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물학 이야기

발자국화석에 담긴 의미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0. 8. 30. 07:52

1. 발자국 화석

 박물관에 가면 멋진 전시물들이 전시되어서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역사박물관에서는 각종 유물, 미술관에서는 여러 미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자연사 박물관에서는 여러 동물들의 박제 및 화석들이 전시되어 있다. 말 그대로 자연사를 보여주는 것이다. 자연사 박물관에서 전시되는 화석들을 보면, 대부분 생물의 신체 즉, 체화석을 위주로 전시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가령 암모나이트, 조개 등은 단단한 패각을, 삼엽충은 단단한 껍질을, 공룡이나 매머드 같은 포유류 같은 척추동물은 뼈 화석을 전시해 놓는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보통 뼈 화석처럼, 크고 멋진 것에 주로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주로 크고, 멋지게 생기고, 지금은 멸종 해서 볼 수 없는 생물이니만큼 화석화된 신체인 체화석이 확실히 매력적이다. 그렇다면 학술적으로는 어떨까? 과연 자연사라는, 과거 생물의 역사를 배울 때 체화석만 보면 고생물의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을까? 발자국 화석은 체화석보다 학술적인 의미가 적을까? 이번 글에서는 발자국 화석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볼 것이다.

 화석은 어떤 유형의 화석이냐에 따라 체화석과 생흔화석으로 나누어진다. 체화석은 생물의 신체가 화석으로 남은 것으로 공룡이나 매머드의 뼈가 체화석이다. 생흔화석은 생물의 행동에 대한 흔적이 화석으로 남은 것인데, 예를 들어 게나 갯지렁이, 맛 조개가 갯벌에서 구멍을 파고 안에 들어간 흔적이 남아서 발견되면 그것은 생흔화석이다. 생물의 행동을 보여주니까. 발자국 화석 역시 비슷하게 생물의 흔적을 보여준다. 절지동물이 기어서 다녔던 흔적, 공룡이 먹이를 쫓아다니거나 혹은 포식자로부터 도망치면서 남긴 발자국들 역시 생흔화석이다. 이런 생흔화석은 체화석보다 화석으로 남기 어려운 경향을 보인다. 생물의 흔적은 보통 입자가 작고 부드러운 토양에서 잘 남기 때문이다. 자갈과 진흙을 밟을 때 어디가 발자국이 잘 남는가를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따라서 발자국은 찍히는 환경도 제한되어 있고, 설렁 찍히게 되어도 보존되기가 어렵다. 발자국이 찍히고 난 후에 다른 생물이 그 위를 밟아서 지워질 수도 있고, 아니면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서, 홍수가 나서 발자국이 지워져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자국이 지워지기 전에 퇴적물이 그 위를 덮어서 발자국의 형태가 보존된다면 그건 매우 운이 좋은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뉴욕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된 트리케라톱스의 화석. 이렇게 골격이나 기타 신체가 직접 발견된 화석을 체화석이라고 한다. 출처-https://www.amnh.org/exhibitions/permanent/ornithischian-dinosaurs/triceratops
사도에서 촬영한 공룡의 발자국 화석. 출처-필자 촬영

2. 땅을 긁은 흔적. 그 정체는?

 발자국 화석은 체화석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생물의 특성을 알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첫 번째로 미국의 콜로라도 다코타 사암(Dakota sandstone)에서 발견된 육식공 룡의 발자국 화석을 살펴보자. 콜로라도 대학교 교수이자 고생물학자인 마틴 록클리 교수는 2016년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라는 저널에 실린 논문에서 새로운 육식공룡 발자국을 보고하였다. 1932년에 처음 발견된 이레네사우리푸스(irenesauripus)라는 육식공룡의 발자국과 함께 발견된 이 발자국은 거대하고 대칭적인 형태를 하고 있으며 계란 형태의 눌린 자국이 발가락 끝에 나 있었다. 발가락 끝의 눌린 자국에는 긁힌 흔적이 평행한 형태로 길게 축선(axis) 형태를 그리는 형태로 나 있었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공룡이 발로 땅을 긁은 형태였다. 록클리 교수와 연구진들은 이 발자국에 오스텐디쿠스 비로바투스(Ostendichnus bilobatus)라는 학명을 부여하였다. 연구지들은 이 발자국을 남긴 육식공룡의 행동에 대해서 4가지 가설을 제시하였다. 첫 번째 가설은 그 지역에서 둥지를 지었던 것, 두 번째는 먹이나 물을 찾기 위해서, 또는 땅굴을 파던 것, 세 번째는 영역표시,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춤이라는 가설을 만들었다. 첫 번째로 제시된 둥지를 지었던 행동이 었을 것이라는 가설은 근처에서 둥지나 알 껍질등 둥지가 존재하였다는 어떤 증거가 발견되 지 않아 기각 되었다. 두 번째 가설인 물이나 먹이를 찾거나 땅굴을 판다는 가설도 기각되었다. 땅을 파다가 물이 발견되면 물이 스며들면서 발자국이 지워지기 때문에 그대로 보존되기 어렵다. 또한 화석이 발견된 지역은 해안가로 물이 흘러 들어가는 해안 평야지역으로, 마 실 수 있는 물이 흐르고 있기에 물을 찾아 땅을 팔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기존에 데이노니코사우루스상과 공룡이 먹이를 찾기 위해서 땅을 파헤친 흔적이 발견된 적이 있으나, 동일한 행동의 흔적이라고 보기에는 파헤친 형태가 일치하지 않았다. 먹이를 찾기 위해서 파헤친 흔적은 L자 형태를 하고 있으나(수직으로 30도로 휘어들어 간 뒤에 140도로 꺽였다.)오스텐디쿠스 비로바투스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화석이 발견된 지역에서 어떠한 형태의 땅굴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은 그 지역에 땅굴이 존재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따라서 물이나 먹이, 땅굴 가설도 기각되었다.

