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파충류

거북의 껍질-집을 가지고 다니는 동물은 집을 어떻게 구하게 됬을까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1. 6. 30. 06:09

 거북은 오늘날 살아있는 척추동물 중에선 유일하게 등과 배가 껍질이 되어서 몸을 보호하는 구조로 진화한 생물입니다. 거북은 위험이 닥치면 이 껍질 속으로 몸을 숨기지요. 이 껍질은 매우 단단하며 그 덕분에 거북은 강력한 포식자와 마주쳐도 몸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껍질 속에 숨어있는 어린 상자거북. 출처-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Terrapene_carolina_carolina_Baby_Turtle.jpg

거북은 어떻게 이 껍질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거기에는 총 2가지 모델이 존재합니다. 데 노보 모델과 복합 모델이지요. 

 

데 노보 모댈

 데 노보 모델은 뼈가 변화하면서 껍질이 되었다는 모델입니다. 이 모델은 1800년에 프랑스의 해부학자 조지 퀴비에가 처음 제안하였던 모델이죠. 이전 글(https://dinos119.tistory.com/entry/%EA%B1%B0%EB%B6%81%EC%9D%98-%EC%A7%84%ED%99%94-%ED%86%A0%EB%81%BC%EC%9D%98-%EB%8B%AC%EB%A6%AC%EA%B8%B0-%EC%83%81%EB%8C%80%EB%8A%94-%EC%96%B4%EB%96%BB%EA%B2%8C-%EC%A7%84%ED%99%94-%ED%95%98%EC%98%80%EB%8A%94%EA%B0%80)에서 나왔던 것처럼 갈비뼈(복늑골)가 넓어지는 모습이 보였는데, 갈비뼈(복늑골)가 넓어지고 융합되면서 복갑(배껍질)을 이루게 되었고, 동시에 척추뼈가 T자로 확장되면서 융합되어 배갑(등껍질)을 이루게 되었다는 모델이 바로 데 노보 모델이지요.

데노보 모델. 뼈가 넓어지고 융합되면서 껍질을 형성하게 되었다는 모델로 현재 가장 지지를 받는 모델이다. 출처-Lyson et al (2016)

 데 노보 모델은 화석뿐 아니라 거북의 배아 발생 과정에서도 보이는 모델입니다. 2001년에 청거북의 배아의 발달과정에 대한 연구에서 거북의 껍질 발달 과정이 관측되었습니다. 거북의 배아의 발달과정을 보면, 갈비뼈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45일째 순간에 갈비뼈가 끊어지면서 척추와 연결된 연골 부분이 다시 재흡수가 되었습니다. 끊긴 부분은 연골로 계속 남아있다가 척추뼈가 커지면서 등껍질을 이루어갈 때 넓어지면서 능선을 이루게 됩니다. 이 능선은 거북의 배껍질과 등껍질이 융합되어서 단단한 껍질이 되도록 하지요. 화석기록에서 보인 것처럼 거북의 뼈가 확장되고 또 동시에 변화하면서 거북의 몸을 지키는 껍질이 된 것이죠. 즉, 척추뼈와 갈비뼈의 변형 과정이 거북의 껍질이 뼈가 내부에서 변형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며, 이것은 화석기록에서도 보이는 모델이라는 것입니다. 화석기록과 배아 발생에서 동시에 보이는 모델이란 것입니다.

청거북의 배아 발생 과정에서 관측된 껍질의 발달 과정.  A= 25일째 B=36일째 C, D=45일째 E, F=90일째 배갑의 발달 G=118일째 배갑의 발달 H= 185일째 배갑의 발달 I, J=배갑의 발달과정. 목덜미 능선의 발달과정. K, L=갈비뼈와 연골의 발달부분. 배아 발생 과정에서 거북은 갈비뼈가 변화하여서 등껍질과 배껍질을 연결하는 능선을 이루게 된다. 출처-Gilbert., et al (2001)

 

복합 모델

 복합 모델은 데 노보 모델과는 다릅니다. 복합 모델은 거북의 피부가  먼저 뼈처럼 굳어지면서 피골(dermal bone)이 되었고, 그것이 발달하게 되면서 내부의 골격과 융합되었다는 모델이지요. 이 모델은 1834년에 독일의 생리학자였던 카를 구스타프 카루스가 처음 제안한 모델입니다.

