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파충류

특이한 악어들(3). 공룡 이후에 살았던 초대형 악어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3. 6. 1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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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중생대를 공룡의 시대라고 부릅니다. 거대한 공룡들이 살았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공룡뿐 아니라 거대한 파충류도 살았던 시대이기도 합니다 (물론 오늘날 파충류와 비슷한 크기의 파충류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룡이 멸종하고 난 이후인 시대, 그러니까 신생대에 접어들어서도 거대한 크기로 성장한 악어는 있었습니다. 오늘날 아마존에서 사는 카이만 악어와 매우 가까운 친척인 이 악어는 이전 글에서 나온 데이노수쿠스 못지않은 초대형 크기로 성장하는 악어입니다.

 

오늘날 카이만 악어.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Caiman_crocodilus_llanos.JPG

 

1. 푸루스사우루스, 남미에 살았던 강의 공포

  푸루스사우루스는 마이오세 시기인 2천 8백만 년 전에서 1만 년 전 즈음까지 오늘날 남미에서 살았던 악어였습니다. 오늘날 남미에서 살고 있는 악어인 카이만 악어의 한 종류이지요. 대부분의 카이만 악어는 몸집이 작은 데 비해서 이 악어는 매우 몸집이 크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푸루스사우루스라는 이름은 아마존강의 지류인 푸루스강(Purus river)이름에서 따와서 지었다고 합니다. 이 악어의 화석이 처음 발견된 지역이기도 하지요.

 푸루스사우루스의 화석은 1892년에 처음 학계에 보고되었습니다. 1892년에 학자 바르보사 로드리구스(Barbosa-Rodrigues)박사가 층에서 이 악어의 아래턱뼈 일부분을 발견한 것이 최초였습니다. 발견된 턱뼈는 총 22개의 이빨 구멍이 존재하는 매우 큰 턱뼈였습니다. 바르보사 박사는 이 턱뼈의 주인이 예사 악어가 아니라고 판단하여서 푸루스사우루스 브라실리엔시스(P. brasiliensis)라고 명명하였습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이 푸루스사우루스의 첫번째 표본은 현재 소실된 상황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바르보사 박사가 그린 스케치는 남아있어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대략 알수 있습니다. 푸루스사우루스는 처음 발견된 이후로 현재까지 총 3종 (브라실리엔시스, 네이벤시스, 미란다이)이 보고되었습니다.

 

푸루스사우루스의 모식표본(첫번째 표본) 스케치.스케일바 20cm. 출처- Souza et al., (2021).

 

1962년에 발견된 푸루스사우루스 브라실리엔시스의 두번째 표본의 아래턱 화석. 스케일바 20cm. 출처- Souza et al., (2021).

 

2. 거대한 몸길이

  그러면 대체 이 악어는 몸길이가 얼마나 컸던 걸까요? 이 악어의 두개골을 토대로 측정된 몸길이는 대략 11~13미터 정도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2015년에 브라질 페르남부쿠 연방대학교(Universidade Federal de Pernambuco), 리우데자네이루 연방대학교(Universidade Federal do Rio de Janeiro), 아크레 연방 대학교(Universidade Federal do Acre), 생태정보학 스튜디오(Ecoinformatics Studio), 우베를란디아 연방 대학교(Universidade Federal de Uberlândia)의 공동 연구진은 푸루스사우루스의 두개골을 토대로 이 악어의 몸길이 및 생태적인 내용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연구진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푸루스사우루스의 몸길이는 대략 12.5미터, 몸무게는 8.4톤으로 측정되었습니다. 이 정도 수치면 전편에서 나왔던 데이노수쿠스와 함께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거대한 악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연구지이 측정한 결과 이 악어의 심지어 무는 힘은 7톤 정도로 매우 강력하였습니다. 이 정도면 티라노사우루스의 무는 힘을 능가합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무는 힘 보러 가기 

다만 2022년에 마이오세 시기 카이만 악어들의 몸길이를 추정한 연구에서는 좀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브라질 상파울로대학교와 미국의 스토니브룩대학교의 연구진은 푸루스사우루스와 비슷한 시기 다른 악어들의 두개골의 길이와 너비를 분석한 비율을 토대로 악어들의 몸길이를 측정한 연구를 발표하였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푸루스사우루스의 몸길이는 6.1미터에서 9.2미터로 재측정되었습니다.

