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공룡 및 조류

티라노사우루스 이전의 거대한 육식공룡들-티라노사우루스와의 차이점 및 공통점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2. 7. 15. 07:01

 보통 거대한 육식공룡 하면 티라노사우루스를 먼저 떠올릴 겁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거대한 육식공룡으로, 공룡시대의 마지막 시기였던 백악기 말기까지 살았던 공룡입니다. 하지만 티라노사우루스 이전에도 거대한 육식공룡은 존재하였습니다. 그중에는 몸집이 티라노사우루스 못지않게 거대하였던 육식공룡도 존재하였습니다. 티라노사우루스가 백악기 후기를 지배하였다면, 이들은 백악기 전기 시기를 주름잡았던 육식공룡이었습니다. 이들은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류로, 티라노사우루스 이전의 거대한 육식공룡이었습니다.

 

1. 티라노사우루스 이전의 거대한 육식공룡들

 1931년에 독일의 고생물학자 에론스트 스트로머는 새로운 공룡을 학계에 보고하였습니다. 북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이 공룡은 상어처럼 납작한 이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스트로머는 이 공룡의 이빨이 상어와 닮았다고 해서 상어이빨도마뱀이란 뜻으로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Carcharodontosaurus)라는 학명을 부여하였습니다.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의 이빨.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Carcharodontosaurus_tooth_in_Vienna.jpg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의 첫 발견 이후 여러 종류의 친척이 발견되었습니다. 남미에서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더 거대한 육식공룡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던 기가노토사우루스(Giganotosaurus), 마푸사우루스(Mapusaurus), 그리고 북미에서는 아크로칸토사우루스(Acrocanthosaurus), 유럽에서는 콘카벤나토르(Concavenator), 아시아에서는 샤오킬롱(Shaochilong)등이 발견되었습니다.

 

여러 종류의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과에 속하는 공룡들. 위(왼쪽부터):기가노토사우루스, 마푸사우루스, 아크로칸토사우루스. 아래(왼쪽부터):콘카벤나토르, 샤오킬롱.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Giganotosaurus (기가노토사우루스), https://en.wikipedia.org/wiki/Mapusaurus (마푸사우루스), https://en.wikipedia.org/wiki/Acrocanthosaurus (아크로칸토사우루스), https://en.wikipedia.org/wiki/Concavenator (콘카벤나토르), https://en.wikipedia.org/wiki/Shaochilong (샤오킬롱).

 

 이들은 모두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과(Carcharodontosauridae)에 속합니다. 이들은 1억 6천만 년 전 즈음에 지구상에 나타나서 오랜 시간 동안 최상위 포식자의 지위를 누렸지만, 백악기 후기에 있었던 멸종 사건 (공룡 대멸종 이전의 멸종 사건으로, 기존의 스피노사우루스등 거대한 공룡이 멸종한 사건입니다. 이후 티라노사우루스가 본격적으로 북미 대륙을 지배하게 되었습니다.)으로 인해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2. 티라노사우루스와의 차이점

 이들은 티라노사우루스처럼 거대한 육식공룡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티라노사우루스와 비슷하게 살았던 것은 아니었던듯 합니다. 이들의 성장 과정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2020년에 미국의 필드 자연사 박물관과 노스캐롤라이나 자연사 박물관, LA  카운디 자연사 박물관과 미네소타 대학교, 아르헨티나의 에르네스토 바흐만 시립 고생물학 박물관과 펠릭스 데 아자 자연사 재단, 중국의 선양 대학교의 연구진에 의해서 진행된 연구 결과, 티라노사우루스류와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류의 성장 과정을 비교한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2011년부터 시작되었던 연구를 다룬 이 논문에서는 비록 이 두 종류의 공룡이 몸집이 큰 대형 육식공룡이라는 공통점이 있다해도, 성장 과정에서는 차이점이 있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진은 티라노사우루스와 고르고사우루스, 타조와 비슷한 공룡인 라티바테스, 후술할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의 표본과 아크로칸토사우루스, 그리고 쥐라기 시기 육식공룡인 알로사우루스의 뼈의 골밀도를 조사하였습니다.

 뼈는 모세혈관으로부터 영양분을 공급받는 섬유골조판층(Fibrolamellar bone), 몸 안쪽 방향으로 접한 내둘레층(Inner Circumferentil Layer), 그리고 몸 바깥 방향으로 접한 외둘레층(Outer Circumferential Layer)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층들 사이에는 성장선(Line of age growth)이라는 여러 줄로 이루어진 선이 존재합니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생긴 이 선은 동물이 성장을 하면서 생기는 것으로, 이 선의 숫자 및 간격을 측정하여서 이 공룡들이 얼마나 오래 살았고, 언제 급격한 성장이 이루어졌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마치 나무의 나이테와 비슷하게 말이죠.

여러 공룡들의 골밀도를 조사한 사진. 출처- Cullen et al (2020).

 연구진은 여러 공룡의 다리뼈 및 갈비뼈를 조사하였습니다. 그 결과는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어린 시절에 상당히 빠른 성장을 하는것으로 나왔습니다. 이들은 대략 20대에 이르면 성장이 멈춘것으로 보입니다. 반면에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류는 정 반대였습니다. 이들은 티라노사우루스와는 달리 30~40대가 되도록 천천히 성장하면서 더 오래 사는 방식으로 성장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즉, 거대한 육식공룡이라고 해서 삶이 항상 같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여러 공룡들의 성장선의 둘레를 측정한 결과. 출처- Cullen et al (2020).