복합 모델. 피부가 뼈처럼 단단해지면서 뼈와 융합되어서 껍질이 되었다. 출처-Joyce (2009)

 널리 인정받는 모델은 아니지만, 이 모델을 뒷받침하는 화석이 존재하긴 합니다. 2009년에 보고된 북미에서 처음 발견된 원시 거북의 화석으로 킨레켈리스 테네르테스타 (Chinlechelys tenertesta)라는 학명이 붙은 화석이었죠. 이 원시 거북의 화석은 매우 단편적인 부분만 발견되었는데, 등껍질 일부와 갈비뼈 일부, 배껍질 일부, 피골(뼈처럼 골질화된 피부)의 일부만 발견되었습니다.

킨레켈리스의 갈비뼈와 융합된 등껍질(a-위쪽 b-아래쪽 c-앞쪽 d-뒤쪽 e-오른쪽 측면 f-왼쪽 측면 ), 등껍질 일부(g-아래쪽), 배껍질 일부(h-아래쪽),  피골(i,-앞쪽 j-뒤쪽). 출처- Joyce et al (2009)

 2021년에 발표된 킨레켈리스에 대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이 원시거북의 화석이 추가로 보고되었는데, 이 연구는 그동안 이루어졌던 거북의 진화에 관한 연구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불렀습니다. 해당 연구에서는 킨레켈리스의 머리뼈 일부를 보고하였습니다. 방형협골(턱 안쪽에서 뺨과 만나는 뼈), 측두린(정수리 아래에 위치한 뒤통수를 이루는 뼈), 전이뼈(뇌를 수반하는 뇌실을 이루는 뼈), 이후적뼈(내이를 이루는 뼈중 하나로, 내이의 위, 뒤쪽을 이루는 뼈)를 분석한 결과, 킨레켈리스의 뼈가 원시적이 파충류인 파레이아사우루스류와 비슷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즉, 거북이 이궁류가 아니라 그보다 원시적인 파충류에 속한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이 결과는 거북의 분자배열이 이궁류와 가깝다는 연구 결과와 일치하지 않다는 점에서 널리 받아들여지지는 않는 듯 합니다.

킨레켈리스의 머리뼈 일부. 출처-Lichtig and & Lucas (2021)

 

 복합 모델은 데 노보 모델만큼 받아들여지지는 않는 듯 합니다. 우선 킨레켈리스의 화석이 너무 단편적이라는 문제가 있지요. 껍질 일부와 갈비뼈 일부, 약간의 머리뼈 일부가 전부입니다. 킨레켈리스의 화석이 사실은 프로가노켈리스의 화석 일부라는 주장도 있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데 노보 모델은 배아 발생과정에서 교차검증이 이루어지는 것이 가능하지만, 복합 모델은 일부 화석기록을 제외하면 교차검증을 할 다른 데이터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죠. 따라서 복합 모델은 데노보 모델만큼 받아들여지지는 않습니다.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거북의 진화과정, 그중에서 거북의 껍질의 진화과정은 상당 부분이 미스터리의 영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연구가 꾸준히 이루어지면서 거북의 진화과정에 대해서 밝혀지고 있지요. 앞으로도 어떤 연구 결과가 나올지 기대됩니다.

 

연구 출처-

 

박진영, & 허민. (2014). 거북류 갑의 진화적 기원을 추적하다. 고생물학회지, 29(1-2), 45-55.

 

Gilbert, S. F., Loredo, G. A., Brukman, A., & Burke, A. C. (2001). Morphogenesis of the turtle shell: the development of a novel structure in tetrapod evolution. Evolution & development, 3(2), 47-58.

 

Hirasawa, T., Nagashima, H., & Kuratani, S. (2013). The endoskeletal origin of the turtle carapace. Nature Communications, 4(1), 1-7.

 

Lichtig, A. J., & Lucas, S. G. (2021). Chinlechelys from the upper Triassic of New Mexico, USA, and the origin of turtles. Palaeontologia Electronica, 24(1), a-13.

 

Lyson, T. R., Rubidge, B. S., Scheyer, T. M., de Queiroz, K., Schachner, E. R., Smith, R. M., ... & Bever, G. S. (2016). Fossorial origin of the turtle shell. Current Biology, 26(14), 1887-1894.

 

Joyce, W. G., Lucas, S. G., Scheyer, T. M., Heckert, A. B., & Hunt, A. P. (2009). A thin-shelled reptile from the Late Triassic of North America and the origin of the turtle shell.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276(1656), 507-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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