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치과 가시는 걸 좋아하시나요? 아마 치과에 치료받으러 가는 걸 좋아하는 분은 없을 겁니다. 아프고 비싸니까요. 성인이 되어도 치과에 가는걸 무서워하는 분들은 엄청 많습니다(사실... 저도 그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치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는 항상 생각나는 동물이 있습니다. 바로 상어죠. 상어는 이빨을 아주 쉽게 바꾸는 동물입니다. 이 비밀은 바로 상어의 턱에 있지요. 상어의 이빨은 형태가 매우 특이하게 턱에 붙어있습니다. 사람과는 달리 상어는 이빨의 끝부분이 턱에 살짝 붙어있는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빠지기가 매우 쉬운 구조이지요. 거기에 더해서 상어는 이빨이 평생 다시 생기고 생기는 동물입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상어에겐 영구치란 개념이 없습니다. 상어의 턱을 보면 이빨이 평생 다시 자라고 또 다시 자라는 데다가 빠지기 쉬운 컨베이어 밸트 구조를 하고 있지요. 덕분에 이빨이 빠져도 다음 대치 이(replacement tooth)가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이렇게 이빨이 다시 자라는 구조는 사실 상어만의 특징은 아닙니다. 파충류 역시 이빨이 평생에 걸쳐서 다시 자라고 또 빠지면 다시 자라는 구조이지요. 이렇게 이빨이 계속 자라는 특징은 공룡들도 가지고 있음을 이빨 화석을 통해서 알수 있습니다. 공룡 이빨에서 대치 이의 흔적이 바로 그것이지요.
공룡의 이갈이 속도
그러면 공룡은 얼마나 자주 이빨을 갈았을까요? 1996년 당시 박사 과정중이었던 현재 플로리다 대학교의 그레고리 M.에릭슨 교수는 악어와 백악기 후기에 살았던 악어류 레이디오수쿠스, 여러 초식공룡(에드몬토니아, 트리케라톱스, 람베오사우루스아과, 파라사우롤로푸스, 마이아사우라, 에드몬토사우루스)과 육식공룡(데이노니쿠스, 트로돈, 알베르토사우루스류, 티라노사우루스)의 이빨 화석을 분석한 연구를 발표하였습니다. 이빨에 존재하는 본 에브너 발육선-이빨이 자라면서 법랑질, 상아질에서 보이는 층-을 조사하였죠. 그 결과, 육식공룡보다 초식공룡이 이빨을 더 빨리, 그리고 더 자주 갈았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즉, 초식공룡이 이빨을 더 자주 갈았다는 것이죠. 특히, 뿔공룡과 하드로사우루스류같은 공룡은 이빨을 가진 동물 중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자주 갈았다고 합니다.
육식공룡의 이갈이 속도
미국의 아델피 대학교와 스토니 브록 대학교, 오하이오 대학교, 노스 캐롤라니아 자연과학 박물관의 연구팀에서 2019년에 공룡의 이갈이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였습니다. 연구팀은 육식공룡 마준가사우루스, 케라토사우루스, 그리고 알로사우루스의 이빨 갈이에 대해서 연구를 하였는데, 공룡들의 이빨과 턱을 CT로 스캔을 하여서 턱과 이빨의 조직을 분석하였지요. 그 결과 마준가사우루스는 56일마다, 알로사우루스는 104일마다, 케라토사우루스는 107일마다 이빨을 갈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서 공룡의 이빨 갈이 속도는 생태, 그리고 진화계통수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초식공룡들은 주로 질긴 식물을 먹기 때문에 이빨이 닮게 되는 속도가 대부분의 육식공룡보다 훨씬 더 빨랐을리라고 볼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초식공룡이 육식공룡보다 이빨을 더 빨리 갈았다는 것입니다. 즉, 대부분의 육식공룡은 부드러운 살점을 이빨로 뜰어 먹었기 때문에 질긴 식물을 먹었던 초식공룡보다 이빨을 덜 갈아도 괜찮았다는 것이죠. 단, 이번 연구를 통해서 볼 수 있듯이 마준가사우루스는 이 갈이 속도가 웬만한 초식공룡 못지않게 빨랐죠. 연구진은 마준가사우루스의 먹이를 먹는 습성에서 그 원인이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2003년에 보고되었던 마준가사우루스가 다른 마준가사우루스를 먹었던 흔적이 발견된 화석을 보면, 마준가사우루스는 먹이를 먹을 때 단단한 뼈까지 손상시켜서 먹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연구진은 마준가사우루스의 경우에는 이러한 습성이 이빨을 더 자주 갈게 한 원인이었으리라고 보고 있지요.
그렇다면 티라노사우루스는 어떨까요? 티라노사우루스는 먹이를 먹을 때 뼈까지 부수어서 먹었다는 흔적이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연구진은 티라노사우루스의 경우엔 이빨을 자주 갈았던 대신 이빨을 튼튼하게 진화하였기 때문에 이빨을 갈았던 속도는 느렸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였던 것이죠.
스피노사우루스과의 이빨 갈이
2020년 11월에는 스피노사우루스과의 이빨 갈이에 대한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스피노사우루스과는 대부분의 육식공룡과는 다르게 원뿔형의 긴 이빨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속하는 공룡들은 주로 악어와 비슷하게 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으며 물속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공룡들이죠. 모로코에서 발견된 스피노사우루스과의 이빨 5개를 본 에브너 발육선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분석하였죠, 분석한 결과 스피노사우루스과 역시 이빨을 자주 갈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공룡들은 이빨이 자라는 데에 271일이 걸리며, 이빨을 68일에서 59일마다 갈았던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즉, 스피노사우루스, 그리고 그 친척 공룡들은 마준가사우루스를 제외한 다른 육식공룡들보다 이빨을 가는 주기가 매우 빠르고 자주 갈았던 공룡들이었죠.
연구 출처-
Erickson, G. M. (1996). Incremental lines of von Ebner in dinosaurs and the assessment of tooth replacement rates using growth line count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93(25), 14623-14627.
Michael, D. D., O’Connor, P. M., Pascucci, T. R., Gavras, J. N., Mardakhayava, E., & Lund, E. K. (2019). Evolution of high tooth replacement rates in theropod dinosaurs. PloS one, 14(11), e0224734.
Heckeberg, N. S., & Rauhut, O. W. Histology of spinosaurid dinosaur teeth from the Albian-Cenomanian of Morocco: Implications for tooth replacement and ec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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