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파충류

한반도에서 발견된 악어류의 발자국-한반도에는 두발로 뛰는 악어류가 있었다.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0. 6. 17. 23:40

간단 요약

 

(1). 우리나라 사천의 발자국 화석지에서 악어류의 발자국이 발견되었다. 발견된 발자국은 바트라코푸스 그란디스(Batrachopus grandis)로 명명 되았다.

(2). 발견된 악어류의 발자국은 악어류가 두 발로 움직여서 남겼던 것으로 보인다.

(3). 경상남도 가인리에서 발견된 발자국 중에서 기존에 익룡의 발자국으로 판단되어서 해남이크누스 가이넨시스(Haenamichnus gainensis)로 명명된 화석은 바트라코푸스의 발자국으로 재동정 되었다.

 

 두발로 걸어 다니는 악어의 옛 친척

 악어가 두발로 걸어 다닌다! 이렇게 말하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배를 잡고 웃을 것이다. 세상에 어떤 악어가 두발로 걸어 다니냐고. 악어는 네발로 걸어다닌다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현재 살아있는 악어(앨리게이터 크로코다일, 카이만, 가비알 등등)는 모두 땅 위를 걸을 때 네발로 걸어 다닌다.

북미에 서식하는 악어 엘리게이터. 오늘날 악어는 모두 네발로 걸어 다닌다. 출처-https://www.nps.gov/ever/learn/nature/crocodile.htm

 대부분의 악어는 오래전부터 네발로 걸어다녔다. 다만 과거 악어의 친척중에서는 두발로 걸어다녔던 친척도 존재하였다.

살토포수쿠스(Saltoposuchus). 중생대 초기에 살았던 악어의 친척이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Saltoposuchus

  최근에 경상남도 사천에서 악어의 발자국이 보고되었다. 발견된 지층은 진주층으로 지층의 연대는 1억 2천만 년~1억1천8백 만 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다루어질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화석지의 암상. 악어류의 발자국은 지층의 이질 실트암이 있는 Level 2,3,4(2,3,4층준)에서 발견되었다. 출처-Kim et al .(2020).

바트라코푸스 그란디스

과: 바트라코푸스과(Batrachopodidae)Lull 1904

속: 바트라코푸스속(Batrachopus)

종: 그란디스종(grandis)

모식표본: T16(Trackway 16)CUE SJ IS 2R, UCM 214.326

부모식표본:T1-T14, T17(Trackway1-14,17) Sj001-SJ140

바트라코푸스 그란디스의 화석과 스케치. T16이 모식표본이다. 출처-Kim et al .(2020).

 

바트라코푸스 그란디스의 사진. B에서 비늘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D는 모식표본이다. 출처-Kim et al .(2020).

 바트라코푸스는 1904년 북미에 위치한 쥐라기 초기에 만들어진 지층에서 처음 보고되었다. 당시 바트라코푸스는 희미하게 뒷발꿈치의 흔적이 남아있었으며, 발자국도 여기저기 산개해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 보고된 바트라코푸스 역시 발 뒤꿈치의 흔적이 보존되어 있다. 발의 크기는 길이가 평균 20.7cm(18cm~24cm)인데, 이는 현재까지 발견된 바트라코푸스중 최대 크기이다. 동시에 발 길이의 40%가 뒷발꿈치로 보존되어 있으며,  뒷꿈치에 비늘의 흔적이 보존된 표본도 있으며, 비늘의 형태는 현대 악어와 유사하다. 바트라코푸스속의 모식표본(생물 분류군을 대표하는 표본)과 차이점이 있다면 발자국의 형태가 바깥쪽으로 덜 휘어 있다. 그란디스종의 발자국은 중간에 가로 형태로 주름이 나 있기도 하다. 발자국에서 보이는 발가락은 첫 번째 발가락이 가장 짧고 세 번째 발가락이 가장 길다. 또한, 발가락에서 발자국의 패드(체중이 나가는 동물의 경우 발바닥에 땅을 밟을 때 발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부드러운 패드를 가지고 있다.)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보행렬의 길이는 평균 37.3cm(29.8cm~47cm)이며, 너비는 외부에서 측정하며 18.7cm, 내부에서 측정하면 평균 0.6cm(4~5.5cm)이다.

