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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마을의 발자국(2). 아시아에서 최초로 발견된 익룡 발자국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5. 7. 5. 08:11

1편 보러 가기

 

 해남군에 분포한 발자국 화석지에서는 여러 종류의 발자국이 발견되었습니다. 백악기 후기에 형성된 이 퇴적층에서는 200개가 넘는 발자국이 발견되었지요. 그중에서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익룡의 발자국이 있기도 하였습니다. 해남군에서 발견된 익룡의 발자국 화석은 매우 독특한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어떤 특징이 있는지 간단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해남에서 발견된 세계 최대 크기의 익룡 발자국

 해남군에서는 총 개의 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발자국 화석들은 뒷발과 앞발이 모두 발견되었죠. 그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크기의 익룡 발자국 화석도 발견되었습니다. 이 발자국에는 해남군의 지명과 우항리의 지명에서 따와서 '해남이크누스 우항리엔시스(Haenamichnus uhangriensis)'라는 학명이 붙게 되었습니다.

 

해남이크누스 우항리엔시스의 뒷발자국 사진. 출처- 직접 촬영.

 

 해남이크누스는 얼마나 큰 발자국일까요? 이 발자국의 최대 길이는 길이 35cm, 너비 10.5cm정도라고 합니다. 이는 지금까지도 발견된 모든 익룡의 발자국 중에서 가장 거대한 크기입니다. 해남이크누스는 앞발자국과 뒷발자국이 모두 발견되었습니다. 익룡의 뒷발자국은 사람의 발과 매우 유사하게 생겼습니다. 뒷발의 뒤쪽은 좁고 앞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죠. 뒷발의 앞쪽 끝은 삼각형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발가락이 하나 크게 튀어나와 있었죠. 해남이크누스의 앞발자국은 이와는 반대로 세 개의 발가락이 보였다고 합니다. 간혹 발가락이 네 개가 발견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네요.

 

해남이크누스의 앞발자국과 뒷발자국 화석 스케치. 출처- Hwang et al (2002).

 

 그렇다면 이 거대한 익룡 발자국은 누가 남긴 것일까요? 발자국의 크기와 형태로 미루어볼 때 이 발자국을 남긴 장본인은 거대한 익룡인 아즈다르코과(Azhdarchidae)에 속한 익룡일 것이라고 합니다. 이 분류군에 속한 익룡들은 전기 백악기 시기인 1억 4천만 년 전 즈음부터 살았던 익룡의 한 분류입니다. 여기에 속한 익룡 중에는 거대한 익룡이 많았습니다. 가장 거대한 익룡인 케찰코아틀루스같은 경우는 거의 기린과 비슷한 크기까지 자라났지요.

 

해남 공룡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아즈다르코과 익룡 케찰코아틀루스. 해남이크누스도 이런 유형의 익룡이 남긴 발자국으로 보인다. 출처- 직접 촬영.

 

케찰코아틀루스와 기린의 크기 비교. 출처- Witton, M. P. (2008)

 

 재미있게도 본래 해남에서 발견된 해남이크누스 우항리엔시스보다 더 큰 크기의 익룡 발자국이 발견된 사례도 있었습니다.사천시에 분포한 진주층에서 발견된 발자국 해남이크누스 가이엔시스(H. gaiensis)였죠. 그런데 이 발자국 화석은 후에 익룡이 아닌 두 발로 걸어 다던 거대 악어의 발자국 화석으로 재결론 나왔습니다 (보러 가기). 그래서 해남이크누스 우항리엔시스는 다시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익룡 발자국이라는 지위를 다시 찾게 되었죠.

 

백악기 후기 익룡 발자국 크기 비교. 빨간색 화살표가 해남이크누스 우항리엔시스이다. 출처- Kim and Huh (2018).

 

 우항리층에서는 매우 긴 익룡의 보행렬이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보행렬의 길이는 7.3미터로 총 14쌍의 발자국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발자국에서는 앞발자국과 뒷발자국의 흔적이 모두 발견되었습니다. 이 발자국 화석들을 통해서 익룡의 보행방식에 대해서 몇가지를 알아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앞발자국과 뒷발자국이 모두 발견되었다는 점은 익룡이 네 발로 걸어다녔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익룡 발자국의 형태를 보면 발가락 끝만 발견된 것이 아니라 발바닥의 끝부분까지 발견된다고 합니. 이는 익룡이 땅에서 걸을 때 사람처럼 발바닥 전체가 땅에 닿는 식으로 걷는 척행성(plantigrade)보행을 하였다는 것의 근거라고 할수 있습니다.

 

우항리층의 익룡 발자국 보행렬. 출처- 직접 촬영.

 

네발로 걷는 익룡의 모형. 출처- 직접 촬영.

 

 재미있게도 익룡의 보행렬 중에서 앞발자국만 보존된 보행렬이 발견된 것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 발자국들은 아마 익룡이 걸었을 때 앞발에 체중이 집중되어서 잘 찍혀서 보존된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앞발자국만 남은 보행렬은 기존에도 스페인 온칼라층군(Oncala Group)과 미국 유타주에 있는 섬머빌층(Summerville Formation)에서도 발견된 사례가 있었다고 합니다.

 

익룡의 앞발자국만 발견된 층준. 출처- Hwang et al (2002).

 

 1편에서 이야기하였듯 해남의 발자국 화석지에서는 익룡과 새, 공룡의 발자국이 모두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이 생물들이 모두 같은 공간에서 공존하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떤 생태계에서 특정 생물들이 서로 공존 한다는것은 이 생물들이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나 지위가 다르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생물마다 먹는 먹이라던가 살아가는 방식이 각각 달랐을 것이란 뜻입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만일 두 종류 이상의 생물이 먹이나 살아가는 방식이 같다면 생존경쟁이 벌어질 테니까요. 그래서 아마 익룡과 새는 먹는 먹이도 달랐고 살아가는 방식도 달랐다는 것을 발자국 화석을 통해서 알아낼 수 있는 것입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Kim, J. Y., Lockley, M. G., Kim, K. S., Seo, S. J., & Lim, J. D. (2012). Enigmatic giant pterosaur tracks and associated ichnofauna from the Cretaceous of Korea: implication for the bipedal locomotion of pterosaurs. Ichnos, 19(1-2), 50-65.

 

Kim, J.Y. & Huh, M. (2018) Dinosaurs, birds, and pterosaurs of Korea: A paradise of Mesozoic vertebrates. Springer Nature, Singapore

 

Hwang, K. G., Huh, M., Lockley, M. G., Unwin, D. M., & Wright, J. L. (2002). New pterosaur tracks (Pteraichnidae) from the Late Cretaceous Uhangri formation, southwestern Korea. Geological Magazine, 139(4), 421-435.

 

Witton, M. P. (2008). A new approach to determining pterosaur body mass and its implications for pterosaur flight. Zitteliana, 143-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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