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공룡 및 조류

공룡의 성적 이형성-성별에 따른 형태의 차이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1. 1. 21. 07:26

  사자, , 공작새 등등..같은 생물임에도 불구하고 성별에 따라 신체에서 차이점을 보이기도 합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 이 둘은 서로 다른 생물이 아닌가?' 할 정도로 말이죠. 이렇게 성별에 따라 신체의 생김새에서 차이점이 나타나는 것을 성적 이형성(sexual dimorphism)이라고 합니다. 성적 이형성은 성별이 있는 생물이라면 제법 흔하게 보이는 특징이지요.

기각류의 성적 이형성. 출처-Mesnick, S., & Ralls, K. (2018)

성적 이형성은 단지 오늘날 살아있는 생물에서만 보이는 특징은 아닌 듯 합니다. 화석기록에서도 성적 이형성이 나타나기도 하지요. 이번 글에서는 공룡의 성적 이형성에 대한 예시를 하나 이야기 하려 합니다.

 

지붕 도마뱀 스테고사우루스

 

스테고사우루스. 성인용 공룡 책부터 유아용 공룡 책에서까지 흔히 보이는 유명한 공룡으로 등에 여러 개의 큰 골판을 가진 공룡입니다. 그리고 꼬리 끝에 가시 뼈 4개가 2쌍씩 꼬리 측면에 붙어있는 공룡이지요. 이 공룡에게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라면 바로 목부터 등, 꼬리까지 죽 나 있는 골판(plate)이지요. 이 특이한 골판은 현재 살아있는 동물 중 어떤 동물에서도 보이지 않는 특징이기 때문에 스테고사우루스가 처음 발견될 당시 복원하기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였습니다.

스테고사우루스. 출처-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Stegosaurus_stenops_sophie_wiki_martyniuk_flipped.png
스테고사우루스의 초기 복원도. 스테고사우루스가 처음 발견될 당시엔 어떤 형태인지 전혀 알 수가 없어 이런 식으로 복원이 이루어졌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Stegosaurus#/media/File:Dinosaurs_Sci_Am_1884.png

 

이 골판의 용도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워낙 특이한 부위이기 때문이지요. 한때 방어용으로 사용하였다는 설도 있었으나 지금은 큰 지지를 받지는 못하고 있지요. 골판으로 혈관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잘못 다치면 출혈을 일으킬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5년에 영국 브리스톨대학교에서 이 스테고사우루스의 골판에 대한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바로 스테고사우루스의 골판에서 성적 이형성이 발견되었다는 것이지요. 연구를 진행한 에반 사이타 박사(당시 박사과정생)는 와이오밍 공룡센터, 주디스강 공룡 재단, 덴버 자연사 박물관, 하야시바라 자연과학 박물관, 런던 사연사 박물관, 스위스 공룡박물관, 스위스 공룡 박물관 협회, 뉴욕 자연사 박물관에서 소유한 스테고사우루스의 표본 7점의 골판을 조사하였습니다. 그 결과 스테고사우루스의 골판은 크게 2가지 패턴으로 나누어집니다. 너비가 넓고 높이가 짧은 형태, 너비가 짧고 높이가 긴 형태로 나누어지지요.

 

스테고사우루스의 골판. 출처-Saitta, E. T. (2015).

 사이타 박사는 거기에 더 나아가서 스테고사우루스의 골판을 CT로 스캔해서 조직분석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 양쪽 모두 성적으로 성숙한, 다시 말해서 다 자란 개체의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죠.

스테고사우루스의 골판 조직. 출처-Saitta, E. T. (2015).

그러면 왜 이런 차이점이 있는 걸까요? 사이타 박사는 5가지 가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성별과는 상관없는 개체 간의 변이, 한 개체가 두 형태의 골판을 가지는 것, 이종간의 변이, 성장과정에서 변이, 성적 이형성이 바로 그것들이죠. 다만 사이타 박사는 성적 이형성 외에 다른 가능성은 부정하였습니다.

 

성별과 관련 없는 개체 간의 변이

성별과 관련이 없는 개체 간의 변이란 성적 이형성과는 무관한 개체 간 신체적 차이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서 같은 수컷이더라도 크기가 색깔, 기타 차이점이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도 같은 수컷이기에 공통적인 부분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스테고사우루스의 골판은 어떨까요? 사이타 박사는 골판의 길이, 너비 등 형태를 측정하여 데이터 분석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 두 골판은 겹치지 않고 온전히 나누어진 형태라는 결과가 나왔죠. 따라서 이를 토대로 하여 사이타 박사는 이 이 두 가지 형태의 골판이 성별과 관련이 있다고 보았던 것이었습니다. 만일 성별과 관련이 없더라면 차이점이 있다고 해도 공통으로 겹치는 부분이 있어야겠지요.

