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악어는 살아있는 가장 거대한 파충류입니다. 특히 바다악어라고 하는 악어는 기록을 보면 매우 거대합니다. 현재까지 보고된 기록 중에서 가장 거대한 크기로 자랐던 악어는 호주 그린 아일랜드에 있는 마린랜드 멜라네시아 야생공원(Marineland Melanesia wildlife park)에서 살았던 카시우스(Cassius)라는 악어와 로롱(Lolong)이라는 악어로 최대 5.48미터(카시우스)에서 6.17미터(로롱)까지 자랐다고 합니다. 이 악어들은 사는것도 매우 오래 살아서 무려 100살까지 살다가 로롱은 2013년에 죽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과거 공룡이 살던 시기에 살았던 악어는 어떨까요? 이번 글에서는 공룡이 살던 시기에 살았던 초대형 악어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1. 공룡 시대 물가에서 살았던 거대한 공포
희랍어로 '무서운 악어'를 뜻하는 학명을 가진 악어 데이노수쿠스는 공룡시대의 마지막 시기인 백악기 후기에 북미에서 살았던 악어입니다. 티라노사우루스보다 좀 더 이전 시기, 대략 8천 3백만 년 전에서 7천만 년 전에 살았던 이 거대한 악어는 1858년에 지질학자 에비니저 에먼스(Ebenezer Emmons)가 노스캐롤라이나의 블레이든 카운티 (Bladen County)라는 곳에서 처음 발견하였습니다. 발견된 표본은 이빨 2점이었습니다. 다만 당시에 그는 이 이빨이 악어가 아니라 수장룡 폴립티코돈(Polyptychodon)의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1903년에 카네기 자연사 박물관 소속의 존 벨 헷처(John Bell Hatcher)는 몬테나주 퍼거스 카운티(Fergus County)의 윌로우 크릭(Willow Creek)에서 이 악어의 골편 화석 일부와 척추뼈, 늑골 1쌍, 골반을 이루는 치골뼈를 발견하였습니다. 본래는 갑옷공룡의 것으로 판단하였으나, 악어의 것이라고 밝혀지자, 그는 금방 흥미를 잃었다고 합니다 (논문에서 'immediately lost interest in the material,'라고 나옵니다!).
1904년에 헷처가 사망한 후, 1909년에 카네기 자연사 박물관의 파충류학자이자 고생물학자인 윌리엄 제이콤 홀랜드 (William Jacob Holland)가 이 표본들을 연구한 것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는 이 악어에게 헷처의 이름을 따와서 데이노수쿠스 핫체리(Deinosuchus hatcheri)라고 명명하였습니다. 다만 표본이 워낙 단편적이라 당시엔 정확한 몸 크기는 알기 어려웠지요.
1940년에 마침내 이 악어의 두개골이 발견되었습니다. 미국 자연사 박물관의 연구팀이 텍사스 빅벤드 국립공원(Big Bend National Park)이라는 곳에서 데이노수쿠스의 두개골 파편 일부를 발견하였습니다. 그리고 14년 후인 1954년에 에드윈 해리스 콜베르트(Edwin Harris Colbert)박사와 로날드 탁스터 버드(Roland T. Bird)박사는 쿠바악어의 두개골을 바탕으로 데이노수쿠스의 두개골을 처음 복원하였습니다. 재밌게도 그들은 이 악어가 데이노수쿠스가 아니라 다른 악어인 것으로 판단하여서 포보수쿠스(Phobosuchus)라는 학명을 붙여주었습니다. 1979년에 이르러서 포보수쿠스로 명명된 표본은 사실 데이노수쿠스의 표본이였다는 것이 밝혀졌지요. 그렇게 현재에는 총 3종의 데이노수쿠스 (루고수스-rugosus-, 리오그란덴시스-riograndensis-, 스위머리-schwimmeri-)가 보고되었습니다.
2. 두개골 복원
정확한 분류가 어찌되었든간에 1940년에 발견된 두개골을 토대로 처음 복원이 시도된 데이노수쿠스의 두개골. 그런데 사실 처음 복원한 이 악어의 두개골은 모양이 잘못되었습니다. 당시엔 데이노수쿠스의 머리가 오늘날 앨리게이터처럼 넓적해지는 형태라는 것이 알려지기 전이었고, 또 모델이었던 쿠바 악어는 주둥이가 좁아지는 크로코다일이었기에 데이노수쿠스의 두개골 역시 좁아지는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즉, 실제 모습과는 차이가 있었던 것이었지요. 실제로 발견된 부분이 주둥이 끝부분이었기에 '아 발견된 주둥이 끝이 좁다면 머리는 더 넓었겠구나.'하는 판단으로 복원되었고, 덕분에 머리의 전반적인 크기가 실제보다 더 큰 모습으로 복원되었습니다. 비록 오류가 있는 두개골이지만 워낙 유명한 표본이기에 지금까지도 뉴욕 자연사 박물관에서 보관중이라고 하네요.
