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파충류

뱀의 진화-땅을 기어다니게 된 그들의 사연은?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1. 4. 27. 15:49

1. 다리를 잃은 척추동물

 뱀은 다리가 없는 동물의 대명사입니다. 물론 뱀을 제외한 다른 척추동물 중에도 다리가 없는 생물은 많이 있습니다마는, 다리가 없는 동물 하면 뱀을 먼저 떠올리지요.  뱀은 다리가 없는 대신 몸을 S자로 휜 다음에 휜 부분에서 몸을 앞으로 '밀어서' 움직입니다.

 한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모든 다리가 없는 척추동물이 뱀은 아니라는 것이죠. 뱀 외에도 파충류 주에서는 무족도마뱀류에서 뱀과 매우 유사한 신체구조를 볼 수 있습니다. 무족이라는 말 그대로 다리가 없는 신체구조이죠. 심지어 양서류 중에서 무족영원류에 속하는 양서류들 역시 뱀처럼 다리를 잃은 척추동물입니다.

뱀(왼쪽)과 무족도마뱀류(오른쪽). 둘 다 다리가 없지만 전부 뱀은 아니다. 출처-https://pixabay.com/ko/photos/%EB%B1%80-%EC%95%85%EC%9D%98-%EC%B0%AC-%EB%B1%80-%EB%85%B9%EC%83%89-4180795/ https://en.wikipedia.org/wiki/Gymnophiona#/media/File:Caecilia_pulchraserrana_(female).jpg
양서류에 속하는 무족영원류. 출처-http://ecotopia.hani.co.kr/44496

 뱀은 언제부터 다리가 없는 생활을 하였을까요? 화석기록을 살펴보면 과거 공룡이 살았던 시대에 살았던 뱀들에게는 다리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즉, 뱀은 과거에는 다리를 지녔으나 다리를 잃는 방향으로 진화하여서 오늘날에는 다리를 완전히 잃었다는 것이죠.

 

2. 뱀의 기원

 2017년에 뱀의 기원에 대한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뱀의 진화는 쥐라기 시기인 1억 8천만 년 전 즈음에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시기에 도마뱀에서 분화되었던 것이죠.

현재까지 발견된 뱀의 화석과 현생 뱀을 통해서 그려낸 뱀의 분류군. 붉은색 화살표가 뱀의 분류군이다. 출처-Harrington & Reeder (2017)

 그러면 화석은 어떨까요? 뱀은 뼈가 매우 가늘고 약해서 화석으로 발견되기 쉬운 편은 아닙니다. 따라서 오래된 뱀의 화석은 그리 좋은 보존률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가장 오래된 뱀의 화석은 2015년에 보고된 뱀의 화석입니다. 이 뱀은 영국 옥스퍼드 주에서 발견된 1억 6천 8백만 년 전 즈음에 살았던 에오피스 운데르우디(Eophis underwoodi)라는 뱀이었습니다. 이 뱀은 턱의 일부만 발견되었지요. 에오피스 뿐 아니라 파라비랍토르, 디아블로피스등 여러 초창기 뱀들의 화석은 두개골 일부만 발견되었습니다.

에오피스 운데르우디( Eophis underwoodi)의 턱. idr-내친능선 sdl-

 

3. 다리를 가진 뱀의 조상

 2015년에 뱀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생물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1억 2천만 년 전에 살았던 테트라포도피스 암플렉투스(Tetrapodophis amplectus)라는 원시 뱀으로 추정되는 파충류로, 작은 다리를 지녔습니다. 다만 이 파충류가 뱀이 아니라 모사사우루스와 가까운 도마뱀 종류라는 주장도 있어 아직 이 파충류에 관해서는 연구가 필요할듯 합니다.

테트라포도피스 암플렉투스( Tetrapodophis amplectus )의 화석.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Tetrapodophis

 그러면 실질적으로 다리의 흔적이 발견된 가장 오래된 뱀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2006년에 화석이 보고된 나야쉬 리오네그리나(Najash rionegrina)라는 뱀입니다. 이 뱀은 파타고니아에서 1억 년 전 즈음에 살았던 뱀이지요. 이름 나야쉬는 히브리어로 뱀을 뜻하는 말이자 성경에서 등장하였던 뱀 나자쉬에서 따왔습니다. 이 뱀은 뒷다리 뼈뿐만 아니라 특이하게도 골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는 이 뱀들의 뒷다리가 단순 흔적기관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움직이는 데 쓰였을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지요.

