces, Reptilian) specimens from Western Cuba. Paleontología Mexicana, 3(65), 24-39.

 

Ősi, A., Young, M. T., Galácz, A., & Rabi, M. (2018). A new large-bodied thalattosuchian crocodyliform from the Lower Jurassic (Toarcian) of Hungary, with further evidence of the mosaica

 

Schwab, J. A., Young, M. T., Neenan, J. M., Walsh, S. A., Witmer, L. M., Herrera, Y., ... & Brusatte, S. L. (2020). Inner ear sensory system changes as extinct crocodylomorphs transitioned from land to water.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7(19), 10422-10428.

 

Pierce, S. E., Angielczyk, K. D., & Rayfield, E. J. (2009). Shape and mechanics in thalattosuchian (Crocodylomorpha) skulls: implications for feeding behaviour and niche partitioning. Journal of Anatomy, 215(5), 555-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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