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파충류

우리나라의 발자국화석(4). 두발로 뛰어다녔던 도마뱀의 발자국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1. 8. 9. 07:10

 2018년이 시작됐을 때 저는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러 논산 훈련소로 입대를 하였습니다. 군필이신 분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훈련소에서는 편지나 포상으로 얻는 전화 외에는 외부와 소통이 불가능 합니다 (인터넷이나 휴대폰은 훈련소를 수료하고 자대에 배치되고 난 이후에 가능합니다.). 그래서 저는 훈련소에서 훈련할 동안 고생물 관련해서 어떤 소식이 나왔을지 매우 궁금했던 기억이 납니다.

 훈련소를 수료하고 난 후에 아는 분들과 소통을 다시 시작하고 나니까 (당시엔 아직 휴대폰이 금지였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전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해서 휴대폰을 무리 없이 다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후훗.) 알게 된 소식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공룡 화석이 처음 발견된 하동군에서 도마뱀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도마뱀의 발자국 화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 도마뱀의 발자국

 하동군에서 발견된 도마뱀의 발자국은 하산동층이라는 지층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 지층은 진주층이 만들어지기 전에 만들어진 지층이죠. 지층의 연대는 대략 1억 2천 5백만 년 정도 되었습니다. 이 지층은 현재 하동, 안동지역에 분포하고 있죠.

하동에서 발견된 도마뱀의 보행렬 사진. 출처- Lee et al (2018)

도마뱀의 발자국은 총 29점이 발견되었습니다. 발자국의 길이는 19.18mm ~ 22.29mm 정도 되었죠. 발자국은 4방향으로 보행열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 보행열에서는 꼬리를 끈 흔적은 없었던 걸로 보아, 도마뱀은 꼬리를 들고 걸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를 진행하였던 대전 지질자원연구원의 이항재 연구원님과 연구진은 이 도마뱀의 발자국 화석에 사우리페스 하동엔시스(Sauripes hadongensis)라는 학명을 붙였습니다.

 

2. 어떻게 두 발로 걸었던 도마뱀의 발자국이라는걸 알 수 있을까?

 사우리페스가 도마뱀의 발자국이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그 해답은 발가락의 길이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도마뱀의 발가락은 첫 번째 발가락의 길이가 가장 짧고 네 번째 발가락의 길이가 가장 깁니다. 사우리페스의 발가락은 첫번째가 가장 짧고 네 번째 발가락이 가장 깁니다. 즉, 도마뱀의 발자국이라는 것을 알수 있지요.

사우리페스 하동엔시스의 모습. 가장 긴 발가락이 네 번째 발가락이다. 즉, a는 오른발, b는 왼발이다. 출처-Lee et al (2018)

 사우리페스의 발자국을 보면 앞쪽이 깊게 파여있고, 뒤로 갈수록 조금씩 튀어나오는, 즉, 뒤로 갈수록 덜 파인 패턴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이는 이 발자국을 남긴 도마뱀이 걸을 때 발바닥 전체를 땅에 닿는 방식으로 걸었던 것이 아니라 발가락만을 이용해서 걸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발가락만을 이용한 보행은 도마뱀들이 두 발로 걸을떄, 정확히는 두 발로 뛸때 주로 걷게되는 패턴이죠. 즉, 사우리페스를 남긴 도마뱀은 두 발로 뛰면서 발자국을 남겼던 것입니다.

 

 3. 도마뱀의 발자국이 가지는 의미

사우리페스를 남긴 도마뱀의 모습과 풍경을 상상해서 그린 그림. 출처-Lee et al (2018)

두 발로 뛰는 도마뱀 하면 아마 많은 분이 바실리스크 도마뱀을 떠올리실 듯 합니다. 이 도마뱀은 물 위를 두 발로 뛰면서 움직이는 도마뱀이죠.

(바실리스크 도마뱀이 두 발로 뛰는 모습)

 

그런데 사실....바실리스크 말고도 두 발로 뛰는 도마뱀은 많습니다. 굴드왕도마뱀 (Varanus gouldii), 목도리도마뱀 (Chlamydosaurus kingii) 등등 평소엔 네발로 다니는 도마뱀들이 뛰어다닐 때는 두 발로 뛰어다니는 경우도 많죠. 도마뱀이 언제부터 두 발로 뛰어다녔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려우나, 화석기록을 보면 두 발로 뛰었으리라고 추정되는 도마뱀은 2억 9천만 년 전부터 살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에우디바무스 쿠르소리스 (Eudibamus cursoris)라는 도마뱀이 그것이죠. 이 도마뱀의 뒷다리는 매우 길지만 앞다리는 매우 짧다는 점은 이 도마뱀이 두 발로 걸었다는 점을 보여주지요. 즉, 도마뱀은 최소 2억 9천만 년 전부터 두 발로 뛰기 시작하였고, 1억 2천 5백만 년 전 현재 한반도 지역에서 살았던 도마뱀 중에도 두 발로 뛰었던 도마뱀이 살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목도리도마배(좌)과 굴드왕도마뱀(우)이 두 발로 서있는 모습. 평소에 네발로 걷다가 두발로 뛰는 도마뱀이다. 출처-https://terrestrialecosystems.com/why-do-some-dragon-lizards-run-bipedally/ https://reptilis.net/tag/bipedalism/
에우디바무스 쿠르소리스. 현재까지 화석으로 발견된 가장 오래된 두 발로 뛰었던 도마뱀이다. 출처-Berman et al (2000).

 그러면 발자국을 남긴 도마뱀은 어떤 종류의 도마뱀이었을까요? 화석과 분자배열 기록을 조사한 결과, 화석이 발견된 시기인 1억 2천 5백만 년 전 즈음에 북반구에는 원시적인 이구아나류가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주로 몽골과 중국에서 그 기록이 발견되었는데, 그들은 뒷다리가 매우 발달된 특징이 있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발자국을 연구한 연구진은 하동군에서 발견된 두 발로 뛰었던 도마뱀 발자국은 아마도 원시적인 이구아나류가 남긴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연구 출처-

 

Berman, D. S., Reisz, R. R., Scott, D., Henrici, A. C., Sumida, S. S., & Martens, T. (2000). Early Permian bipedal reptile. Science, 290(5493), 969-972.

 

Lee, H. J., Lee, Y. N., Fiorillo, A. R., & Lü, J. (2018). Lizards ran bipedally 110 million years ago. Scientific reports, 8(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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