데이노니쿠스류가 먹이를 찾기 위해 땅을 파헤친 흔적 출처-Simpson, Edward L., et al(2010)

영역을 표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가설 역시 기각되었다. 발자국으로 영역을 표시하는 건 주로 포유류가 하는 것인데, 포유류들은 영역을 표시할 때 발자국을 별도로 새겨 놓는다. 즉, 영역을 표시할 때 영역임을 알리기 위해서 땅을 따로 긁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오 스텐디쿠스 비로바투스에게는 적용되기 어려운데, 왜냐하면 오스텐디쿠스 비로바투스를 남긴 공룡은 포유류가 아닌 파충류이며 파충류는 발자국을 새겨서 영역을 표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성을 유혹하였을 것 이라는 가설을 살펴보자면, 오늘날 퍼핀, 타조는 이성을 유혹할 때 땅을 발로 긁으며 일종의 춤을 춘다. 땅을 발로 긁는다면 발자국의 형태는 긁은 흔적이 길게 남아있는 형태인데, 이는 오스텐디쿠스 비로바투스의 형태와 일치한다. 따라서 연구진들은 이를 통해 공룡들은 오늘날 새들처럼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서 땅을 긁으며 춤을 추었을 것 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록클리 교수와 연구진들이 발견한 발자국들. Dig5가 오스텐디쿠스 비로바투스이다. 사진 출처-Lockley et al(2016)

 3. 2발인가 4발인가? 발자국으로 알아보자

 다음 예시는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익룡의 발자국 화석이다. 익룡은 처음으로 하늘을 날기 시작한 척추동물로 공룡으로 자주 오해되나, 사실 공룡은 아닌, 공룡과 같은 지배파충류 무리에 속하는 파충류이다. 1700년대에 독일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로 익룡에 대해서 한 가지 논쟁거리가 있었다. 익룡은 과연 두 발로 걸었는가 아니면 네발로 걸었는가. 2000년대에 들어서서 익룡의 골격 화석은 여럿 발견되었어도 쉽게 해결하지 못한 의문 거리였다. 이 의문은 1996년에 발견되고 2002년 영국의 지질학 매거진(geological magazine)에 한국공룡연구 센터에서 기재한 논문을 통해서 해결되었다. 우리나라 해남에서 발견된 익룡 발자국 보행렬 이 발견되었는데, 익룡의 앞발과 뒷발의 형태가 보존된 보행렬로, 그중에서 익룡의 발자국 화석이 매우 온전한 형태로 남은 화석이 있었다. 이 새로운 발자국 화석에는 해남이크누스 우항리엔시스(Haenamichnus uhangriensis)라는 학명이 부여되었다. 해당 발자국은 아즈다르 코과(Azhdarchidae)라고 하는 분류군에 속하는 거대한 익룡이 남긴 것으로 보이며, 뒤 발자국 은 길이 35cm로 세계 최대의 크기였으며, 뒤 발자국의 앞부분은 삼각형 모양에 발자국의 뒷 부분은 둥그런 형태이다. 앞 발자국은 3개의 앞 발가락 형태가 보존되어 있었다. 발자국 보행렬이나 패턴은 이들이 4발로 걷는 사족보행 동물이었다는 점을 보여주었는데, 발자국 보행렬의 각도와 거리를 비교한 결과이다. 장장 2세기에 걸쳐온 오랜 의문의 해결이었다