높이(주황색)와 너비(검은색)를 기준으로 분석한 스테고사우루스의 골판. 둘로 온전히 나누어지는 형태를 하고 있다. 출처-Saitta, E. T. (2015).

한 개체가 두 형태의 골판?

그러면 한 개체가 두 형태의 골판을 모두 지닌 것은 아닐까요? 현재까지 발견된 모든 스테고사우루스는 한가지 형태의 골판만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두 가지 형태의 골판을 모두 지녔을 가능성이 매우 낮지요.

 

다른 종?

그러면 서로 다른 종일 가능성은 어떨까요? 두 골판 모두 같은 층에서 같은 위치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따라서 서로 공존, 어쩌면 무리를 이루었을 수도 있지요. 게다가 각자 다른 형태의 골판을 지닌 두 개체는 골판 외에 다른 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직 골판의 형태만 달랐죠. 따라서 사이타 박사는 다른 종일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본다고 합니다.

 

 

성장 과정에서 변이

성장 과정에서 변이란 공룡이나 조류 등에게서 보이는 특징으로 어린 시절과 다 자랐을 때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커가면서 신체가 변화한다는 것이죠. 이 사례는 다른 공룡들에게서 제법 보이던 사례입니다-공룡의 성장 과정에서 보이는 변화과정에 대한 글(https://dinos119.tistory.com/entry/%EB%B6%80%EB%AA%A8%EC%99%80-%EB%B6%95%EC%96%B4%EB%B9%B5-%EC%96%B4%EB%A6%BC-%EC%97%86%EB%8A%94-%EC%86%8C%EB%A6%AC1-%EC%84%B8%EB%BF%94%EB%8F%BC%EC%A7%80%EC%99%80-%EB%B0%95%EC%B9%98%EA%B8%B0-%EA%B3%B5%EB%A3%A1%EC%9D%98-%ED%81%AC%EB%A9%B4%EC%84%9C-%EB%8B%AC%EB%9D%BC%EC%A7%80%EB%8A%94-%EC%96%BC%EA%B5%B4?category=866789)-.

그러나 사이타 박사는 이 가능성도 부정하였는데, 사이타 박사가 분석한 모든 스테고사우루스 화석은 전부 다 자랐고 성적으로 성숙한 성체였기 때문에 성장 과정에서 변이일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죠.

 이렇게 다른 가능성이 부정되었다면 남은 가능성은 하나뿐이지요. 성적 이형성입니다.

 

 어떤 것이 수컷이고 어떤 것이 암컷일까?

  그러면 어떤 것이 수컷이고 어떤 것이 암컷일까요? 오늘날의 소과 동물의 사례를 참고하여서 사이타 박사는 넓은 골판이 수컷, 높이가 긴 골판을 암컷의 것으로 추정하였습니다. 스테고사우루스의 골판은 너비가 넓은 것이 높이가 긴 것보다 45%정도 더 큰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늘날 소과 동물들의 경우 성적으로 구분되는 특징 즉, 뿔을 보면 수컷이 암컷보다 더 큰 경우가 많습니다. 수컷간의 경쟁이나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서 말이죠. 따라서 이 사례를 들어서 사이타 박사는 스테고사우루스의 골판이 큰 것이 수컷, 작은 것이 암컷일 것으로 추정하였습니다.

 

 

스테고사우루스의 성적 이형성. 출처-Saitta, E. T. (2015).

 그러면 골판의 용도는 성적 이형성을 나타내는 것이며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는것이 전부였을까요? 사이타 박사는 암컷에게도 골판이 있다는 점을 들어서 골판이 이성을 유혹하는 것 외에 다른 기능이 있었으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요.

 

 

ps. 여기에서 나온 스테고사우루스 표본을 스테고사우루스가 아닌 다른 공룡 헤스페로사우루스(Hesperosaurus)로 보는견해도 있습니다. 이 글에선 스테고사우루스로 보는 견해를 따랐습니다.

 

퍼가실 때는 댓글과 출처! 재미있으셨다면 '좋아요'와 구독!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