 

두 발로 걸었던 악어류

 그러면 왜 바트라코푸스 그란디스를 남겼던 악어류는 두 발로 걸었던 것으로 판단되었을까? 혹시 앞발자국이 보존이 안되었던 것은 아닐까? 바트라코푸스 그란디스의 발자국은 뒷꿈치의 흔적, 심지어 비늘까지 보존되기도 하였다. 따라서 이들은 뒷발바닥의 모든 면적을 이용해서 거동을 하였다(사람처럼 걸었다고 보면 된다. 생물의 다리 형태에 따라 발가락 끝으로 걷거나-공룡, 조류 등등- 발바닥 전체로 걷거나-인간, 곰 등등- 발굽-말, 소 등등-으로 걷는다.). 그래서 무게중심이 골반 쪽으로 향하였을 것이다. 만약 사족보행을 하였을 경우, 이들의 앞발은 뒷발보다 좀더 높은 지대에서 더 얕게 찍혔을 것이다. 그러나 보행렬이 보존된 지역에서 앞발의 흔적이라 할 부분은 발견되지 않았다. 즉, 앞발까지 이용해서 움직였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러면 악어는 두 발로 설 때가 없을까? 사실 있다. 얕은 물 속에 있을 때이다. 그런데 바트라코푸스 그란디스는 이와는 다른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현대 악어류의 경우 유영을 할때 뒷발로만 움직이면 발자국에서 발가락의 패드 흔적보다는 발가락 사이의 막의 형태가 보존되어 있는데, 이런 흔적은 바트라코푸스 그란디스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바트라코푸스는 육상에서 살았고, 물속에서 유영을 할 때 두발로 움직였던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었다.

두 발로 선 악어. 물속에 있을 때 악어는 두 발로 서있기도 한다. 출처-https://imgur.com/gallery/ecDGw



두발로 유영을 하는 악어. 출처-https://www.youtube.com/watch?v=4lOSpI0CT-0

 

익룡의 발자국이 아닌 악어의 발자국?!

 이번 연구로 다시 재연구 된 발자국 보행렬이 있다. 경상남도 남해안에 있는 섬들에 함안층이라고 하는 백악기에 만들어진 지층이 있다. 2012년에 이 지층에서 새로운 발자국 보행렬이 보고되었다. 발견된 발자국은 두 발로 걸었던 것으로 보이며, 발바닥을 온전히 이용해서 보행했던 것으로 보였다. 당시 이 발자국 화석은 익룡의 보행렬로 동정 되었고, 해남이크누스 가이넨시스(Haenamichnus gainensis)로 명명되었다(이하 가이넨시스로 표기).

해남이크누스 가이넨시스의 모식표본(좌 의b)과 보행렬(우) 출처- Kim et al .(2012).

 그런데 가이넨시스의 보행렬은 좀 특이하였다. 보통 익룡은 4발로 걸어 다녔던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가이넨시스는 두 발로 걸었다. 동시에, 발자국 보행렬이 중앙선 안쪽으로 향하는 경향을 보였다. 익룡은 4발로 걸었고, 발이 바깥 방향으로 좀 더 휘어진 형태를 하고 있는데 가이넨시스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연구진은 바트라코푸스를 연구하면서 가이넨시스를 익룡이 아닌 악어의 보행렬로 재동정 하였다. 가이넨시스의 보행렬의 흔적이 익룡보단 악어류의 보행렬과 더 유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남이크누스 가이넨시스는 의문명(nomen dubium-존재 의의가 없는 학명)으로 분류하였고 가이넨시스를 바트라코푸스 cf. 그란디스(Batrachopus cf. grandis)로 재명명 하였다.

 

 (cf.는 라틴어 confer/conferatur에서 따온 단어로 영어단어 compare에 해당하는 의미이다. 주로 속명과 종명 사이에서 쓰이는데, 속은 확실하나, 종은 '추정'은 될수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은것이다. 본문의 경우 바트라코푸스속인것은 확실하나, 그란디스종일 가능성은 있으나, 확실치는 않은 것이다.)

 

바트라코푸스를 남긴 악어류의 몸 길이

바트라코푸스 그란디스를 남긴 원시 악어류의 상상도 출처-http://www.sci-news.com/paleontology/batrachopus-grandis-08528.html

 바트라코푸스를 남긴 악어류는 보행렬을 통해 비교한 결과 발과 신체의 길이 비율이 1:12인 것으로 보인다. 이 비율로 계산을 한 결과 진주층에서 발견된 바트라코푸스 그란디스(본문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보행렬)를 남긴 장본인은 2.16m에서 3m 사이 크기인 악어류인 것으로 보인다. 함안층에서 발견된 보행렬을 남긴 악어류의 몸길이는 좀 더 큰 4.68m로 측정되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서 연구진이 내린 결론은

(1). 우리나라에 백악기 전기에 두 발로 걸었던 악어류가 있었다. . 증거로 발자국 화석이 사천에서 보고되었다. 발자국을 토대로 측정한 몸길이는 3m 정도 되었다.

 

(2). 경상남도 가인리 남해안에서 발견되었던 익룡의 발자국 해남이크누스 가이넨시스는 악어류의 발자국으로 재동정 되었다.

 

연구 출처-
Kim, K. S., Lockley, M. G., Lim, J. D., Bae, S. M., & Romilio, A. (2020). Trackway evidence for large bipedal crocodylomorphs from the Cretaceous of Korea. Scientific Reports, 10(1), 1-13.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