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여행기(해외)

Dino Science 공룡 과학박람회 라라미디아 대륙의 공룡 이야기 (1). 북미의 화석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3. 8. 26. 08:04

  올해 8월에 일본에 갔었을 때 일이였습니다. 박물관 관람을 하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전철역에서 우연히 어떤 포스터를 보게 되었습니다. 공룡, 그것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공룡인 트리케라톱스가 나온 포스터였습니다. 일본어는 몰라도 직감으로 '아, 이건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것이다.'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본 포스터는 'Dino Science 공룡 과학박람회 라라미디아 대륙의 공룡 이야기'라는 특별전의 포스터였습니다. 특별전은 도쿄 롯폰기역에 있는 미드타운이라는 초대형 복합단지에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 마침 시간이 남아서 특별전에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롯폰기역 위치)

 

특별전 포스터. 출처- 직접 촬영

 

  특별전에서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루스(Ruth)라는 이름의 티라노사우루스류인 고르고사우루스의 골격도와 견갑오훼골, 그리고 머리의 정수리 부분인 두정골과 두개골의 후미를 장식하는 접형골이라는 뼈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루스의 진품 골격은 현재 유타주에 있는 마운틴 아메리카 고대 생명 박물관(Mountain America Museum of Ancient Life)이라는 곳에서 보관 중이라고 합니다. 이 고르고사우루스는 전신의 보존상태가 90%에 달할 정도로 보존률이 매우 높다고 하네요. 이 공룡의 전신에는 수많은 상처가 존재하는데, 뇌실에서 종양의 흔적이 보인다고 합니다. 이 종양은 이 공룡이 살아있을 당시 몸의 중심을 잡기 매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이로 인해서 다른 부상을 입었을지도 모른다고 하네요.

  루스의 오훼견갑골, 그러니까 어깨 부분을 담당하는 뼈를 보면 매끄럽지 않고 표면이 울퉁불퉁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 흔적을 조사한 결과 내부에서 골절의 흔적이 발견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다리와 꼬리에 부상의 흔적이 있었습니다. 허벅지를 이루는 대퇴골의 골반과 연결되는 부분에서는 회복되지 않은 골절의 흔적이 있었습니다. 정강이뼈는 살을 찢고 밖으로 튀어나온 모습으로 보였을 구부러진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4번째, 5번 꼬리뼈 사이에는 뼈와 뼈가 부러졌다가 치유되어서 서로 단단히 꽉 눌린 모습이 관측되었다고 합니다. 

고르고사우루스 루스의 골격. 신체 여기저기 부상의 흔적이 있다. 출처- 직접 촬영
루스의 오훼견갑골(좌)과 두정골 및 접형골. 출처- 직접 촬영
루스의 오훼견갑골, 오훼골에 부상의 흔적이 있다. 출처- 직접 촬영
루스의 두정골(좌)과 접형골(우). 출처- 직접 촬영
루스의 접형골에서 보이는 뇌종양 흔적. 출처- 직접 촬영
루스의 골격. 출처- 직접 촬영

  루스를 지나서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여러 공룡이 남긴 발자국 보행렬 화석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에드몬토사우루스류, 티라노사우루스류, 오비랍토르사우리아, 스트루티오미무스류, 그리고 새의 발자국 보행렬이 남아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에드몬토사우루스류의 발자국은 방향을 전환한 듯한 모습이 남아있기도 하였습니다.

 

보행렬이 남아있는 사진. 출처- 직접 촬영
오비랍토르사우리아의 발자국 보행렬. 출처- 직접 촬영
에드몬토사우루스류의 발자국. 방향전환을 한 모양을 하고 있다. 출처- 직접 촬영
에드몬토사우루스류의 발자국. 출처- 직접 촬영

  발자국 보행렬 다음으로 전시된 화석들은 북미의 과거 습지 환경에서 살았던 생물의 화석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과거 공룡시대인 백악기에는 북미대륙을 거대한 내해가 가로지른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바다를 기준으로 서쪽은 라라미디아 대륙, 동쪽은 아팔란치아 대륙으로 불렸습니다.  전시된 화석들은 오늘날 미국 중서부에 있는 로키산맥에서 발견된 화석들이라고 합니다. 당시 이 지역의 연평균 기온이 15~20도 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여름에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매우 습한 환경이었으며, 그 덕분에 정기적으로 침수되는 습지대였다고 합니다. 사계절이 매우 뚜렷하고 봄에는 여러 꽃이 피고 가을에는 단풍이 오늘날처럼 붉게 물들고 겨울에는 건조한 기후였다고 합니다.

