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파충류

길다란 목-수장룡의 목의 용도는?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1. 2. 19. 08:17

 목이 긴 기린

오늘날 사는 생물 중에서 가장 목이 긴 생물이라면 기린을 떠올리실 겁니다. 기린은 특유의 긴 목으로 높은 곳에 위치한 나뭇잎도 먹을 수 있지요. 

목이 긴 생물의 대명사 기린.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Giraffe

 

 목이 굉장히 길기에 목뼈가 엄청 많을 것 같지만, 사실 기린의 목뼈는 사람이나 다른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7개 입니다(목뼈가 7개인건 포유류의 특징중 하나입니다.). 단지 뼈 하나하나의 길이가  매우 긴 것이지요.

기린의 목뼈. 출처-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Giraffe_skeleton.jpg

 그런데 목이 긴 생물은 기린만 있었던 것은 아니죠. 과거 공룡이 살았던 시기에 바다에서, 그리고 강의 하구에서 살았던 던 목이 긴 생물이 있었습니다. 목이 긴 수장룡이죠. 이들은 기린과는 달리 목뼈의 개수가 매우 다양하였습니다. 그중에는 목뼈의 길이가 75개나 되는 수장룡도 있었죠.

알베르토넥테스 바데르벨데이(Albertonectes vanderveldei). 이 수장룡은 목뼈의 길이가 75개나 된다. 출처-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Albertonectes_vanderveldei.jpg

 그러면 수장룡들, 그중에서 목이 길었던 수장룡들은 그 긴 목을 어떻게 사용하였을까요? 수장룡의 긴 목에 대해서는 여러 연구가 보고되어 왔습니다.

 

긴 목의 유연성

수장룡의 목은 얼마나 유연하였을까요? 고전 영상매체를 보면 긴 목을 지닌 수장룡은 목의 유연성이 매우 좋은 것처럼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1933년에 개봉하였던 킹콩에서는 마치 뱀과 비슷한 유연성을 보여주지요. 

(1933년에 개봉한 킹콩에서 등장한 수장룡의 모습. 마치 행동하는 모습이 뱀과 비슷하다.)

 

 그런데 실제로 수장룡의 목이 이렇게 유연하였을까요? 수장룡의 목의 유연성에 대한 연구는 19세기부터 진행되었습니다. 당시에는 크게 3가지 견해가 있었죠. 1) 백조와 비슷하게 유연하였다. 2) 목이 매우 유연하였다. 3) 크게 유연하지 않았다. 따라서 당시 수장룡의 복원도를 보면 수장룡들의 목이 여러 형태를 하고 있었습니다.

19세기에 그려진 수장룡의 여러 복원도. 출처-Noè, Gómez., et al,(2017).

 콜롬비아와 영국의 공동 연구팀이 발표한 2017년 연구에 따르면, 수장룡의 목은 생각보다 많이 유연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목뼈의 돌기, 그중에서 앞, 뒤 목뼈와 연결되는 돌기의 구조가 목을 S자로 휘는 것보다는 위, 아래로 기울이는 것에 더 적합하다고 본 것이죠. 동시에 목을 좌우로 돌릴 수 있는 각도도 그리 크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수장룡의 목뼈(C)와 움직이는 범위. 출처-Noè, Gómez., et al,(2017).

 

수장룡의 목이 위 아래로 움직이는 방식. 출처-Noè, Gómez., et al,(2017).

 동시에, 해당 연구에서는 수장룡의 목뼈를 감싸는 근육에 대한 연구도 수행하였습니다. 목뼈의 돌기와  구조, 머리와 연결되는 지점 등을 살펴본 결과, 수장룡의 목은 강력한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따라서 목뼈의 구조상 목을 자유롭게 휘지는 못하고 제한된 움직임만 할 수 있더라도 목을 지탱하는 강한 근육이 있어서 목을 위, 아래로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머리와 목의 움직임을 조절하기 쉬웠지요.