해남이크누스 우항리엔시스의 화석. -저자 촬영

4. 대규모 발자국 화석 산지. 진주시 정촌면 발자국 화석지

 최근에 진주시 정촌면의 세계에서 발자국 화석이 가장 많이 발견된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가 산업단지를 짓기 위한 공사작업으로 인해 파손될 위기에 처했다가 천신만고의 고생 끝에 현지 보존이 결정되었다. 정촌면의 학술 가치를 생각해보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 진주시에서 세계에서 가장 작은 공룡의 발자국 화석 드로마에오사우리포르미페스 라루스(Dromaeosauriformipes rarus), 가장 오래된 개구리의 발자국 화석 라니페스(Ranipes)와 두 번째로 보고된 두 발로 뛰어간 포유류의 발자국 화석 코리아살티페스 진주엔시스(Koreasaltipes jinjuensis)와 최초로 공룡 발바닥의 피부까지 보존된 발자국화석 미니사우리푸스(Minisauripus)와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온전하게 보존된 도마뱀의 발자국 화석 네오사우로이데스 이노바투스(Neosauroides innovatus)가 보고되었다. 최근에는 두발로 걸었던 악어의 발자국 보행렬이 보고되기도 하였다. 현재 진주시 정촌면의 발자국 화석산지는 라거슈타테 즉, 대규모 화석산지로 불리고 있다.

진주시에서 발견된 발자국 화석들. 왼쪽 : 미니사우리푸스(출처-Kim et al 2019a) 오른쪽: 드로마에오사우리포르미페스 라루스(출처-kim et al 2018)
네오사우로이데스 이노바투스(출처-kim et al 2019b)

5. 마치며

 발자국 화석은 뼈 화석만큼 멋있지는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거기에는 뼈로는 알 수 없는 생물의 행동양상이 보존되어 있다. 공룡이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 오늘날 새들처럼 땅을 발로 긁으면서 춤을 추었다는 점을 뼈만 보고 알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익룡이 보행을 어떤 식 으로 하였는지 우리는 2세기에 걸친 논쟁 끝에 발자국을 보고 알게 되었다. 이렇게 발자국 화석은 뼈 화석보다 보는 사람에게 주는 임펙트는 적을지 몰라도 학술 가치는 매우 높다는 점을 생각하면서, 앞으로 진주시에서, 그리고 그 외에 세계 여러 곳에서 발굴되고 연구 결과가 발표될 발자국 화석들에 대해서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ps. 진주에서 발견된 두 발로 걸었던 악어의 발자국 화석에 대한 글은 여기에서 읽어볼 수 있다.

(https://dinos119.tistory.com/entry/%ED%95%9C%EB%B0%98%EB%8F%84%EC%97%90%EC%84%9C-%EB%B0%9C%EA%B2%AC%EB%90%9C-%EC%95%85%EC%96%B4%EC%9D%98-%EB%B0%9C%EC%9E%90%EA%B5%AD-%ED%95%9C%EB%B0%98%EB%8F%84%EC%97%90%EB%8A%94-%EB%91%90%EB%B0%9C%EB%A1%9C-%EB%9B%B0%EB%8A%94-%EC%95%85%EC%96%B4%EA%B0%80-%EC%9E%88%EC%97%88%EB%8B%A4?category=866791)

 

참고 문헌-

Lockley, Martin G., et al. "Theropod courtship: large scale physical evidence of display arenas and avian-like scrape ceremony behaviour by Cretaceous dinosaurs." Scientific reports 6 (2016): 18952.

 

Hwang, Koo-Geun, et al. "New pterosaur tracks (Pteraichnidae) from the Late Cretaceous Uhangri Formation, southwestern Korea." Geological Magazine 139.4 (2002): 421-435.

 

Simpson, Edward L., et al. "Predatory digging behavior by dinosaurs." Geology 38.8 (2010): 699-702. Kim, Kyung Soo, et al. "Korean trackway of a hopping, mammaliform trackmaker is first from the Cretaceous of Asia." Cretaceous Research 74 (2017): 188-191.

 

Kim, Kyung Soo, et al. "Smallest known raptor tracks suggest microraptorine activity in lakeshore setting." Scientific reports 8.1 (2018): 16908.

 

(a)Kim, Kyung Soo, et al. "Exquisitely-preserved, high-definition skin traces in diminutive theropod tracks from the Cretaceous of Korea." Scientific reports 9.1 (2019): 2039.

 

(b)Kim, Kyung Soo, et al. "Largest Cretaceous lizard track assemblage, new morphotypes and longest trackways comprise diverse components of an exceptional Korean Konservat-Lagerstätten ichnofauna." Scientific reports 9.1 (2019): 1-12.

 

Kim, K. S., Lockley, M. G., Lim, J. D., & Kim, D. H. (2019). The oldest known anuran (frog) trackways from the Jinju Formation, Lower Cretaceous, Korea. Cretaceous Research, 96, 14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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