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여행기(해외)

일본 국립 과학 박물관 '일본의 화석' 후기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3. 8. 20. 06:54

  안녕하세요. 지난  2023년 7월 31일부터 8월 12일까지 제2차 아시아 고생물학회(2nd Asian Paleontological Congress)에 참석차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학회에 간 김에 일본의 과학관 및 박물관도 구경을 하고 싶어서 날짜를 좀 잡아서 박물관도 둘러보았습니다. 

  일본 도쿄에는 아주 큰 과학 박물관이 있습니다. 일본 국립 과학 박물관(National Museum of Nature and Science)라고 하는 이 박물관은 매우 상당히 거대한 규모로 이루어진 국립 과학 박물관입니다. 이 박물관에 8월 2일에 다녀왔습니다. 아쉽게도 박물관의 규모가 매우 거대해서 다 보지는 못하였습니다. 

 

일본 국립 과학 박물관의 모습. 출처- 직접 촬영.

 

1. 일본 국립 과학 박물관

  일본 국립 과학 박물관은 역사가 매우 오래된 박물관입니다. 무려 1871년에 세워졌습니다. 이 박물관이 세워진 시기 유럽에서는 후에 1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는 독일 제국이 선포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흥선대원군이 고종을 대신해서 섭정을 하고 있던 시절이었죠. 당시 일본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한 후 세키가하라 전투를 지나서 도쿠가와 이예야스가 설립한 에도막부가 몰락하고 근대적인 정권인 메이지 유신이 시작된지 3년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습니다. 

  박물관은 여러 건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중 화석은 총 2개의 건물에서 전시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자연사를 다루는 전시관인 지구관, 그리고 일본에서 발굴된 화석만을 전시한 일본관에 각각 전시되어 있죠. 솔직히 고백하나 하자면 자연사관의 규모가 너무 어마어마해서 일본의 화석은 매우 간략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일본의 화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어 보았습니다.

 

2. 일본의 화석

(1). 일본의  공룡이 살던 시기 해양생물 화석

  일본의 화석 전시관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수장룡, 그러니까 공룡이 살던 시대에 바다에서 살았던 해양파충류였습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공룡이 살던 시대에 바다에서 만들어진 해성층이 존재하기 때문에 중생대 해양생물의 화석이 발견되고는 합니다. 이 수장룡은 후타바사우루스(Futabasaurus)라는 이름의 수장룡입니다. 이 수장룡은 1968년에 일본의 후쿠시마현에 분포하는 후타바층군의 타마야마층(Tamayama Formation)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지층의 연대를 토대로 살펴보자면 이 수장룡은 대략 8천 5백만 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동안 후타바 스즈키류(Futaba-ryu), 웰레시사우루스 스즈키(Wellesisaurus sudzuki)등등으로 불리다가 2006년에 캐나다 자연 박물관(Canadian Museum of Nature) 소속의 타마키 사토, 군마 현립 자연사 박물관의 요시카즈 하세가와, 그리고 국립 과학박물관 소속의 마코토 마나베의 공동연구 끝에 후타바사우루스 스즈키라는 학명으로 명명되었습니다.

 

후타바사우루스의 골격. 출처- 직접 촬영

 

  후타바사우루스의 골격은 상당히 온전한 모습으로 발견되었습니다. 두개골과 목에서 꼬리 일부까지를 이루는 척추뼈, 그리고 3개의 지느러미 -왼쪽 앞, 뒤 및 오른쪽 뒤-와 늑골, 가슴을 이루는 쇄골뼈 보존되었습니다.

 

후타바사우루스의 골격. 출처- Sato et al., (2006).

 

  후타바사우루스뿐 아니라 일본에서는 암모나이트의 화석이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하였듯 일본에는 중생대 해성층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암모나이트의 화석도 발견될 수 있는 것이죠. 일본에서 암모나이트 화석은 일본 북쪽 홋카이도의 북쪽에 분포한 에조층에서 주로 발견되었습니다. 이곳에서 500여 종이 넘는 암모나이트의 화석이 발견되었지요. 종류도 매우 다양해서 1m가 넘는 거대한 암모나이트가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홋카이도에서 발견된 암모나이트 화석. 출처- 직접 촬영

 

   화석관을 둘러보는 중에 여러 개의 긴 화석을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일본에서 스피노사우루스류의 이빨이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은것 같은데...등뼈 화석이 발견된 적도 있었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까 공룡이 아니라 굴화석, 정확히는 굴의 껍데기 화석이었습니다. 콘보스트레아 콘보(Konbostrea Konbo), 또는 곤보굴이라고 불리는 굴로, 사할린과 홋카이도에서 대략 9천만년 전 시기에 형성된 지층에서 발견된 굴의 화석이었습니다. 

