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파충류

특이한 악어들(1). 작은 동물을 먹었던 괴이하게 생긴 악어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3. 6. 3. 05:58

  '정글 숲을 지나서 가자. 엉금엉금 기어서 가자. 늪지대에 오면은 악어 떼가 나온다. 악어 떼!' 제가 어릴 적에 들었던 동요입니다 (유치원에서 공익 근무할 때 보니 요즘 아이들도 이 노래를 듣기는 하더군요. 다른 노래보다는 훨씬 적게 듣는 거 같지만...). 이 노래에서 나오는 악어는 강가의 지배자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강가에서 살아가는 가장 유명한 포식자의 대명사가 악어이기 때문이죠. 악어는 실제로 아주 크고 무는 힘이 1톤에 육박하는 매우 강력한 턱, 그리고 강력한 이빨이 있습니다. 몸을 두르는 비늘은 매우 튼튼하고 또 발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있습니다. 심지어 꼬리 역시 휘두르는 힘이 매우 강력하지요. 오늘날 살아있는 파충류 중에선 공룡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악어. 그런데 화석기록을 보면 과거에는 매우 다양하게 생긴 악어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는 그 특이하게 생긴 악어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1. 모우라수쿠스 (Mourasuchus), 오리와 비슷한 턱을 가진 악어

  1964년에 브라질에서 발견된 악어의 화석이 학계에 보고되었습니다. 2천 1백만 년 전에서 8백만 년 전 사이에 형성된 지층인 페바스층(Pebas Formation)이라는 지층에서 발견된 이 악어의 화석에는 모우라수쿠스 아마조넨시스(Mourasuchus amazonensis)라는 학명이 붙여졌습니다. 이때 처음 발견된 이후로 모우라수쿠스는 현재까지 총 4종이 발견되었습니다. 남미에서 (콜롬비아, 페루,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추가적으로 발견된 화석기록을 볼 때 이들의 생존 시기는 2천 3백만 년 전에서 3백만 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살았던 지역도 오늘날 남미에 한정되었던 것으로 보이죠. 이 지역에는 오늘날에도 카이만 악어가 살고 있습니다.

 

오늘날 남미에서 사는 카이만악어의 모습.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Caiman

 

   몸길이 3에서 5미터 정도 되는 이 악어의 특이한 부분이라면 바로 주둥이입니다. 매우 넓적한 이 악어의 주둥이는 매우 크고 납작하면서 또한 넓적하였습니다. 이빨은 크기가 매우 작고 아래턱은 호리호리한 형태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날 악어들이 두꺼운 주둥이에 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예외적으로 가비알 악어는 매우 호리호리한 주둥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턱 구조가 특이한 악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턱의 구조가 오리의 주둥이와 비슷하였던 것이죠. 거기다가 목뼈의 길이가 매우 짧고 특히 목뼈의 신경돌기가 그리 발달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는 이 악어의 목에 부착되는 근육이 그리 강하지는 않았던 흔적으로 보입니다. 즉, 이 악어들은 머리를 좌우로 움직이는 힘이 그리 강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좌우로 강하게 머리를 흔드는 것은 큰 먹이를 사냥할 때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먹이를 빠르게 물속으로 끌고 가야 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이 악어를 연구한 학자들은 이 악어가 큰 먹이를 먹기보다는 작은 어류나 연체동물 같은 작은 먹이를 먹거나 또는 물에 떠다니는 먹이를 걸러 먹는 여과섭식을 하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였습니다.

   1965년에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의 완 랭스톤 주니어(Wann Langston Jr.)교수는 이 악어에 대해서 3가지 가설을 제시하였습니다. 1번째로 이 악어는 물속에서 입을 벌린 채로 입가 근처에서 유영하는 어류나 떠다니는 절지동물이 입속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렸을 것이라는 가설입니다. 2번째는 물 표면을 따라서 천천히 유영하였을 것이라는 가설입니다. 이 가설대로라면 이 악어는 물 표면에 떠다니는 먹이를 천천히 걸러 먹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3번째는 오늘날 오리나 일부 카이만 악어처럼 물속 바닥에서 진흙 사이에 있는 먹이를 걸러 먹었을 것이란 가설입니다. 또한 그는 이 악어가 이빨이 작아서 큰 먹이를 잡기에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그는 심지어 이 악어가 채식성이었을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채식을 하였을지는 아직 근거가 많이 모자라 그리 지지받고 있지는 못하지요.

 

모우라수쿠스의 두개골. 스케일바 20cm. 출처- Cidade et al., (2017).

 

모우라수쿠스의 아래턱뼈. 스케일바 20cm (A), 10cm (B). 출처- Cidade et al., (2019).

 

2. 데쓰롤, 악어가 먹이를 먹을때 하는 행동

먹이인 무척추동물을 사냥한 모우라수쿠스의 모습. 출처- Cidade et al., (2019).

