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파충류

거북의 진화-토끼의 달리기 상대는 어떻게 진화 하였는가?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1. 6. 23. 05:15

 여러분은 거북이를 좋아하시나요? 거북이는 파충류 중에서도 그 특유의 귀여운 모습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파충류 중 하나입니다. 애완동물로 인기가 많은 생물이지요. 저도 어린 시절에 붉은귀거북을 2마리 길렀던 경험이 있습니다. 거북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바로 몸을 숨길 수 있는 껍질입니다. 거북의 껍질은 갈비뼈와 척추뼈가 융합되어서 만들어진 것으로, 거북은 위험이 닥치면 그 안으로 들어가서 몸을 보호하지요. 몸을 보호하는 껍질과 매우 뛰어난 적응력. 그 덕분에 거북은 지금까지 바다, 담수, 육지 등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파충류입니다.

바다에서 사는 초록바다거북.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File:Green_sea_turtle_(color_correction).jpg

 그러면 현재 거북은 파충류에서 어디에 속할까요? 본래 오랜 시간 동안 거북은 무궁류 즉, 머리뼈에 측두창이라고 하는 구멍이 부재한 원시적인 파충류에 속합니다. 측두창은 위턱과 아래턱을 연결하는 근육이 부착되는 구멍인데, 거북의 머리뼈에는 측두창이 없습니다. 전형적인 무궁류의 특징이죠. 대부분의 원시적인 파충류들은 무궁류였고 거북 역시 측두창이 없어서 거북은 상당히 원시적인 파충류와 가까운 분류군이라고 오랜 시간 생각되어 왔습니다.

거북(좌)과 악어(우)의 머리뼈. 붉은색 화살표가 상측두창을 가리킨다. 거북은 상측두창이 없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무궁류이며 원시적인 파충류라고 생각되었다. 출처-Flickr

 그러나, 화석기록과 분자생물학적 연구에 따르면, 거북은 사실 무궁류가 아니라 이궁류에 속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거북의 조상은 측두창이 있었으나, 진화과정에서 측두창이 사라져서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란 것이죠.

  그러면 거북의 진화과정은 어떻게 될까요? 오랜 시간 동안 거북의 진화과정은 오랜 시간 동안 미스터리의 영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양한 화석기록 덕분에 거북의 진화 과정이 어느 정도 밝혀졌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거북의 진화사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거북의 진화에 대한 연구

 거북의 진화에 관한 이야기는 19세기 말~ 20세기 초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몇몇 학자들은 거북이 파충류 중에서 가장 원시적인 파충류인 측파충류(parareptillia)에서 기원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위에서 이야기했듯, 거북의 머리뼈에서 측두창이 부재하기 때문이었죠. 그 이후로 거북의 진화과정을 보여주는 생물의 화석이 여러 번 발견되었습니다. 가장 오래된 생물은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에우노토사우루스 아프리카누스(Eunotosaurus africanus)

에우노토사우루스의 모습. 출처-위키피디아

 에우노토사우루스는 2억 6천 5백만 년 전 페름기 중기 시기에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파충류입니다. 1892년에 처음 명명된 이후, 1914년에 영국의 동물학자 D. M. S. 왓슨이 에우노토사우루스가 거북의 조상일 것이라는 주장을 처음 하였습니다. 에우노토사우루스의 갈비뼈가 거북과 다른 사지동물들의 중간과정의 형태를 하고 있다고 처음 주장한 것이었죠. 에우노토사우루스의 갈비뼈는 넓어지는 형태를 하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갈비뼈는 복늑골(gatralia)이라고 하는 갈비뼈로 파충류와 양서류에게서 보이는 갈비뼈이며 사람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갈비뼈입니다. 오늘날 거북이의 껍질이 복늑골이 변형된 형태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에우노토사우루스가 거북의 조상일 것이라는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에우토노사우루스의 갈비뼈. 출처-Watson (1914)

 2015년에 에우노토사우루스의 두개골에 관한 연구가 발표된 적이 있었습니다. 에우노토사우루스에게 상측두창이 존재한다는 새로운 발견이었죠. 연구를 진행하였던  뉴욕의 정골의학대학교(College of Osteopathic Medicine)의 G. S. 비버 박사와 미국, 남아공 연구진은 어린 에우노토사우루스의 두개골 화석에서 상측두창을 발견하였던 것입니다. 이 연구는 거북이 무궁류가 아니라 이궁류이며 측두창은 진화과정에서 사라져서 무궁류처럼 측두창이 없는 머리를 가지게 된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에우노토사우루스의 머리뼈. UFT=상측두창 LTF=하측두창. 출처- Bever et al (2015)