 

콘보스트레아의 화석. 출처- 직접 촬영

 

(2). 일본에서 최초로 발견된 공룡 화석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공룡화석은 1972년에 발견되었습니다 (보러 가기). 그러면 일본은 어떨까요? 일본에서 최초의 공룡화석은 1978년에 발견되었습니다. 당시 국립 과학 박물관 소속의 토모키 카세박사는 일본의 북동부에 위치한 이와테현의 모쉬(Moshi)라는 지역의 지질환경을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머물던 숙소를 따라 펼쳐진 절벽에서 우연히 무언가가 튀어나온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발굴해서 보니까 공룡의 화석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카세박사가 오기 전에 먼저 숙소에 머물렀던 학자들이 조사할 때는 화석이 노출된 흔적이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즉, 카세박사가 오기 얼마 전에 운이 좋게 화석이 노출되어서 화석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죠.

 

일본에서 처음 발견된 공룡의 화석. 출처- 직접 촬영

 

   일본에서 발견된 첫 번째 공룡의 화석은 목이 긴 용각류 공룡의 앞다리, 정확히는 오른쪽 앞다리 화석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공룡의 골격 화석도 용각류 공룡의 앞다리 화석이었습니다.). 발견 당시에는 쥐라기에 살았던 디플로도쿠스류의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있었으나, 현재에는 용각류의 것이라는 점만 인정되고 있다고 합니다.

 

(3). 일본에서 발견된 신생대 초기 포유류의 화석

  일본에서는 공룡시대 이후에 살았던 포유류의 화석도 여러 종류 발견되었습니다. 일본 국립 과학 박물관의 일본관에서 전시된 신생대 포유류는 대략 5천 5백만 년 전에서 4천만 년 전 즈음인 에오세 시기에 살았던 포유류와 2천 5백만 년 전 즈음에 살았던 포유류, 그리고 빙하기 시기에 살았던 포유류의 화석이 있습니다.

  5천 5백만 년 전 즈음에 살았던 포유류의 화석은 턱뼈 일부만 발견된 표본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곳에는 히고테리움 힙소돈(Higotherium hypsodon)이라는 포유류와 플레시오콜로피루스 쿠시로엔시스(Plesiocolopirus kushiroensis), 그리고 코리포돈과(Coryphodontidae)의 턱뼈 화석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복잡한 이름이 나오니 뭔가 어렵죠? 이 포유류들은 본래 일본이 아닌 다른 지역, 가령 북미나 중국, 심지어 북한에서 발견된 포유류도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아직 일본이 갈라지기 전 대륙에 붙어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오늘날 일본이 되는 지역에서도 분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국립 과학 박물관에 전시된 일본에서 발견된 에오세 시기 포유류의 화석. 출처- 직접 촬영

 

  코리포돈과는 공룡이 멸종한 거의 직후에 제일 먼저 등장한 포유류중 하나입니다. 신생대, 그러니까 공룡시대인 중생대 이후에 등장하였던 포유류에 한해서 보자면 거의 초창기에 나타난 포유류이지요 (물론 포유류 전체로 보자면 절대 아닙니다! 포유류 자체는 공룡시대 초창기 즈음에 등장하였습니다.).

 

코리포돈과의 화석. 출처- 직접 촬영

 

코리포돈과를 대표하는 동물 코리포돈의 모습.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Coryphodon

 

  하고테리움은 결치아목(Tillodontia)이라는 분류군에 속합니다. 오늘날에는 멸종한 이 포유류들은 설치류처럼 앞니가 매우 발달해있고 발가락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발달되어 있습니다. 다만 설치류와 다른 점이라면 덩치가 설치류보다 많이 크다는 것이겠지요. 플레시오콜로피루스 쿠시로엔시스는 오늘날 맥과 친척관계인 포유류입니다. 이 포유류의 친척은 북한에서도 발견된 사례가 있습니다.