 이런 차이는 왜 있던 것일까요? 연구진은 아마 당시 두 종류의 공룡이 살았던 생태계의 차이점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티라노사우루스가 살던 환경에는 뿔공룡 트리케라톱스, 에드몬토사우루스등 어린 시절에 빠르게 성장하는 공룡이 살았습니다. 그 반면에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류는 주로 목이 긴 공룡과 공존하였는데, 이들은 거대하게 자라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연구진은 여기에 관련이 있을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어쩌면 충분한 영양분을 얻기 위해서 빨리 자라는 초식공룡을 사냥하기 위해서 티라노사우루스 역시 빨리 성장하였고, 그 반면에 목이 긴 공룡은 천천히 성장하니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류들은 빠르게 자라기보다는 좀 천천히 자랐던 것일지도 모르죠.

  똑같은 대형 육식공룡임에도 불구하고 성장하는 방식이 달랐던 두 공룡. 그런데 이 연구에서 쓰였던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류는 아직 보고되지 않은 종류였습니다. 어떤 공룡이었는지는 다음 문단에서 다루어집니다.

 

3. 티라노사우루스와 묘한 공통점을 가졌던 공룡

 그런데 최근 연구 결과 재미있는 점이 하나 밝혀졌습니다. 위에서 나온 성장 과정을 비교하였을 때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류의 연구에서 사용된 표본이 사실 당시에는 아직 보고되지 않은 신종이었습니다. 이 표본은 2022년 7월에 아르헨티나, 미국, 캐나다 공동연구진에 의해서 신종으로 발표되었습니다. 메락세스 기가스(Meraxes gigas) 라고 명명된 이 공룡은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대략 2천만 년 전 이전 시대인 1억 년 ~ 9천만 년 전 즈음에 살았습니다.

메락세스의 골격. 출처- Canale et al (2022).

 

이 공룡의 눈에 띄는 특징이라면 바로 짧은 앞발에 있습니다. 비록 완벽하게 앞발이 보존된 것은 아니고 위팔과 아래팔, 그리고 2번째 손바닥뼈만 보존되어 있었지만, 연구진은 보존된 앞발을 토대로 다른 공룡들과 앞발/대퇴골 비율을 측정하였습니다. 그 결과, 메락세스는 일반적으로 앞발의 길이가 짧다는 평을 많이 들은 티라노사우루스 및 그 친척과 비율이 비슷하였던 것으로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 반면에 머리의 길이는 무려 127cm로 다른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과의 친척들과 비교하였을 때 매우 길었던 것으로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앞발의 길이가 매우 짧았던 공룡은 육식공룡 내에서도 여러 종류가 있었습니다. 매우 유명한 육식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 그리고 아벨리사우루스과라는 분류군과 알바레즈사우루스과라는 소형 공룡들이 바로 그 종류인데, 재미있게도 이들은 분류학적으로는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체의 외형, 정확히 말해서 매우 짧은 길이로 줄어든 앞발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이는 이 공룡들이 수렴진화, 그러니까 분류학적으로 가깝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외형적으로 비슷한 모습으로 진화하였다는 것을 뜻합니다.

여러 공룡들의 대퇴골의 길이에 따른 앞발/대퇴골의 비율. 주황색 선의 끝부분이 메라섹스의 비율이다. 출처- Canale et al (2022).

 

계통분류도에서 나온 팔/대퇴골의 비율.팔의 비율이 짧을수록 주황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밑에서부터 주황색으로 표시된 공룡 분류군: 아벨리사우루스과,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과, 티라노사우루스과, 알바레즈사우루스과. 출처- Canale et al (2022).

 

메락세스와 비슷하게 앞발의 길이가 매우 짧아진 공룡들. 왼쪽 위: 아벨리사우루스과의 카르노타우루스, 오른쪽 위: 알바레즈사우루스과의 모노니쿠스, 아래: 티라노사우루스과의 티라노사우루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Abelisauridae (카르노타우루스), https://en.wikipedia.org/wiki/Tyrannosaurus (티라노사우루스), https://en.wikipedia.org/wiki/Mononykus (모노니쿠스).

 

 메락세스는상당히 오래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죽었을 당시 나이가 53살인 것으로 측정이 되었다고 합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표본 중에서 가장 완벽하게 보존된 표본이자 나이가 측정된 티라노사우루스 '수'가 30살 즈음에 죽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공룡은 2번째 단락에서 나왔던 내용처럼 티라노사우루스보다는 느리게 성장하지만 대신 더 오래 살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19506

 

https://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201201601005

 

https://twin-cities.umn.edu/news-events/t-rex-had-huge-growth-spurts-other-dinos-grew-slow-and-steady

 

https://scitechdaily.com/growth-rings-from-fossil-bones-reveals-t-rex-had-huge-growth-spurts-but-other-dinosaurs-grew-slow-and-steady/

 

Cullen, T. M., Canale, J. I., Apesteguía, S., Smith, N. D., Hu, D., & Makovicky, P. J. (2020). Osteohistological analyses reveal diverse strategies of theropod dinosaur body-size evolution.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287(1939), 20202258.

 

Canale, J. I., Apesteguía, S., Gallina, P. A., Mitchell, J., Smith, N. D., Cullen, T. M., ... & Makovicky, P. J. (2022). New giant carnivorous dinosaur reveals convergent evolutionary trends in theropod arm reduction. Current Bi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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