 

목의 쓰임새

 그러면 수장룡의 목은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을까요? 긴 목을 지닌 수장룡의 생김새는 매우 특이합니다. 오늘날에 물에서 사는 포식성 생물(수장룡의 이빨을 보면 알겠지만 절대 초식이 아니었을 겁니다.)을 살펴봐도 저렇게 목이 긴 생물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늘날뿐만 아니라 수장룡이 살던 시절에도 마찬가지였지요. 중생대 바다에는 상어뿐 아니라(상어는 공룡보다 훨씬 이전부터 바다에서 살았습니다!), 거대한 도마뱀에 속하는 모사사우루스류, 돌고래와 비슷하게 생긴 이크티오사우루스류, 그 외에 바다악어류로 자주 불리는 탈라토수쿠스류가 있었습니다(다만 이들은 실제 악어에 포함되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수장룡중에서도 목이 짧은 수장룡도 있었지요. 이들은 모두 목이 짧았습니다.

중생대에 살았던 거대한 상어 스쿠알리코락스와 크레톡시리나. 죽은 클라도사우루스의 시체를 배회하고 있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Squalicorax
모사사우루스 호프마니.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Mosasaurus

 

이크티오사우루스 코무니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Ichthyosaurus

 

 

탈라토수쿠스류에 속하는 다코사우루스 막시무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Thalattosuchia
플리오사우루스 브라키데이루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Pliosaurus

 그러면 목이 길었던 수장룡들은 그렇게 긴 목을 어떻게 사용하였던 걸까요? 이에 대해서는 크게 2가지 가설이 존재합니다. 첫 번째 가설은 어류, 그중에서 오늘날 고등어나 참치처럼 거대한 무리를 지어서 생활하였던 어류를 사냥하는 것으로, 목이 긴 수장룡들은 아마 위장을 하면서 어류 무리가 지나가면 긴 목을 움직여서 사냥하였던 것으로 보고 있는 가설입니다.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전갱이 종류. 목이 긴 수장룡이 이런 물고기를 사냥할 때는 아마 숨어있다가 기습공격을 하는 식으로 사냥하였을 것이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Shoaling_and_schooling

 

 두 번째 가설은 수장룡들은 주로 바다의 바닥에서 갑각류나 다른 저서성 생물(수생 환경에서 바닥에서 생활하는 생물. 갑각류, 극피류등이 있습니다.)들을 잡아먹었을 것이란 가설입니다. 2005년에 보고된 영국 퀸즈랜드 박물관에 보관된(화석은 호주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수장룡 화석을 연구한 결과, 수장룡의 배 속에서 조개류의 화석이 위석(돌)과 함께 발견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즉, 조개를 먹었다는 뜻이죠.

호주에서 발견된 수장룡의 뱃속에서 나온 조개화석과 위석. A에서 노란색은 위석, 빨간색은 조개 화석, 파란색은 수장룡의 늑골을 나타낸다. B는 조개 화석, C는 위석, D는 조개를 먹는 수장룡의 모습을 복원한 그림이다. 출처-McHenry., et al., (2005).

 어쩌면 수장룡들마다 사냥 방식이 달랐수도 있습니다. 비슷한 계통의 생물이여도 사냥방식이 다른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오늘날 수염고래들도 같은 수염을 가지고 있어도 플랑크톤을 걸러먹는 고래가 있거나 바닥의 저서성 생물을 걸러먹는 고래가 있는것처럼 말이죠.

대왕고래(좌)와 쇠고래(우). 같은 수염고래이지만 대왕고래는 떠다니는 플랑크톤을 걸러 먹고 쇠고래는 해저 바닥에 사는 조개나 갑각류등을 걸러먹는다. 같은 수염고래도 먹이를 먹는 방식이 각자 다르다. 출처-대왕고래-https://ko.wikipedia.org/wiki/%EB%8C%80%EC%99%95%EA%B3%A0%EB%9E%98 쇠고래-https://insider.si.edu/2011/07/a-varied-diet-has-helped-gray-whales-survive-for-millions-of-years-study-reveals/

 결론을 내리자면, 수장룡의 긴 목은 각각 다른 방식의 먹이 섭식에 적응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개나 갑각류를 먹거나, 혹은 플랑크톤을 걸려 먹거나 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먹이를 먹을 때 긴 목을 사용하였던 것으로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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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출처-

Noè, L. F., Taylor, M. A., & Gómez-Pérez, M. (2017). An integrated approach to understanding the role of the long neck in plesiosaurs. Acta Palaeontologica Polonica, 62(1), 137-162.

 

McHenry, C. R., Cook, A. G., & Wroe, S. (2005). Bottom-feeding plesiosaurs. Science, 310(5745), 75-75.

 

en.wikipedia.org/wiki/Plesiosau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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