 

오늘날 로키산맥이 있는 지역에서 발견된 백악기 화석들. 출처- 직접 촬영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버즘나무, 녹나무, 측백나무, 야자나무, 낙우송, 녹나무(오른쪽 덩어리), 참나무, 녹나무. 이 나무들은 모두 백악기 말기 북미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나무들이다. 출처- 직접 촬영.
독일에서 발견된 잠자리 화석. 출처- 직접 촬영
브라질에서 발견된 메뚜기 화석. 출처- 직접 촬영

  이곳에는 눈에 띄는 한가지 거대한 화석이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살고 있는 레피소스테우스과(Lepisosteidae)에 속한 어류의 화석입니다. 이 어류는 가아(Gar)라는 어류의 한 종류입니다. 가아는 2억 4천만 년 전 즈음부터 지금까지 살아있는 어류입니다. 오늘날 이들은 주로 북미지역에서 살고 있습니다. 물론 화석기록을 보면 그보다 더 멀리 퍼져서 살았던 것으로 보이지만요. 이 어류들은 길게 튀어나온 주둥이와 마름모 모양의 비늘이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어류들은 물을 빨아들여서 먹이를 당기면서 먹이가 가까이 오면 낚아채는 방식으로 사냥을 합니다. 이런 방식은 그 유명한 틱타알릭도 비슷하였으리라고 보고 있기도 하지요. 이 어류들은 담수와 강의 하구, 그리고 몇몇은 바다에서 살기도 합니다. 화석을 보면 알겠지만 이들 중에는 매우 거대한 크기로 자라는 종류도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크게 자란다면 사람보다 훨씬 더 크게 자라기도 하지요.

(틱타알릭 로제 보러 가기)

레피소스테우스과인 레피소스테우스 아트록스(Lepisosteus atrox)의 화석. 이 어류의 화석은 신생대 지층에서 발견되었지만, 비늘의 모습은 백악기 시기 북미 지층에서 흔히 보이는 비늘이다. 출처- 직접 촬영
레피소스테우스과의 비늘. 출처- 직접 촬영
레피소스테우스과의 척추뼈. 출처- 직접 촬영

  공룡이 살던 시기에 포유류는 공룡과 함께 꾸준히 살아남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특별전에서는 포유류의 두개골 화석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특별전의 초반부에서 볼 수 있는 포유류는 두 종류로, 메니스코에수스 로부스투스(Meniscoessus robustus)와 디델포돈(Didelphodon)의 두개골 화석입니다. 이 포유류들은 공룡시대 마지막 시기인 7천 2백만 년 전에서 6천 6백만 년 사이에 북미에서 살았습니다.

메니스코에수스 로부스투스의 두개골. 출처- 직접 촬영
디델포돈의 두개골. 출처- 직접 촬영

 

  물론 이 시기 북미에서는 공룡과 가아, 포유류 외에도 악어, 더북등 오늘날 담수에서 살아가는 파충류의 화석도 종종 발견되었습니다. 이 시기 북미의 생물 다양성이 매우 다양하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지요. 여담으로 저는 2018년에 미국 몬테나주에서 화석발굴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가장 많이 발견했던 것이 가아의 비늘, 그리고 악어의 골편이었습니다. 참고로 여기서 골편이란 몇몇 동물에서 보이는 신체 특징으로, 피부 위에 뼈와 연결된 채로 존재하는 갑피입니다. 

 

악어의 골편화석. 출처- 직접 촬영
가비알 악어의 골편.출처- https://artsandculture.google.com/asset/australian-freshwater-crocodile-osteoderms-natural-sciences-collection/pgFwhSt2SjUsCA

 

자라의 두개골. 출처- 직접 촬영
자라의 복부 쪽 갑피 화석. 출처- 직접 촬영
악어의 척추뼈 화석. 출처- 직접 촬영

  이번 특별전은 포스터를 보면 알다시피 트리케라톱스가 주인공인 컨셉의 전시입니다. 그런데 아직 트리케라톱스의 모습은 보지를 못하셨죠? 트리케라톱스의 모습은 다음 포스팅에서 나올 예정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귀여운 아기 트리케라톱스, 그리고 그 아기 트리케라톱스가 모험을 떠나면서 만난 고생물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계속)

 

 

자료 출처-

https://lehifreepress.com/2018/06/28/ruth-the-gorgosaurus-unveiled-at-the-museum-of-ancient-life/

(LEHI BUSINESS: Ruth the Gorgosaurus, unveiled at the Museum of Ancient Life)

 

Dino Science 특별전 가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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