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파충류

공룡에서 도마뱀으로 - 오쿨로덴타비스의 변화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0. 7. 23. 23:28

*여기서 소개하는 광대뼈는 사람에게 있는 광대뼈와는 다른 뼈입니다. 여기서 나온 광대뼈에는 본래 협골(jugal)이라는 용어를 쓰나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서 광대뼈로 대체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작은 공룡은 무엇일까? 바로 벌새이다. 벌새는 손바닥 위에 올라갈 정도로 매우 작은 크기의 초소형 조류이다. 조류 역시 공룡이고 가장 작은 조류가 벌새이니 벌새는 가장 작은 공룡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손바닥 위에 올라갈 정도로 매우 작은 크기의 조류 벌새. 벌새 역시 공룡이다. 따라서 가장 작은 공룡은 바로 벌새이다. 출처-https://pxhere.com/en/photo/1396517

그런데 2020년 3월에 중국 지질과학대학교의 리다 씽 박사와 연구진이 새로운 화석이 보고되었다. 이 화석은 미얀마에 위치한 호박 광산(먹는 호박이 아니라 나무의 수액이 굳어져서 만들어진 호박이다. 장신구의 원료로도 쓰이며 쥐라기공원에서 공룡의 피를 빨아먹은 모기가 이 호박에 갇혀 죽은 것이다.)에서 발견된 생물의 화석 중에서 공룡, 보다 더 정확히는 조류의 것으로 보이는 머리뼈가 발견된 것이다. 이 화석에는 오쿨로덴타비스 크하웅라아에(Oculudentavis khaungraae)라는 학명이 붙여졌다. 

오쿨로덴타비스의 두개골. 출처-https://joy-pup.com/en/science-en/scientists-have-found-the-smallest-dinosaur-you-wont-believe-it-it-was-even-smaller-than-a-hummingbird/

 오쿨로덴타비스는 크기가 매우 작았다. 두개골의 길이가 6cm밖에 안되는 매우 작은 크기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오쿨로덴타비스의 두개골은 서로 떨어져 있지 않고 융합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즉, 다 자란 성체라는 뜻이다. 다 자란 성체의 머리 크기가 1.4cm밖에 안된다는 것은 이들이 매우 크기가 작은 공룡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가장 작은 공룡 타이틀은 오쿨로덴타비스가 가져가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은 도마뱀이었다?!

오쿨로덴타비스의 화석이 발표된 후로 이에 의문을 가진 학자들이 나타났다. 중국 척추고생물 고인류 연구소의 리쥐헹 박사와 연구진은 머리뼈의 형태와 이빨구조를 토대로 오쿨로덴타비스가 공룡이 아니라 도마뱀일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1). 머리뼈

 공룡에 대해서 잘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은 흔히 공룡의 가장 가까운 생물로 도마뱀이나 악어를 생각한다. 이 중에서 악어는 공룡과 함께 지배파충류라는 분류군에 들어간다. 지배파충류란 눈이 위치하는 구멍과 콧구멍이 위치하는 구멍 사이에 머리뼈 무게를 줄이는 구멍(전안와창-antorbital fenestra라고 한다.)이 존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늘날 악어는 진화하면서 이 구멍이 사라졌지만, 화석기록을 보면 악어의 원시 조상,친척들은 이 구멍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에 도마뱀과 뱀은 지배파충류가 아닌 인룡류라고 하는 분류군에 속한다. 이들은 전안와창 즉, 눈과 콧구멍 사이에 구멍이 없다.

공룡 티라노사우루스와 바위 이구아나의 머리뼈. 차이점이라면 티라노사우루스에겐 눈과 코 사이에 구멍이 하나 더 존재한다. 출처-티라노사우루스:직접 촬영, 바위 이구아나: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Cyclura_cornuta_4zz.jpg

 이제 오쿨로덴타비스를 보자. 오쿨로덴타비스는 전안와창이 존재하지 않는다. 악어는 전안와창이 퇴화 되었으나, 조류는 전안와창이 퇴화 되지 않고 그대로 존재한다. 따라서 오쿨로덴타비스에게 전안와창이 없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오쿨로덴타비스에게는 전안와창이 위치하지 않는다. 출처-https://joy-pup.com/en/science-en/scientists-have-found-the-smallest-dinosaur-you-wont-believe-it-it-was-even-smaller-than-a-hummingbird/

 이뿐이 아니다. 오쿨로덴타비스의 주둥이 뼈는 얼핏 봐서는 조류의 것과 똑같아 보이나, 눈 뼈의 가운데 위치까지 뻗어있었다. 이는 조류에게서는 보이지 않는 특징이다. 본래 조류의 주둥이뼈는 눈 뼈 앞에서 멈추며, 눈 뼈 아래에는 광대뼈가 위치한다. 즉, 오쿨로덴타비스의 주둥이는 일반적인 조류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도마뱀이 공룡과 다른 머리뼈 구조에는 또 하나가 더 있는데, 바로 방형협골(quadrolatojugal)이 없는 것이다. 이 뼈는 방형골이라고 하는 윗턱뼈의 일부와 광대뼈가 연결되어서 형성된 뼈로 아래턱과 연결이 된다. 그런데 도마뱀은 이 뼈가 존재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리쥐헹 박사와 연구진은 오쿨로덴타비스의 두개골의 왼쪽이 일부 손상을 입었으며 손상되지 않은 오른쪽을 살펴본 결과 광대뼈가 방형골과 만나지 않아 방형협골이 부재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오쿨로덴타비스의 주둥이뼈와 까마귀의 주둥이뼈 비교. 출처- 오쿨로덴타비스:https :// joy-pup.com / en / science-en /scientists-have-found-the-smallest-dinosaur-you-wont-believe-it-it-was-even-smaller-than-a-hummingbird/ 까마귀:https ://www.flickr.com/photos/29320962@N07/3355831155