 에우노토사우루스는 또한 거북의 껍질이 진화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데 참고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오늘날 거북은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위험이 닥치면 껍질 안으로 숨지요. 그런데 에우노토사우루스는 오늘날 거북의 등껍질은 아직 없었습니다. 대신 갈비뼈의 너비가 넓어지게 되었죠. 후대의 거북이들의 배껍질이 갈비뼈가 넓어지면서 생긴 구조라는 걸 생각해보면, 에우노토사우루스의 갈비뼈는 배껍질의 기원이 되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왜 갈비뼈가 넓어지게 된 것일까요? 2016년에 발표된 에우노토사우루스에 대한 연구에서, 에우노토사우루스는 땅에 굴을 파고 살았을 것이란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에우노토사우루스의 어깨에는 강한 근육이 부착될 수 있도록 어깨뼈에 돌기가 매우 잘 발달하여 있었고, 앞발바닥은 뒷발바닥보다 더 휘어 있으며, 발톱도 길고 발달하여 있었죠. 에우노토사우루스의 경화륜(조류와 파충류, 조류의 눈을 감싸는 뼈)을 통해서 에우노토사우루스의 눈 크기를 알아낼 수 있었는데, 에우노토사우루스는 어두운 곳에서 매우 잘 볼 수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지요.

 

 어깨와 앞발이 잘 발달하고 어두운 곳에서 잘 볼 수 있는 눈, 이 특징은 땅에 굴을 파고 사는 생물에게서 흔히 보이는 특징이지요. 연구를 진행하였던 미국 덴버 자연사 박물관의 틸러 라이슨 박사와 미국, 남아공 연구진은, 에우노토사우루스가 굴을 팔 때 넓어진 갈비뼈가 신체의 균형을 맞출 때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발표하였습니다. 즉, 땅에 굴을 파기 위해 앞발을 움직일 때 몸이 크게 움직이지 않고 중심을 잡기 위한 용도로 갈비뼈가 넓어졌다는 것이죠.

굴을 파는 에우노토사우루스. 출처-https://novataxa.blogspot.com/2016/07/fossorial-origin-of-turtle-shell.html?m=1

파포켈리스 로시나에(Pappochelys rosinae)

 파포켈리스는 2015년에 보고된 독일에서 발견된 2억 4천만 년 전에 살았던 파충류입니다. 이들은 에우노토사우루스 이후에 살았죠. 파포켈리스는 에우노토사우루스와 비슷하게 상측두창을 가지고 있었으며, 척추뼈가 T자 단면을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갈비뼈 역시 넓어진 형태를 하고 있었죠. 살았던 시기가 에우노토사우루스와 다음 거북으로 진화하는 과정의 생물 화석이 발견된 시기와도 완벽하게 일치하며, 동시에 척추뼈의 형태가 T자 형태이며 갈비뼈(복늑골)가 넓은 모습은 점점 후대의 거북과 비슷한 형태로 진화하여 간다는 점은 파포켈리스는 거북이 진화하는 과정에 있는 아주 훌륭한 중간단계의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두개골에서 상측두창이 있다는 점은 거북이 이궁류에서 진화하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포켈리스의 화석. 출처-Schoch and Sues (2015)
파포켈리스의 골격 출처-Schoch and Sues (2015)

 

에오린코켈리스 시넨시스(Eorhynchochelys sinensis)

 에오린코켈리스는 2018년에 보고된 중국 남서쪽의 2억 2천 8백만 년 전에 살았던 파충류입니다. 이 파충류는 이전 에우노토사우루스, 파포켈리스등과는 달리 머리뼈에서 측두창이 사라졌습니다. 후대의 거북들과 비슷한 머리구조를 가지게 되었죠.  

에오린코켈리스의 모습. 출처-Li et al (2018)

에오린코켈리스가 가진 특징 하나는 바로 부리가 있다는 점입니다. 정확히는 주둥이 앞쪽에 이빨이 사라지고 부리와 비슷한 모습을 하게 되었지요. 현재까지 알려진 거북으로 진화하는 과정에 속하는 파충류 중에서 부리의 형태가 발견된 가장 오래된 파충류가 바로 에오린코켈리스입니다.

에오린코켈리스의 부리. 출처-Li et al (2018)

 또한 에오린코켈리스의 골반은 융합된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척추동물의 골반은 크게 3개로 나누어집니다. 맨 위뼈이자 엉덩이근육이 부착되는 장골(ilium), 신체의 앞쪽으로 향하는 뼈인 치골(pubis)과 뒤쪽으로 향하는 뼈 좌골(ischium)으로 구성되어 있지요. 에오린코켈리스는 치골과 좌골이 서로 단단히 융합되어 있습니다. 융합되어서 치좌골판(puboischiadic plate)이라는 판 구조를 이루고 있지요. 이런 구조는 오늘날 거북의 골반과 유사한 구조입니다.