 

히고테리움 힙소돈(좌)과 플레시오콜로피루스 쿠시로엔시스(우)의 모습. 출처- 직접 촬영

 

히고테리움 힙소돈의 복원도. 출처- http://a-fragi.blogspot.com/2016/09/

 

플레시오콜로피루스 쿠시로엔시스의 모습 복원도. 이 포유류의 친척은 북한에서도 화석이 발견된 바가 있다. 출처- http://a-fragi.blogspot.com/2016/09/

 

(4). 신생대 중반기 일본에서 살았던 포유류의 화석

  에오세 시기 이후인 2천 5백만 년 전 시기 포유류의 화석은 오늘날 코끼리의 친척인 곰포테리움 아넥크텐스(Gomphotherium annectens)의 턱뼈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 동물은 아래턱뼈가 매우 인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주둥이의 앞부분이 삼각형 형태로 좁아지면서 턱 앞쪽에 이빨이 1쌍으로 튀어나와 있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학자들은 이 동물의 턱이 땅을 파서 식물을 캘때 사용하였으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곰포테리움의 옆에는 참나무의 줄기 화석이 같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언뜻 보면 그런가보다 할 수 있지만, 사실 이 둘은 우리나라에서도 발견된 바가 있습니다. 곰포테리움의 턱 화석은 북한에서 발견되었습니다. 1938년에 마키야마라는 학자가 함경북도 명천 지역에서 발견된 곰포테리움의 화석을 학계에 보고하였습니다. 당시에는 새로운 종류인 것으로 판단되었으나, 2005년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사실은 곰포테리움의 화석인 것으로 재결론이 나왔습니다. 현재 그 화석은 일본 교토대학 박물관에서 보관되고 있다고 합니다. 곰포테리움 옆에는 참나무(Quercus sp.)의 화석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시기 참나무의 화석은 우리나라에서도 포항에 분포한 금광동층에서 발견된 바 있습니다.

 

곰포테리움 아넥크텐스의 턱뼈. 오른쪽에는 참나무(Quercus sp.)의 화석이 전시되어 있다. 이 두 생물의 화석은 한반도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출처- 직접 촬영

 

곰포테리움의 모습 복원도.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Gomphotherium

 

북한에서 발견된 곰포테리움의 화석. 출처- Lee and Tomida (2005).

 

  곰포테리움 옆에는 바다에서 살았던 해양 포유류들의 화석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포유류들은 여기에 전시된 화석들 중에서 가장 멋진 화석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이곳에서 전시된 해양 포유류들은 모두 마이오세라고 불리는 시기에 살았습니다. 대략 2천만 년 전에서 1천 5백만 년 사이에 살았던 이 포유류들은 아마 일본열도가 대륙에서 갈라지던 순간을 조금씩이나마 눈으로 목격하였을 것입니다 (동해의 형성 과정 보러 가기).

 

일본에서 발견된 해양 포유류들. 출처- 직접 촬영

 

  팔레오파라독시아 타바타이(Paleoparadoxia tabatai)는 1939년에 보고된 해양포유류입니다. 언뜻 보면 하마랑 닮았다고 생각될 수 있으나...이 포유류는 코끼리, 그리고 바다소와 친척입니다. 오늘날 바다소처럼 이 포유류들은 완전히 수중에서만 생활하며 해저 바닥을 걸으면서 생활하였다고 합니다. 이 포유류의 화석은 일본에서는 홋카이도등 북부지역뿐 아니라 후쿠이, 그 외에 일본 남부까지 여러 지역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일본 밖에서는 캘리포니아에서 발견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팔레오파라독시아 타바타이의 골격. 출처- 직접 촬영

 

팔레오파라독시아 타바타이의 보습 복원도.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Paleoparadoxia

 

  팔레오파라독시아 타바타이 옆에는 머리뼈만 남아있는 포유류가 있었습니다. 이 포유류는 데스모스틸루스 자포니쿠스(Desmostylus japonicus)라고하는 포유류입니다. 이 포유류는 위에서 나온 팔레오파라독시아와 친척관계입니다. 즉, 물속에서 살면서 바닥을 걸어 다니는 생활을 하였을 것이란 것이죠. 데스모틸루스의 화석은 일본의 거의 전역, 그 외에도 러시아 사할린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데스모스틸루스 자포니쿠스의 두개골. 출처- 직접 촬영

 

  바다소의 친척 외에도 일본에서는 기각류, 그러니까 물개, 바다사자, 바다코끼리의 친척의 화석이 발견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 동물은 알로데스무스(Allodesmus sp.)라고 하는 생물입니다. 이 생물은 수컷의 경우에는 강력한 송곳니가 있다고 합니다. 성적 이형성의 특징 중 하나로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싸울 때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알로데스무스의 화석은 일본의 홋카이도, 그리고 니가타현, 나가노등 일본 중부지역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일본 외에서는 미국의 워싱턴, 캘리포니아에서 발견된 사례가 있습니다.