푸루스사우루스의 두개골. 스케일바 50cm. 출처- Aureliano et al., (2015).

 

사람과 푸루스사우루스의 크기 비교.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Purussaurus_brasilienses_Scale.png

 

푸루스사우루스의 이빨. 스케일 바 3cm. 출처- Aureliano et al., (2015).

  그러면 이 악어는 무엇을 먹었을까요? 브라질 연구진은 이 악어가 살았던 지역에서 여러 대형 어류 및 거북, 그 외에 여러 동물이 발견된 사례가 있다는 점을 들어서 이 악어의 먹이가 매우 다양하였으리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오늘날 카이만 악어들은 어릴 때 연체동물 및 어류를 잡아먹다가 성장하면서 더 큰 먹이를 잡아먹습니다. 브라질 연구진은 푸루스사우루스 또한 카이만 악어처럼 어릴때는 작은 동물을 잡아먹다가 성장하면서 다른 거대 동물을 잡아먹었을 것이라고 추정하였습니다.

  그런데 연구진은 동시에 논문에서 한가지 재미있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바로 푸루스사우루스가 과일을 먹었을 것이라는 주장이지요. '에이~ 악어가 무슨 과일을 먹어?'하는 생각이 드실 것입니다. 몇몇 유사과학단체에서 티라노사우루스가 초식을 하였을 것이란 주장이랑 비슷한 거 아닌가 싶지만...티라노사우루스와는 다르게 오늘날 악어들이 과일을 먹는 사례는 실제로 관측되어서 보고된 바가 있습니다. 이런 사례는 오늘날 카이만, 엘리게이터, 크로코다일 모두에서 관측된 바 있습니다. 악어가 과일을 먹는 이유는 영양분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식물에서 얻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섭취하기 위해서이지요.  그러니 어쩌면 푸루스사우루스도 오늘날 악어처럼 과일을 먹었을지도 모릅니다.

 

식물 필로덴드론 비핀나티피둠(Philodendron selloum)의 과일을 먹는 어린 넓은코 카이만(Caiman latirostris ). 출처- Brito et al., (2002).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악어가 초식동물처럼 적극적으로 채식만 하는 거는 아닐 것입니다. 악어의 주식은 당연하겠지만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육식입니다. 화석기록을 보면 푸루스사우루스에게 당한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발견된 사례가 있습니다. 2020년에는 이 악어에게 당한 것으로 보이는 나무늘보의 화석이 보고되기도 하였습니다. 아르헨티나와 페루의 공동 연구진은 아마존강의 지류중 하나인 나포강(Napo river)인근에서 발견된 땅늘보 슈도프레포테리움(Pseudoprepotherium sp.)의 경골, 그러니까 정강이 뼈 화석을 학계에 보고하였습니다. 이 다리뼈에는 여러 물린 흔적이 존재하였습니다. 무려 46개나 존재하였지요. 이빨 자국의 지름도 3-15mm로 다양하게 나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이 다리뼈가 발견된 지역의 악어 종류를 살펴본 결과, 이 이빨자국을 남긴 범인을 어린 푸루스사우루스로 결론 내렸습니다. 대략 4미터쯤 된 아성체가 이 땅늘보를 공격하였던 것으로 말이죠.

푸루스사우루스에게 물린 흔적이 남은 슈도프레포테리움의 다리뼈. 출처- Pujos & Salas-Gismondi (2020).
푸루스사우루스에게 공격당하는 슈도프레포테리움의 모습 복원도. 출처- Pujos & Salas-Gismondi (2020).

 

