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노사우루스의 몸길이는 12m이며 몸무게는 7t, 트리케라톱스는 몸길이 9m에 9t... 어릴적에 읽었던 공룡책들을 보면 거의 항상 소개된 내용입니다. 공룡백과사전을 펼쳐보면 주로 몸길이와 몸무게에 대한 내용이 나오지요.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점이 생기게 됩니다. 몸길이야 화석으로 발견되는 전신을 복원하면 알 수 있다 해도, 몸무게는 어떻게 알 수 있는 걸까요? 화석의 무게를 직접 재봐야 실제 몸무게랑은 많이 다를 텐데 말이죠(왜냐하먄 실제 뼈와 화석의 성분에서 차이가 있고-뼈를 이루는 성분이 돌을 이루는 성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지요.- 거기에 더해서 뼈의 빈 틈도 광물로 채워져 있기도 하지요.).
사실 공룡의 몸무게를 아주 정확하게 측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사람도 사람마다 몸무게가 100kg을 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50kg, 심지어 40kg도 안 나가는 매우 가녀린 사람도 존재하기 때문이죠. 즉, 사람마다 차이점이 있는 것처럼 공룡 역시 개체마다 차이점이 존재하였을 겁니다. 거기에 또 다른 이유로는 이들이 멸종하여서 지금은 돌로 성분이 바뀐 뼈만 남아있다는 것이죠. 근육이나 살이 남아있지않으니(부드러운 연부조직이 남은 사례는 있으나, 여기서는 일반적인 경우만 이야기 하겠습니다.)실제 몸무게를 오늘날 저울이나 체중계로 측정해보는 건 불가능하지요.
과학자들은 공룡의 무게를 측정하는 방법을 크게 2 가지로 고안해내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체적-밀도 접근(volumetric-density approach)이란 방법이며, 다른 하나는 스케일링 확장 접근(extant scaling approach)이라는 방법입니다. 이 둘은 무슨 차이점이 있을까요?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를 응용한 방법 체적-밀도 접근방식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들은 아마 아르키메데스라는 이름을 한 번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위대한 고대의 수학자이자 발명가였지요. 안타까운 죽음을 맞게 된 그는 한가지 사건으로 아주 유명합니다. 바로 왕의 명령으로 왕관에 손상을 입히지 않고 순금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불순물이 섞인 것인지를 밝혀내는 것이었지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방법을 알 수 없어 목욕이라도 하려 한 그때 그는 물속에 들어간 순간 자신의 몸무게 때문에 물이 솟아오른 것을 발견합니다. "유레카!!!"그는 이것을 보고 너무 기뻐서 옷을 입는 것도 잊어버리고 유레카를 외치면서 길거리를 뛰어다녔다고 하지요. 그가 생각해낸 방식은
1. 왕관을 물어 넣어서 넘치는 물의 양을 측정한다.
2. 왕관과 동일한 무게의 금덩어리를 물에 넣어서 넘치는 물의 양을 측정한다.
3. 만일 왕관이 순수 금으로 만들어졌으면 금덩어리와 같은 부피를 지녔기에 넘치는 물의 양이 같을 것이고, 불순물이 섞여 있다면 물이 더, 또는 덜 넘칠 것이다.
이 일화의 끝은 왕관을 물에 넣을 때 물이 더 솟음으로써 불순물이 섞여 있었다는 결론으로 끝나게 되었지요. 이 일화를 통해서 아르키메데스의 원리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는 간단하게 말해서 이것이지요.
'물체가 유체 속에 있을 때 받는 부력은 물체의 부피만큼 해당하는 유체의 무게와 같다.' 즉, 물체의 무게는 물체가 액체에 있을 때 솟아오르는 물의 무게와 물체의 부피가 동일하며 그만큼의 부력을 받는다는 것을 뜻하지요.
그러면 이 일화에서 나온 이야기가 공룡의 무게와 어떻게 연관이 될까요? 1905년 미국의 고생물학자 그레고리는 목 긴공룡 브론토사우루스의 몸무게를 측정해보기 위해서 브론토사우루스의 석고 모형을 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물에넣고 물이 얼마나 솟는지를 측정하였습니다. 바로 아르키메데스의 원리이지요. 그렇게 솟아오른 물의 양을 측정한 다음, 석고 모형과 실제 브론토사우루스의 크기 비율을 계산한 결과 31t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당시에는 목 긴 공룡들은 물속에서 살았다는 주장이 대세였기에 물보다 공룡의 신체의 밀도가 더 높을 것으로 추정하던 시기였습니다. 따라서 계산한 결과에다가 10%의 무게를 더하여서 34.1t이라는 값을 얻어내었습니다. 공룡의 신체가 물보다 밀도가 더 높다면 같은 무게의 물보다 밀도가 낮은 것보다 무게가 더 나갈 테니까요.