3. 거대한 몸 길이
이 악어는 대체 얼마나 거대하였던 걸까요? 두개골의 길이를 토대로 이 악어의 몸집에 대해서 여러 연구가 있었습니다. 먼저 1954년에 위에서 이야기하였던 잘못된 두개골을 이용해서 추정된 몸길이는 대략 50피트, 그러니까 15.24미터로 추측되었습니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두개골 복원이 잘못되었기에 이 크기 역시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높겠지요. 이 악어의 몸집에 대한 새로운 연구는 1999년에 보고되었습니다. 데이노수쿠스와 몇몇 다른 멸종한 악어 및 오늘날 앨리게이터와 바다악어의 성장 차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 연구 결과 데이노수쿠스는 8~9미터까지 성장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래턱, 늑골, 척추뼈의 골밀도를 통해서 성장곡선을 그렸습니다 (뼈의 골밀도를 보면 1년 지날 때마다 생물이 성장하면서 성장선이 쌓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말이죠.). 그 결과, 데이노수쿠스는 다른 악어보다 성장속도가 훨씬 느리고, 8.43에서 9.1미터까지 성장하며 52살 정도까지 살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2002년에 콜롬비아 주립 대학교 데이빗 스위머 교수(David R. Schwimmer)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이 연구에는 사실 여러 변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무슨 변수냐면, 먹이의 이주, 건조한 기후와 습한 기후의 교차, 바닷물 순환을 따른 양분의 순환등등 이 악어가 먹이를 구할 수 있는 시기에 따라서 성장에서 차이가 있었을 것이란 것입니다. 그 연구대로라면 데이노수쿠스는 성장 속도가 빠를 뿐 수명 자체는 오늘날 악어와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 외에도 이 악어의 몸길이에 대한 여러 연구에서는 각기 다양한 결과를 그려내었습니다. 2002년에 콜롬비아 주립 대학교의 데이빗 스위머 교수가 보고한 연구에서는 데이노수쿠스의 개체 중에서 몸길이 추정 12미터, 몸무게 8.5톤에 다다른 개체도 있었으리라는 추정도 하였습니다. 발견된 부위로 추정되는 머리 길이만 1미터, 최대 147.5센티미터까지 자랐던 것으로 보이는 만큼 확실히 엄청나게 거대한 악어임은 분명합니다. 추정된 몸길이로 보자면 데이노수쿠스는 오늘날 버스만 한 길이까지 자랐다는 것을 뜻합니다.
4. 거대한 악어의 먹이, 그리고 무는 힘
그러면 이렇게 거대한 악어는 대체 뭘 먹었을까요? 2010년에 콜롬비아 주립 대학교의 데이비드 스위머교수는 화석에서 보이는 이 악어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빨 자국을 보고하였습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여러 종류의 거북의 껍질에서 이 악어의 것으로 보이는 이빨 자국이 여럿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데이노수쿠스는 공룡은 안 잡아먹었을까요? 여러 화석기록을 보면 이 악어는 분명 공룡도 잡아먹었습니다. 데이노수쿠스가 공룡을 공격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화석기록이 있기 때문이지요. 최소한 강가에서 죽은 시체를 그냥 놔두지는 않았겠지요. 사실 자연에서 육식동물들은 먹이를 꼭 가리지는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 악어 역시 먹이를 구하기 힘들 때는 무엇이든 최대한 가리지 않고 먹었을 겁니다.
그 외에도 2010년에 발표된 데이노수쿠스의 배설물 화석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이 악어의 배설물에서 상어의 이빨이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상어라고 하니 왠지 뜬금없어 보일 수 있겠지만, 이 악어가 살던 지역은 강가 하구에서 해안가 근처였습니다. 심지어 바다에서 만들어진 지층에서 화석이 발견되기도 하였지요 (물론 이는 죽은 시체가 바다로 떠내려간 것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몇몇 운 없는 상어들은 이 악어의 먹이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먹이를 먹었던 만큼 데이노수쿠스는 무는 힘이 굉장히 강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2012년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데이노수쿠스의 무는 힘은 무려 10만 2천 740뉴턴, kgf로 환산하면 1천 6백 24kgf입니다. 이 정도 수치면 오늘날 바다악어의 무는 힘의 2배 가까이 되는 힘이며, 육상동물 중에선 가장 강력한 무는 힘을 가진 것(3만 5천 뉴턴~5만 7천뉴턴)으로 알려진 티라노사우루스보다 2~3배 가까이 되는 엄청난 힘입니다.
공룡이 살던 시기에 공룡과 함께 공존하면서 매우 거대한 몸집에 강력한 턱 힘을 가지고 있었던 악어 데이노수쿠스. 그런데 화석기록을 보면 이 악어 못지않게 매우 거대한 악어가 공룡이 멸종한 이후의 시기에도 살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포유류의 시대인 신생대에 살았던 초대형 악어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계속)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Deinosuchus
https://en.wikipedia.org/wiki/Purussaurus
http://markwitton-com.blogspot.com/2016/01/deinosuchus-dalek-backed-alligatoroid.html
(Mark P. Witton's Blog: Deinosuchus: the Dalek-backed alligatoroid that (sometimes) made chew toys of dinosaurs)
(National Geographic: Crocodiles Have Strongest Bite Ever Measured, Hands-on Tests 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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