에오린코켈리스의 골반. 치골과 좌골이 융합되어 판(plate)을 이루고 있다. 출처-Li et al (2018)

 

오늘날 거북의 골반. 출처-http://bio.sunyorange.edu/updated2/comparative_anatomy/anat_3/l_hip.htm

오돈토켈리스 세미테스타케아(Odontochelys semitestacea)

 오돈토켈리스는 2008년에 보고된 거북에우노토사우루스 이후 시대인 2억 2천만 년 전에 중국에서 살았던 거북의 옛 친척입니다. 바로 위에서 나온 에오린코켈리스와 같은 시기에 공존하였지요. 오돈토켈리스는 복부를 이루고 있는 갈비뼈(복늑골)는 오늘날 거북과 비슷하게 배껍질(복갑)을 이루고 있었지만, 배갑, 즉 등껍질이 되는 척추뼈와 갈비뼈는 아직 완전한 형태의 껍질을 이루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재밌는 건 아직 신경 판(neural plate)이 골화(ossification)되어 남아있다는 점이죠. 신경판이란 척추동물이 배아 발생을 할 때 만들어지는 판으로, 후에 중추신경이 되는 세포층입니다. 거북의 배아 발생 시기에 이 신경판이 골화되는데, 오돈토켈리스에서 이런 부분이 보인다는 것인 이 생물이 거북으로 진화해가는 과정에 속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오돈토켈리스의 배. 완전한 형태의 복갑을 이루었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Odontochelys

 

오돈토켈리스의 등. 배와는 달리 아직 갈비뼈의 흔적이 보인다. 출처-Li et al (2008)

 

오돈토켈리스의 등뼈. npl=신경판 trp=횡돌기. 출처-Li et al (2008)

4. 프로가노켈리스 쿠엔스테드티(Proganochelys quenstedti)

 프로가노켈리스는 2억 1천만 년 전에 독일, 태국, 그린란드에서 살았던 거북입니다. 이들은 위의 조상들보다 더 오늘날 거북과 가까웠는데, 복부의 껍질인 복갑은 물론, 온전한 형태의 등껍질인 배갑까지 가지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우리가 아는 거북과 매우 비슷한 모습이 되었지요.

뉴욕 자연사 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프로가노켈리스. 출처-위키피디아

 언뜻 보면 그냥 평범한 거북 같지만, 사실 프로가켈리스는 오늘날 거북과는 몇몇 부분에서 달랐습니다. 우선 목에 가시가 많아서 목을 집어 넣을 수 없었죠. 그리고 오늘날 거북과는 달리 아직 이빨이 달려있었습니다. 오늘날 거북이 이빨이 없고 부리만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프로가노켈리스는 아직 오늘날 거북과는 약간의 차이점이 있습니다. 

 

 거북은 오늘날까지 살아있는 척추동물 중 유일하게 등뼈와 갈비뼈가 진화하여 몸을 보호하는 껍질을 지닌 동물입니다. 이 껍질의 기원에 대해서 현재까지 2가지 모델이 존재합니다. 데 노보 모델이라는 모델과 복합 모델이죠. 이 두 모델은 어떻게 차이가 날까요? 그에 대해선 다음 글에서 다루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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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출처-

 

Bever, G. S., Lyson, T. R., Field, D. J., & Bhullar, B. A. S. (2015). Evolutionary origin of the turtle skull. Nature, 525(7568), 239-242.

 

Lichtig, A. J., & Lucas, S. G. (2021). Chinlechelys from the upper Triassic of New Mexico, USA, and the origin of turtles. Palaeontologia Electronica, 24(1), a-13.

 

Li, C., Wu, X. C., Rieppel, O., Wang, L. T., & Zhao, L. J. (2008). An ancestral turtle from the Late Triassic of southwestern China. Nature, 456(7221), 497-501.

 

Li, C., Fraser, N. C., Rieppel, O., & Wu, X. C. (2018). A Triassic stem turtle with an edentulous beak. Nature, 560(7719), 476-479.

 

Lyson, T. R., Rubidge, B. S., Scheyer, T. M., de Queiroz, K., Schachner, E. R., Smith, R. M., ... & Bever, G. S. (2016). Fossorial origin of the turtle shell. Current Biology, 26(14), 1887-1894.

 

Schoch, R. R., & Sues, H. D. (2015). A Middle Triassic stem-turtle and the evolution of the turtle body plan. Nature, 523(7562), 584-587.

 

 Watson, D.M.S. (1914). "Eunotosaurus africanus Seeley and the ancestors of the Chelonia". Proceedings of the Zoological Society of London. 11: 101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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