그로부터 수십 년 후인 1962년 콜버트라는 고생물학자가 다른 방식으로 접근을 하였지요. 먼저 그레고리가 사용하였던 석고 모형은 여러 개의 부품으로 나누어져서 조립해야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에 반해서 콜버트는 하나의 통짜 모형을 제작하였고 물이 아닌 모래에 담가서 측정을 해보았습니다. 모래가 얼마나 솟는지를 알아본 것이지요. 그 결과 무게가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그러면 다른 방법 스케일링 확장 접근은 무슨 방법으로 공룡의 무게를 측정하는 것일까요?
다리의 둘레와 수학 공식을 이용한 접근법-스케일링 확장 접근
인간을 포함한 다리를 가진 육상 생물은 몸의 무게를 다리로 버팁니다(해양생물은 부력을 받아서 떠오르기 때문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물론 바다거북처럼 육지로도 올라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요.). 스케일링 확장 접근 방식은 바로 여기에 기반을 둔 방식으로 특정 한 종류의 생물보다는 생물을 포함하는 생물의 분류군의 몸무게를 측정할 때 사용되는 방식입니다. 주로 포유류나 조류의 분류군의 무게를 측정할 때 사용되지요.
수학적 계산을 통한 체중 측정이라는 이 방법은 1980년도에 고안된 방법입니다. 생물이 몸무게를 버티는 다리의 맨 끝부분, 그중에서 신체에 바로 닿는 부분의 둘레 값을 공식에 대입하는 방식이지요. 공식은 공룡이 두 발로 걷는가 네발로 걷는가에 따라 달랐습니다. 네발로 걸으면 앞다리, 뒷다리를 모두 체중을 버티는 데 사용하는 반면 두 발로 걸으면 뒷다리로만 체중을 버티면 되기 때문이지요.
네 발로 걸어다녔던 공룡의 체중을 구하는 첫 공식은 다음과 같았습니다(여기선 공식만 살펴보겠습니다.).
이 공식은 수정에 수정을 거쳐서 2017년에 최종적으로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변하였습니다.
한편 두 발로 걸어 다니던 공룡의 체중을 구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두발로 걸어 다녔기에 4발로 걸었던 공룡과는 달리 넓적다리뼈의 둘레만 있으면 됩니다.
아직 공룡의 체중을 재는 방식은 계속 연구되고 연구되고 있습니다. '공룡의 체중이 그렇게 중요한가? 왜 굳이 그런걸 알아내기 위해 수십년동안 고민하는 것인가?'하는 의문이 생기실 듯 합니다. 공룡은 과거 중생대에 매우 번성하던 생물이었습니다. 그리고 생태계에서 여러 영역을 차지하였던 존재였지요. 그런 생물의 체중은 곧 과거 공룡의 생태를 이해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목이 긴 용각류 공룡은 얼마나 많은 나뭇잎을 먹었을 것이며 그를 감당하기 위해서 지구에는 얼마나 많은 숲이 있었을까? 그리고 그만큼 많은 숲이 있었으면 지구의 모습은 현재와 어떻게 달랐을까? 이러한 의문들을 풀기 위해서 공룡의 체중을 알아내는 것은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공룡의 생태계, 더 나아가서 중생대 당시의 모습을 알아보는 데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연구 출처-
Campione, N. E., & Evans, D. C. (2020). The accuracy and precision of body mass estimation in non‐avian dinosaurs. Biological Reviews.
'논문을 읽다 > 공룡 및 조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룡의 이빨 갈이-공룡은 얼마나 자주 이빨을 갈았을까? (0) | 2021.01.08 |
---|---|
트리케라톱스는 뿔을 어떻게 사용하였을까? (0) | 2020.11.02 |
스텔라사우루스-북미에서 발견된 중간단계 뿔공룡 (0) | 2020.08.02 |
공룡의 발자국과 새의 발자국-깊이에 따른 발자국 형태의 차이점 (1) | 2020.07.20 |
사냥꾼 벨로키랍토르-예민한 귀와 눈을 가진 사냥꾼 (1) | 2020.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