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파충류

특이한 악어들(4). 이빨이 매우 특이한 악어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3. 6. 2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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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어는 공룡보다 더 이전 시기에 지구상에 나타났습니다. 2억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악어는 여러 모습으로 진화하였으며, 그중에는 매우 특이한 모습으로 진화한 사례도 있습니다. 1편, 2편에서 소개하였던 초대형 악어들 역시 그중 하나였습니다. 오늘날 악어들은 모두 물에서 반수생으로 생활합니다. 물속에서 매복하여서 먹잇감을 덮치는 식으로 사냥을 하지요. 하지만 화석기록을 보면 과거에 살았던 악어 중에서는 물속이 아닌 육지에서 먹잇감을 사냥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종류도 있습니다. 화석기록을 보면 지질학적으로 매우 최근 시기인 마이오세~플라이스토세, 그러니까 대략 2천만 년 전에서 1만 년 전까지 살았던 악어 중에도 육지에서 살았던 악어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메코수쿠스아과(Mekosuchinae)에 속한 악어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이들은 전반적으로 몸집이 작고 육상생활을 하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메코수쿠스아과에 속한 악어 중에서 특이한 이빨을 가진 악어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오늘날 호주에 소식하는 바다악어.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Saltwater_crocodile

 

1. 호주에서 발견된 작은 악어

  1981년에 호주 퀸즐랜드 박물관 소속의 랄프 몰나르(Ralph Molnar)박사는 퀸즐랜드 동쪽의 케이프 요크반도에서 발견된 새로운 악어를 학계에 보고하였습니다. 티 트리 동굴(Tea Tree Cave)이라는 곳에서 발견된 이 악어는 두개골의 일부 부분 (주둥이, 얼굴 부분, 코뼈, 입천장, 이빨)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빨의 형태 및 턱뼈에서 이빨이 위치하 구멍인 치조(alveoli)의 형태를 미루어보아 새로운 종류인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몰나르 박사는 이 악어에게 퀸카나 포르티로스트룸(Quinkana fortirostrum)이라는 학명을 붙여주었습니다. 이 악어의 표본은 현재 시드니 호주 박물관, 퀸즐랜드 박물관, 독일 지구 역사 박물관, 미국 필드 자연사 박물관과 버클리 고생물학 박물관, 페보디 자연사 박물관에 보관되고 있습니다.

케이프 요크반도의 위치.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Australia

 

퀸카나의 주둥이. 스케일바 5cm. 출처- Molnar (1981).

    퀸카나는 총 4종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중에서 두개골의 형태가 '비교적' 온전히 보존된 종은 처음에 보고된 포르타로스트룸종(Q.fortirostrum)이랑 티마라종(Q. timara)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둘을 비교해 보면 두개골의 형태가 조금 다릅니다. 퀸카나 포르타로스트룸은 넓은 주둥이를 가진 반면, 퀸카나 티마라(Q. timara)종의 경우에는 좁은 주둥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퀸카나의 두개골 차이. 출처- Megirian (1994).

 

2. 퀸카나의 이빨

  퀸카나의 이빨은 다른 악어와 비교하였을 때 형태가 매우 달랐습니다. 대부분의 악어의 이빨은 두껍고 둥근 원뿔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이빨 표면에 딱히 톱날 같은 구조가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퀸카나의 이빨은 달랐습니다. 우선 이빨이 측면으로 납작한 형태를 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형태가 칼날과 비슷한 구조였으며 이빨의 전, 후면으로 톱날과 같은 날이 작게 서 있었습니다.

퀸카나의 이빨. 출처- Sobbe et al., (2013).
오늘날 악어의 이빨.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Crocodile_teeth_%283934658995%29.jpg

  또한 위에서 언급하였던 치조, 그러니까 턱에 있는 이빨이 들어가는 구멍의 형태 또한 다른 악어와는 달랐습니다. 대부분의 악어는 이 구멍의 구조가 원형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악어는 이빨의 형태를 따라서 길게 늘어난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종합자면 이 악어는 이빨의 구조가 오늘날 악어와는 매우 달랐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육식공룡에 더 비슷한 이빨을 하고 있습니다.

 

3. 퀸카나의 생태

  오늘날 악어와는 이빨의 구조가 달랐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이는 퀸카나가 오늘날 악어와는 악어가 먹이를 먹는 습성이 달랐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살아가는 방식이 달랐을 것이란 걸 뜻합니다. 퀸카나는 먹이를 잡을 때 먹이를 쫓아서 달려가서 잡는 식으로 사냥을 하였을 것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빨의 형태 차이에서 왜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요? 오늘날 악어는 먹이를 매복하였다가 덮치는 식으로 사냥을 합니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한번 잡은 먹이가 도망가지 못하게 꽉 붙잡는 것입니다. 그에 맞추어서 먹이를 잡을때에도 꿰뚫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반면에 육지에서 먹이를 쫓아가서 잡는 동물이라면 먹이에 최대한 많은 상처를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악어들은 먹이를 뚫는 이빨을 가져봐야 제대로 먹이를 사냥하기도 어렵습니다. 먹이를 붙잡아봐야 먹이가 뿌리치고 달아날 수 있으며 (오늘날 물에서 사는 악어도 먹이를 붙잡기만 하는 게 아니라 물속으로 끌고 가서 익사시키는 방법으로 사냥합니다.) 잘못하면 이 과정에서 턱을 다칠 수도 있지요. 이럴때는 차라리 먹이를 붙잡는 것보다는 먹이에게 상처를 내는 쪽이 더 유리합니다. 먹이에 상처를 내서 먹이가 피를 흘리게 되면 점차 체력이 빠지고 멀리 달아나지 못해서 결국 쓰러지고 마니까요. 따라서 퀸카나는 오늘날 악어와는 달리 육지에서 살았던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다만  퀸카나는 반수생으로 살았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2002년에 호주 뉴잉글랜드 대학교의 스테판 로(Stephen W Wroe)교수는 퀸카나가 육상생물로 인정받기에는 해부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동굴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이 무조건 육상생물이라고 인정받기에는 어렵다는 점, 몇몇 반수생 생물들도 육지에서 화석이 발견된다는 점을 들어서 퀸카나가 반수생이었을 가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다만 반수생설은 그리 크게 지지받는 주장까지는 아닌 것 같지만 말이죠...