 

알로데스무스의 화석. 출처- 직접 촬영

 

알로데스무스의 모습 복원도. 출처- https://novum-terram.fandom.com/wiki/Allodesmus_(SciiFii)?file=Allodesmus_%28SciiFii%29.jpg

 

(5). 일본의 거대 포유류의 화석

  일본의 화석 전시관에는 또한 일본의 거대 포유류의 화석을 전시한 공간도 있었습니다. 오늘날 일본에서는 살지 않지만, 과거 5백만 년 전에서 대략 1만 년 전까지는 코끼리와 같은 장비목이 살기도 하였습니다. 일본 국립 과학 박물관에 전시된 일본의 장비목의 화석은 스테고돈 아우로라에 (Stegodon aurorae), 스테고돈 오리엔탈리스(Stegodon orientalis), 그리고 나우만코끼리라고도 불리는 팔라에오록소돈 나우마니(Palaeoloxodon naumanni)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일본의 빙하기 시기 거대 포유류의 화석. 출처- 직접 촬영

 

  위에서 언급하였듯 일본에서는 2종의 스테고돈이 발견되었습니다. 스테고돈은 일본 외에도 아프리카 우간다, 케냐에서부터 중국, 대만등 여러 지역에서 분포하면서 살았습니다. 즉, 상당히 성공적으로 번성한 생물이었던 것이죠. 다만 나우만코끼리와는 달리 한반도에서 이들의 화석은 발견된 바가 없습니다. 2000년에 일본의 비와호 박물관 소속의 학자 케이치 타카하쉬와 케이코 나마츠는 한반도와 중국 본토에서 스테고돈 아우로라에의 화석이 발견되지 않는 이유는 이들이 군도, 그러니까 섬이 많은 해역에서 진화하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즉 이들이 대륙에서 진화하여 섬으로 건너온 것이 아니라 섬에서 자체적으로 진화하였다는 것이죠.

 

스테고돈의 화석. 출처- 직접 촬영

 

  나우만코끼리가 살던 시기 지구는 매머드가 살아있던 빙하기 시기였습니다. 나우만코끼리라는 이름은 독일학자 하인리히 에드먼드 나우만(Heinrich Edmund Naumann)이 이 코끼리의 화석을 처음 발견하였기에 그의 이름을 따와서 부르는 명칭입니다. 이 코끼리들은 빙하기 시기 동아시아에서 살았습니다. 일본에서는 치바현, 아오모리현에서 화석이 발견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일본 외에서는 대만, 그리고 북한에서 발견된 사례가 있습니다.

 

나우만코끼리의 화석. 출처- 직접 촬영

 

  장비목 외에도 어떤 사슴의 화석이 같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 사슴은 시노메가케로스 야베이(sinomegaceros yabei)라는 사슴입니다. 오늘날에는 멸종한 사슴으로  뿔이 매우 크고 거대한 특징이 있습니다. 빙하기 시기에는 메갈로케로스처럼 큰 뿔을 가진 사슴이 살기도 하였던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다만 이들은 현재는 모두 멸종하였습니다.

 

시노메가케로스 야베이의 화석. 출처- 직접 촬영

 

 사실 포스팅에서 보여준 것 외에도 미화석, 연체동물등 여러 화석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여러 식물 화석이 전시되어 있기도 했었지요. 다만 아쉽게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상태에서 둘러본 거라 그 화석들은 사진을 찍지를 못하였습니다. 특별 전시가 아닌 상설 전시이니 언젠가 다시 기회가 오겠지요.

 

3. 충견과 남극 탐사견

  마지막 이야기는 화석이 아니라 박물관에 전시된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일본 국립 과학 박물관에는 두마리의 유명한 강아지가 박제표본으로 전시되고 있습니다. 하치코(ハチ公)라는 이름의 강아지와 지로(ジロ)라는 이름의 강아지입니다. 개인적으로 화석 못지않게 보고 싶었던 강아지들이었기에 간신히 볼수 있었습니다.

 

(1). 충견 하치코

하치코는 영화 하치 이야기의 모티브가 된 실제 강아지입니다. 품종은 일본의 대표적인 전통적인 품종인 아키타견이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략 진돗개 정도 될 듯하네요. 