3. 악어의 거대화

  그러면 대체 이 악어는 왜 이렇게 거대하게 진화하였던 걸까요? 여기에는 크게 2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우선 이 악어는 매우 강력한 무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강력한 힘을 내는 크고 강력한 턱이 무는 힘을 버티기 위해서 몸집이 같이 커졌다는 이유가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이 악어의 생리학적 이유 때문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변온 동물들은 더운 지역에서 살수록 몸집이 더 큰 경향이 있기에 (악어의 경우에도 콜로라도, 랭겔섬 등등에서 사는 악어보다 열대기후에서 서식하는 악어가 더 몸집이 큰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푸루스사우루스도 마찬가지 아니었냐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보아야 할 부분은 전자, 그러니까 턱의 힘입니다. 푸루스사우루스의 두개골을 보면 코뼈의 길이가 전체 두개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략 2/3 정도입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강한 무는힘을 내기 좋도록 코의 길이가 뒤로 줄어든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주둥이의 길이가 길수록 먹이를 물때 무게중심의 이동으로 인해서 버티기가 어렵기에 (지렛대나 시소의 원리를 생각해 보면 쉬울 겁니다.)전체 주둥이의 길이가 짧아진 것이죠. 실제로 푸루스사우루스처럼 주둥이가 넓게 발달된 악어들의 경우에는 먹이를 물때 턱의 안쪽, 정확히는 눈앞의 대략 이마쯤 부분에서 회전력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 회전력이 일어나는 위치는 주둥이에서 매우 강력한 힘이 가해지는 중심지입니다. 푸루스사우루스의 두개골을 보면 이마부분을 이루는 뼈가 매우 두꺼운데 이 힘을 버티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뭔가 이야기가 좀 복잡하게 가는듯 하는데 간단하게 이야기해 보자면, 이 악어들은 매우 강력한 무는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무는 힘을 내고(강한 힘은 강한 근육에서 나오니까요!) 또 버티기 위해서 크고 강한 두개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는 곧 몸집의 거대화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둥이가 넓은 악어가 턱으로 강하게 물 경우, 이마 앞부분에서 회전력이 발생하여 강한 압력이 가해지게 된다. 출처- Busbey, & Thomason (1995).

 

 

4. 땅의 이동과 초대형 악어의 멸종

 지질학적으로 상당히 최근 시기인 1만 년 전 즈음까지 살았던 초대형 악어 푸루스사우루스. 그런데 이 악어는 왜 멸종하였을까요? 언뜻 봐서는 이 악어를 위협할만한 무서울 게 없어 보이는데 말입니다. 아무리 무서울 것이 없어보이는 초대형 악어라도 지구에서 생물인 이상 지구에 어떤 변화가 있다면 그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이 악어가 살던 마이오세 시기에는 지구에 아주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마이오세는 지구의 여러 장소의 지형이 오늘날과 유사해지는 모습으로 변화하기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 남미에는 오늘날 서북부에 존재하는 그 거대한 산맥, 안데스산맥이 서서히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7백만 년 전에서 2백만 년 전 사이 대략 4백5십만 년 전에 안데스산맥이 대규모로 융기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지구의 땅 아래 지각을 이루는 판과 판의 움직임 때문입니다. 남미대륙을 떠받들고 있는 남미판, 태평양과 남미의 경계를 떠받드는 나즈카판, 남미와 남극대륙 사이를 떠받드는 남미판끼리 충돌로 인하여서 나즈카판과 남극판이 남미판 아래로 밀려들어가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안데스산맥의 융기 자체는 공룡이 살던 시기에도 약간씩이나마 일어났지만, 극단적인 대규모 융기는 마이오세 후기인 4백 5십만 년 전 즈음에 일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땅이 움직여서 지형이 바뀌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안데스산맥의 대규모 융기가 일어나자 아마존강의 모습에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본래 1천만 년 전에 아마존강은 외부로 흐르지 않는 거대한 습지였습니다. 그런데 안데스산맥의 융기로 인해서 밀폐된 습지에서 바다로 향하는 강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거대한 습지에서 사는 것에 익숙하였던 푸루스사우루스는 이런 극단적인 변화에 적응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비슷한 시기 아마존강에서 살았던 매너티는 습지에서 강으로 변하는 것에 맞추어서 바다로 나아가는 방식으로 적응하였지만 푸루스사우루스는 그렇지 못하였지요. 푸루스사우루스의 멸종은 자연선택의 좋은 예시라고 볼수 있습니다. 아무리 강력한 포식자이며 공포의 존재였다고 해도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멸종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지요.

바다소의 진화 3편 보러 가기

  과거에는 매우 거대한 악어가 살았다는 것을 우리는 화석기록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자 그런데 과연 과거에 살았던 악어들은 거대하기만 하였을까요? 다음 글에서는 과거에 살았던 악어 중에서 특이하게 생긴 악어에 대해서 간략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계속)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Purussaurus

 

https://en.wikipedia.org/wiki/Andes#Ge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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