  2017년에 호주  뉴 사우스 웨일스 대학교와 호주 중앙박물관의 공동 연구진은 호주 동북부지역에서 발견된 몇몇 악어화석들의 골반뼈를 조사한 연구결과를 학계에 보고하였습니다. 연구진이 보고한 악어의 골반뼈 중에는 다른 악어와는 다르게 다리의 형태가 일직선에 가까운 직립으로 걷는 것에 적합한 구조의 악어의 골반화석이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아직 이 골반이 퀸카나의 것이 맞는지는 완전히 확실하지는 않지만, 퀸카나의 이빨 구조로 미루어 보았을 때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짐작은 할수 있을듯 합니다. 퀸카나의 추가적인 화석기록이 발견되면 보다 분명히 할 수 있겠지요.

 

직립보행에 적합한 골반을 가진 악어의 골반화석. 스케일 바 2cm. 출처- Stein et al., (2017).

  

4. 퀸카나의 멸종

  어찌 되었든 간에 퀸카나는 분명 악어이지만 오늘날 악어와는 다른 특징이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화석기록을 보면 이 악어는 2천8백만 년 전부터 대략 1만 년 전 즈음까지 살다가 멸종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이 악어는 왜 멸종을 피하지 못한 것일까요? 만일 퀸카나가 정말로 스테판 로워교수의 주장대로 반수생이었다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2020년에 호주 연구진은 멸종원인이 호주에서 일어난 환경의 변화 때문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빙하기가 서서히 끝나갈 조짐을 보이면서 호주 동북부의 강가는 대부분 마르면서 초원지대가 되었습니다. 기후가 변하면서 생긴 영향이지요. 이에 다른 악어들은 바닷가 지역으로 이주하여 살아남았지만, 퀸카나는 그 이주에 실패하여서 멸종하였다는 것입니다. 이 시기는 퀸카나뿐 아니라 호주에 살았던 다른 여러 대형동물 역시 기후변화로 인하여 일어난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하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퀸카나가 반수생이었을 경우에만 적용되는 부분입니다. 퀸카나를 처음 보고한 몰나르 박사, 그리고 대부분의 학자들이 주장한대로 퀸카나가 완전히 육상 악어였다면...글쎼요. 아마 기후 변화로 인하여 환경이 바뀌면서 일어난 일로 멸종하였겠지만 그렇다면 정확히 어떤 일이 있어서 멸종하였는가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한 듯 합니다.

 퀸카나는 특이한 이빨구조로 인해서 오늘날 악어와는 매우 다르게 살았다는 점만은 분명한 동물입니다. 퀸카나가 속한 메코수쿠스아과에 속한 악어들도 마찬가지였겠지요. 육상에서 살았으니까요. 심지어 그중에는 '혹시 얘네는 나무에서 살지 않았을까?'하는 주장이 나오는 악어도 있었습니다. 근거가 부족하기에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요...

  퀸카나, 그리고 메코수쿠스아과는 악어들의 다양성이 상당히 컸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차후에 악어의 진화사에 대한 연구가 더 많이 이루어져서 이 멋진 파충류에 대한 더 많은 비밀이 밝혀지기를 바랍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Quinkana#cite_ref-SteinYatesHandArcher2017_18-0

 

https://en.wikipedia.org/wiki/Trilophosuchus#cite_note-AM-6

 

Hocknull, S. A., Lewis, R., Arnold, L. J., Pietsch, T., Joannes-Boyau, R., Price, G. J., ... & Lawrence, R. A. (2020). Extinction of eastern Sahul megafauna coincides with sustained environmental deterioration. Nature Communications, 11(1), 2250.

 

Megirian, D. (1994). A new species of Qujnkana molnar (Eusuchia: Crocodylidae) from the Miocene Camfield beds of Northern Australia. Beagle: Records of the Museums and Art Galleries of the Northern Territory, The, 11, 145-166.

 

Molnar, R. E. (1981). Pleistocene ziphodont crocodilians of Queensland. Records of the Australian Museum, 33(19), 803-834.

 

Sobbe, I. H., Price, G. J., & Knezour, R. A. (2013). A ziphodont crocodile from the late Pleistocene King Creek catchment, Darling Downs, Queensland. Memoirs of the Queensland Museum-Nature, 56(2), 601-606.

 

Stein, M. D., Yates, A., Hand, S. J., & Archer, M. (2017). Variation in the pelvic and pectoral girdles of Australian Oligo–Miocene mekosuchine crocodiles with implications for locomotion and habitus. PeerJ, 5, e3501.

 

Wroe, S. (2002). A review of terrestrial mammalian and reptilian carnivore ecology in Australian fossil faunas, and factors influencing their diversity: the myth of reptilian domination and its broader ramifications. Australian Journal of Zoology, 50(1),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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