 

(2). 이빨

 오쿨로덴타비스는 이빨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공룡이 살았던 시대 당시 많은 조류도 그랬다. 하지만 오쿨로덴타비스가 달랐던 점은 눈 뼈 아래까지 이빨이 나 있었다는 것이다. 본래 공룡시대에 이빨이 있던 조류는 이빨이 눈 뼈 앞까지만 존재하였는데, 오쿨로덴타비스는 이것도 달랐다. 즉, 오쿨로덴타비스는 일반적인 조류와는 달라도 여러 면에서 달랐다.

오쿨로덴타비스 (좌) 와이빨달린 조류 이크티오릐스의 이빨 차이. 출처- 오쿨로덴타비스:https :// joy-pup.com / en / science-en /scientists-have-found-the-smallest-dinosaur-you-wont-believe-it-it-was-even-smaller-than-a-hummingbird/ 이크티오르니스:https :// paleonerdish.wordpress.com /2018/05/04/ ichthyornis -and- the - evolution -of- the - avian-skull

(3). 사실 도마뱀이었다.

 사실 오쿨로덴타비스를 처음 보고할 당시 연구진은 특이한 점을 몇 가지 발견하였다. 첫 번째는 오쿨로덴타비스의 눈뼈를 이루는 공막륜(scleral ring)이다. 공막륜이란 포유류와 현생 양서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척추동물이 가지고 있는 눈뼈이다. 오쿨로덴타비스의 공막륜은 형태가 큰 숟가락과 비슷한 모양이다. 보통 조류의 공막륜의 형태는 숟가락 모양이 아닌 네모에서 마름모에 가까운 형태를 하고 있으며, 숟가락 모양의 공막륜은 오히려 도마뱀의 것과 더 가까운 것이다.

쇠부리딱다구리 (좌)와 오쿨로덴타비스 (중), 그리고 도마뱀 모사사우루스 (우)의 공막륜 비교. 오쿨로덴타비스의 공막륜은 모사사우루스의 그것과 더 유사하다. 출처-쇠부리딱다구리:https :// avianmusing.blogspot.com /2017/01/sclerotic-rings-still-in-dark-about.html 오쿨로덴타비스:https :// joy-pup.com / en / science-en /scientists-have-found-the-smallest-dinosaur-you-wont-believe-it-it-was-even-smaller-than-a-hummingbird/ 모사사우루스:http ://www.sciaeon.org/articles/Why-are-Bones-in-Vertebrate-Eyes-Morphology-Development-and-Function-of-Scleral-Ossicles-in-Vertebrate-eyes-a-Comparative-Study.pdf

이빨 구조 또한 특이하였다. 공룡을 포함한 이빨을 가진 조류는 조생치(thecodont)라는 구조의 이빨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턱뼈에 이빨이 들어가는 구멍이 있고 이 구멍에서 이빨이 나는 구조인 것이다. 이에 반면에 도마뱀은 측생치(Pleurodont)라고 하는 이빨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구조는 이빨의 바깥쪽(뺨이나 주둥이와 닿는 곳)은 뼈와 융합되어 있으나, 이빨의 안쪽(혀와 닿는 곳)은 융합이 되어 있지 않은 구조이다. CT스캔으로 이빨을 살펴본 결과 오쿨로덴타비스의 이빨은 측생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즉, 일반적인 공룡이나 조류보다 도마뱀과 더 가까운 이빨구조를 가지고 있던 셈이다. 오쿨로덴타비스를 처음 연구하였던 리다 씽 박사와 연구진은 이를 오쿨로덴타비스가 초소형으로 작아지면서 도마뱀과 유사하게 진화한 수렴진화(다른 계통의 생물이 비슷한 환경에서 살 때 비슷한 형태로 진화하게 되는 것. 돌고래가 상어와 비슷한 체형을 가진 것이 아주 좋은 예시이다.)한것으로 해석하였으나, 리쥐헹 박사와 반박연구를 수행한 연구진은 그렇기에는 부족하며, 도마뱀의 특징일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즉, 오쿨로덴타비스는 조류 즉, 공룡이 아니라 도마뱀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2020년 7월 23일(한국시간 기준. 현지 시간으로는 7월 22일), 리다 씽 박사와 오쿨로덴타비스 연구를 수행한 연구진들은 자신들의 연구를 철회하였다. 

 

간단 요약

(1). 미얀마 호박 광산에서 가장 작은 공룡으로 추정되는 화석이 발견되었다.

(2). 그러나 사실 이 화석은 공룡이나 조류가 아닌 도마뱀의 것으로 보이는 특징이 머리와 이빨에서 보였다. 

(3). 공룡으로 생각되었던 화석은 사실 도마뱀 화석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연구 출처

Xing, L., O’Connor, J. K., Schmitz, L., Chiappe, L. M., McKellar, R. C., Yi, Q., & Li, G. (2020). Hummingbird-sized dinosaur from the Cretaceous period of Myanmar. Nature, 579(7798), 245-249.

 

Li, Z., Wang, W., Hu, H., Wang, M., Yi, H., & Lu, J. (2020). Is Oculudentavis a bird or even archosaur?. bioRx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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