나야쉬의 골반과 뒷디라뼈. 파란색은 골반, 노란색은 뒷다리이다. 출처-Apesteguía and Zaher 2006

 나야쉬 이후에도 뒷다리의 흔적을 가진 뱀은 여럿 발견되었습니다. 그중에는 완벽하게 뒷다리가 흔적으로만 남은 9천 2백만 년 전에 살았던 에우포도피스 데스코우엔시(Eupodophis descouensi), 하아시오피스 테라산크투스(Haasiophis terrasanctus)등이 있었지요. 모두 나야쉬 이후에 나타났던 뱀들입니다. 이 뱀들은 골반의 부재로 다리를 쓰지는 못하였을 겁니다.

에우포도피스 데스코우엔시의 뒷다리.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Eupodophis
하아시오피스 테라산크투스( Haasiophis terrasanctus)의 모습. 출처-https://danniteboul.wordpress.com/2013/10/07/the-evolution-of-snakes/

 중생대에 발견된 뱀들은 모두 미세한 수준으로나마 다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오늘날 뱀에서도 그 흔적을 볼 수 있죠. 뱀은 다리를 잃기는 하였지만 파이톤이나 보아뱀에 속하는 원시적인 뱀들에게는 아직 발톱이 남아있지요. 이 발톱은 뱀들이 교미를 할 떄 암컷을 자극하거나 또는 수컷끼리 싸울 때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 목적이 보행은 아니지만, 아직 용도는 남아있는 것이죠.

버마 파이톤의 발톱.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Pelvic_spur

 여태까지 본 다리의 흔적이 발견된 뱀들은 중생대, 즉 공룡이 살았던 시대에 살았습니다. 그러면 공룡 시대 이후는 어떨까요? 사실 화석 기록이 부족해서 정확히 어떤 시점에서 다리가 '짠!'하고 사라졌는지는 명확히 알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화석기록을 볼 때 아마 최소 공룡 시대 말엽에서 포유류의 시대로 불리는 신생대 초기 즈음에 뱀이 본격적으로 다리를 잃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뱀은 왜 다리를 잃었던 걸까요? 현재까지 뱀의 다리가 사라진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습니다. 다만 크게 2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첫 번째 가설은 땅굴을 파고 살다가 다리를 잃었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살아있는 원시적인 뱀의 한 종류인 장님 뱀의 경우에도 역시 땅굴을 파면서 생활을 하죠. 따라서 뱀의 조상들 역시 땅에서 굴을 파면서 생활하다가 다리를 잃는 방향으로 진화하였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살아있는 뱀 중 가장 원시적인 뱀 장님뱀. 뱀의 조상들도 이들처럼 땅굴을 파면서 생활했을까?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Typhlops#/media/File:AB069_Typhlops_Head.JPG

 또 다른 가설인 물에서 유영 생활을 하다가 다리를 잃게 된 것이라는 근거는 해부학적 특징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중생대에 살았던 해양 파충류중에서 도마뱀에 속하는 모사사우루스류처럼 뱀 역시 구불구불한 척추를 가지고 있었죠. 이는 물속에서 유영생활을 하기 유리한 신체구조입니다. 분자배열 연구에서 나온 결과도 뱀이 유영 생활을 하는 방향으로 진화하였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오늘날 살아있는 왕도마뱀과 가장 가까운 친척이 뱀이라는 점이 그것이지요. 왕도마뱀은 중생대 바다에서 살았던 모사사우루스류와 가장 가까우며 또 물에서 유영을 매우 잘하기 때문이지요.

 아직 뱀이 다리를 잃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은 비밀들이 많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사시를 알게 되는걸 기대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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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출처-

 

Apesteguía, S., & Zaher, H. (2006). A Cretaceous terrestrial snake with robust hindlimbs and a sacrum. Nature, 440(7087), 1037-1040.

 

Bonnan, M. F. (2016). The bare bones: An unconventional evolutionary history of the skeleton. Indiana University Press.

 

Caldwell, M. W., Nydam, R. L., Palci, A., & Apesteguía, S. (2015). The oldest known snakes from the Middle Jurassic-Lower Cretaceous provide insights on snake evolution. Nature communications, 6(1), 1-11.

 

Harrington, S. M., & Reeder, T. W. (2017). Phylogenetic inference and divergence dating of snakes using molecules, morphology and fossils: new insights into convergent evolution of feeding morphology and limb reduction. Biological Journal of the Linnean Society, 121(2), 379-394.

 

Prothero, D. R. (2007). Evolution: what the fossils say and why it matters. Columbia University Press.

 

Rage, J. C. & Escuillié, F. Un nouveau serpent bipède du Cénomanien (Crétacé). Implications phylétiques. C. R. Acad. Sci. Paris Earth Sci. 330, 513–520 (2000)

 

Tchernov, Eitan et al. 2000. "A fossil snake with limbs". Science 287:2010-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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