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은 아니지만 공룡으로 자주 오해를 받는 동물은 여럿이 있습니다. 디메트로돈과 같은 단궁류(이들은 공룡보단 사람에 더 가깝습니다.)나 하늘을 날았던 익룡, 그리고 물속에서 살았던 어룡, 수장룡이 있지요. 특히 익룡과 어룡, 수장룡은 공룡과 같은 시대에 살았다가 같은 시대에 멸종하였기에 공룡으로 오해를 받고는 합니다. 모르는 분들이 보면 공룡과 매우 흡사하니 더욱 그렇지요.
수장룡은 바다에서 살았던 목이 긴 분류군 플레시오사우루스상과(Plesiosauroidea)와 플리오사우루스상과(Pliosauroidea), 그리고 양쪽 모두에 속하지 않는 로말레오사우루스과(Rhomaleosauridae)로 나누어집니다. 이중에서는 플레시오사우루스나 엘라스모사우루스처럼 목이 긴 종류도 있었지만 크르노사우루스처럼 목이 짧은 종류도 있었죠.
그런데 이렇게 여러 분류군이 속한 수장룡에 대해서 한가지 미스터리인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들의 비늘이지요. 이들의 화석은 19세기서부터 발견됐으나 모두 뼈 화석만 발견되었을 뿐 비늘의 흔적이 발견된 사례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학계에서 신체의 비늘의 흔적이 보존된 수장룡의 화석을 연구한 사례가 보고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연구 사례에 대해서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화석 표본
1940년에 독일 남부에 있는 쥐라기 초기(1억 8천4백만 년 전 즈음)에 만들어진 포시도니아 셰일(Posidonia Shale)에서 몸길이 4.5미터의 수장룡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화석은 무려 80년이 지난 2020년이 돼서야 화석 처리가 이루어졌죠 (이 화석 같은 경우는 2차세계대전 동안 파손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정원에 몇 년간 묻혀있기도 하였다고 합니다.).이 화석에는 MH7이라는 표본 번호가 부여되었습니다. 이 화석은 현재 독일 홀츠마덴에 있는 우르벨트 박물관(urwelt-museum)이라는 곳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수장룡의 화석이야 기존에도 발견된 사례가 여러 번 있었지만 이 화석표본에는 수장룡의 비늘의 형태를 유추할 수 있는 연부조직이 보존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연부조직이 보존된 화석은 기존에도 8차례나 발견된 사례가 있지만 그 연부조직에 대한 상세한 연구는 이번 포스팅에서 다루는 연구가 사실상 처음이라고 합니다.
(2). 수장룡의 비늘
지난 2월 6일에 스웨덴의 룬드 대학교의 미구엘 마르크스(Miguel Marx)연구원과 공동 연구진은 이 수장룡의 표본을 연구한 결과를 학계에 발표하였습니다.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이 파충류의 신체는 전반적으로 오늘날 바다 거북처럼 매끈하고 모자이크 형태의 비늘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파충류의 지느러미 부분에는 다른 모습의 비늘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지느러미에 있는 비늘은 매끄럽지 않고 삼각형 형태에 가까운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즉, 수장룡은 신체 부위에 따라서 다른 형태의 비늘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3). 왜 이런 구조의 비늘을 가지고 있었을까?
그렇다면 이 물속에서 살았던 파충류는 왜 이런 두가지 형태의 비늘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연구진은 이러한 형태를 물에서 생활하는 데 있어서 이루어진 진화의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이 파충류는 물속에서 둥둥 떠다니기만 한 것이 아니라 빠른 속도로 유영을 하는 바다 생물을 쫓아가서 잡아먹었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빠른 속도로 헤엄을 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매끄러운 비늘은 큰 도움이 됩니다. 매끄러운 비늘로 인해서 물속에서 유영을 할때 물의 저항을 줄일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지느러미의 비늘은 무엇일까요? 이 비늘 역시 유영을 할때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들은 물속에서 유영을 할때 지느러미를 이용해서 추진력을 냅니다. 그런데 지느러미 표면이 너무 매끄러우면 추진력을 낼 때 근육에 힘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추진력을 내기 위해서는 물을 거슬러야 하는데 매끄러우면 그게 쉽지 않기 때문이죠. 그리고 연구진은 아마 이 지느러미가 해저 바닥에 있는 생물을 먹을 때도 도움이 되었으리라고 합니다. 바닥에서 먹이를 먹을 때 지느러미를 움직여서 몸이 해저 바닥에 가라앉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죠.
(참고: 수장룡의 목은 왜 길었을까?)
자 이번 연구에서는 비늘의 흔적을 통해서 과거 바다에서 살았던 파충류의 생활사에 대해서 다룬 연구를 소개하였습니다. 오늘날 척추동물의 화석은 대부분 단단한 뼈만 남아있지만 동시에 이런 연구처럼 뼈 이외의 다른 신체조직이 화석으로 남기도 합니다. 그중엔 부드러운 연부조직으로 이루어진 기관도 있습니다. 우리 몸의 대표적인 연부조직으로 이루어진 기관이라면 머리에 있는 두뇌가 있죠. 다음 포스팅에서는 공룡의 두뇌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newatlas.com/biology/plesiosaurs-smooth-skin-scales/
(NEW ATLAS: Plesiosaurs may have combined skin and scales for better swimming and feeding)
Marx, M., Sjövall, P., Kear, B. P., Jarenmark, M., Eriksson, M. E., Sachs, S., ... & Lindgren, J. (2025). Skin, scales, and cells in a Jurassic plesiosaur. Current Biology.
이번 포스팅에서 잠시 홍보를 하나 해보겠습니다. 2025년은 세계 뇌주간입니다. 그래서 3월 10일부터 16일까지 대전에 있는 국립중앙과학관과 과학까페 쿠아에서 두뇌와 관련된 행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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