 

  오늘날 악어들은 데쓰롤이라는 행동을 합니다. 파충류는 포유류처럼 어금니, 앞니, 송곳니로 나누어지는 이빨이 아니라 한 종류의 이빨만 가지고 있습니다. 악어의 이빨은 보통 두껍고 끝이 원뿔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기에 먹이를 붙잡는 데에는 적합합니다. 하지만 큰 사냥감을 잡았을 때 먹이를 먹기 좋도록 뜯어내지도 못합니다. 칼과 비슷한 모양의 이빨이 없기 때문이지요 (포유류의 경우에는 앞니가 이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악어는 큰 먹이를 사냥한 후에 먹기 좋게 먹이를 잘라내기 위해서 먹이를 문 채로 몸을 돌리는 행동을 합니다. 이런 행동을 데쓰롤이라고 합니다.

 

 

얼룩말을 사냥한 크로코다일의 데쓰롤 (위 영상의 1:37~2:05). 잔인한 장면이 제법 나오므로 시청 주의!

출처- http://youtube.com/watch?v=4BSzDBptEBI&embeds_referring_euri=https%3A%2F%2Fdinos119.tistory.com%2F&source_ve_path=MjM4NTE&feature=emb_title

 

  2021년에 브라질 상카울로대학교와  베네수엘라의 과학연구소, 그리고 칠레의 콘셉시온대학교의 연구진은 모우라수쿠스가 데쓰롤을 할수 있었는가를 두개골의 길이와 너비, 그리고 높이의 비율을 이용하여 측정하였습니다. 두개골의 길이, 너비, 높이를 통해서 턱의 근육량을 측정하고 수학적 분석을 통해서 데쓰롤 여부를 측정한 것이었죠. 그런데 측정된 결과, 이들은 오늘날 악어처럼 데쓰롤을 할수 없었다는 수치가 나왔습니다. 즉, 모우라수쿠스는 오늘날 악어와는 다른 삶, 즉 다른 먹이를 먹고 다른 방식으로 살았으리란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여러 연구에서 학자들은 모우라수쿠스가 오늘날 카이만 악어가 속하는 카이만아과(Caimaninae)에 속한다고 분류하였습니다. 카이만은 모우라수쿠스처럼 중남미의 습지나 강가에서 서식하며, 일부 종에게서는 곤충이나 무척추동물등 작은 생물을 먹으며 살아갑니다. 모우라수쿠스역시 오늘날 일부 친척들과 비슷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싶네요.

 

넓은코 카이만(Caiman latirostris). 이들은 과거 모우라수쿠스처럼 곤충이나 무척추동물, 작은 거북을 먹으며 살아간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Broad-snouted_caiman#Hunting_and_diet

 

3. 과거 중남미의 환경을 지시하는 생물...?

  2014년에는 아르헨티나의 국립 라플라타 대학교(Universidad Nacional de La Plata), 라플라타 박물관, 볼리비아의 플루스페트롤 기업등 남미의 연구진들이 모우라수쿠스의 연구결과에 대해서 몇 가지 주장을 한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모우라수쿠스는 습지에서 얕은 강인 지역에서 살았습니다 (이 악어가 발견된 지층에서 발견된 화석과 퇴적구조가 얕은 물에서 형성된 지층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거기에다가 이 악어가 발견된 지역이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브라질등 여러 지역이라는 것은 단순히 분포도가 넓었다는 것뿐 아니라 당시 중남미의 담수 환경이 매우 거대하게  이루어졌음을 암시한다고 하였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서 2천만 년에서 5백만 년 사이인 마이오세 후기 때 중남미의 환경을 유추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모우라수쿠스의 서식지.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Mourasuchus

 

  화석기록을 보면 모우라수쿠스는 몸길이가 대략 3에서 5미터 정도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화석기록을 보면 무려 버스와 비슷한 크기인 악어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어떤 악어였는지 다음 편에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Mourasuchus

 

https://en.wikipedia.org/wiki/Gnatusuchus

 

https://en.wikipedia.org/wiki/Stomatosuchus

 

Blanco, R. E., Jones, W. W., & Villamil, J. (2015). The ‘death roll’of giant fossil crocodyliforms (Crocodylomorpha: Neosuchia): allometric and skull strength analysis. Historical biology, 27(5), 514-524.

 

Cidade, G. M., Solórzano, A., Rincón, A. D., Riff, D., & Hsiou, A. S. (2017). A new Mourasuchus (Alligatoroidea, Caimaninae) from the late Miocene of Venezuela, the phylogeny of Caimaninae and considerations on the feeding habits of Mourasuchus. PeerJ, 5, e3056.

 

Cidade, G. M., Riff, D., & Hsiou, A. S. (2019). The feeding habits of the strange crocodylian Mourasuchus (Alligatoroidea, Caimaninae): a review, new hypotheses and perspectives. Revista Brasileira de Paleontologia, 22(2), 106-119.

 

Langston, W. 1965. Fossil crocodylians from Colombia and the Cenozoic history of the Crocodilia in South America. Davies, University of California, 168 p. (Publications in Geological Sciences 66)

 

Tineo, D. E., Bona, P., Pérez, L. M., Vergani, G. D., González, G., Poiré, D. G., ... & Legarreta, P. (2015). Palaeoenvironmental implications of the giant crocodylian Mourasuchus (Alligatoridae, Caimaninae) in the Yecua Formation (late Miocene) of Bolivia. Alcheringa: An Australasian Journal of Palaeontology, 39(2), 224-235.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