  하치코는 1920년대에 도쿄에서 살았던 강아지입니다. 이 강아지의 주인은 우에노 히데사부로라는 교수였습니다. 그는 오늘날 도쿄대학교가 되는 도쿄 제국 대학의 농업학 교수로 현대 일본의 농업토목학의 기초를 다진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하치코를 태어난 지 1년이 지난 1924년에 입양하였습니다. 하치코는 주인이 출근할 때 지하철역까지 따라가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주인이 퇴근을 하면 주인을 만나러 매일 시부야역까지 마중을 나갔다고 합니다. 당시 시부야역의 직원들은 하치코와 히데사부로 교수를 자주 목격하였다고 합니다.

 

하치코와 우에노가족의 사진.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Hachik%C5%8D

 

그러던 1925년 5월 21일에 우에노 교수는 학교에서 근무를 마치고 동료 교수와 이이야기를 하던 중에 갑작스럽게 뇌출혈로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하티코는 이를 모른채 주인을 만나러 계속 시부야역까지 마중을 나갔다고 합니다.

  1932년에 우에노 교수의 제자였던 히로키치 사이토는 하치코의 이야기를 다룬 글을 아사이 신문에 기고하였고 이는 곧 많은 대중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가져다주거나 치료를 해주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종종 주인을 기다린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부터 음식을 쉽게 얻을 수 있으니 그걸 노린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기도 합니다.

  어찌 되었든 하치코의 이야기는 당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1934년에는 당시 일본의 조각가였던 테루 안도가 청동으로 하치코의 동상을 제작하여서 시부야역에 전시하였습니다. 하치코는 동상이 세워질때에도 시부야역에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동상은 현재는 남아있지 않습니다. 2차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전쟁물자 생산을 위해서 반출되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시부야역에 있는 동상은 1948년에 다시 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인간이 무엇을 하든 간에 하치코는 계속 주인을 마중하러 무려 9년 9개월 15일 동안 시부야역으로 마중 나오다가 1935년 3월 8일에 11살로 생을 마감하였다고 합니다. 2011년에 하치코를 연구한 과학자들은 하치코가 심장사상충 및 암 말기였었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하치코의 위에서는 일본식 닭꼬치인 야키토리의 꼬챙이가 4개 발견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단 이 꼬챙이는 하치코의 위장을 상하게 하거나 죽음으로 내몬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1934년에 촬영된 하치코의 모습.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Hachik%C5%8D

 

하치코가 죽고 1년이 지난 1936년에 하치코를 기리고자 찾아온 사람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Statue_of_Hachik%C5%8D

 

   1987년에 코야마 세이지로 감독이 하치코를 주인공으로 제작한 영화 '하치 이야기'가 제작되었습니다. 2010년에는 할리우드에서 배경을 일본에서 미국으로, 시대를 1920년대에서 현대로 바꾸는 몇몇 각색을 거친 끝에 하치코:개의 이야기 (Hachiko: A Dog's Story) -국내에서는 하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개봉하였습니다- 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되었습니다. 리처드 기어가 주연을 맡았죠. 

 

1987년작 하치 이야기 영화 포스터.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Hachik%C5%8D_Monogatari

 

2010년에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하치 이야기 영화 포스터. 출처-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53044#

 

   하치코를 꼭 보고 싶었던 저는 자연사관을 관람한 후에 총알같이 일본관으로 뛰어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일본관에 가서 하치코를 찾아다니다가 드디어 보게 되었습니다. 하치코는 생각보다 몸집이 꽤 큰 개였더군요. 저희 아버지께서도 강화도에서 강아지를 두마리 기르시고 계시는데 그 두 강아지들이 생각나던 순간이었습니다.

 

하치코의 박제 표본. 출처- 직접 촬영

 

(2).남극 탐사견 지로

  하치코 옆에는 다른 강아지가 같이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지로라는 이름의 이 강아지는 사할린 허스키 품종으로 남극을 탐사하였던 탐사견이었습니다. 1956년 7월에 홋카이도에서 태어난 이 강아지는 같은 해 11월에 남극 탐사선 '소야호'에 다른 21마리 강아지와 함께 참가하였습니다. 당시 남극 탐사대는  개썰매를 모는 일을 하고자 강아지를 데려갔었죠. 1957년 12월에 탐사대는 두 번째 탐사를 진행하였으나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결국 철수해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철수하는 와중에 지로를 포함한 강아지 15마리를 남극에 그대로 두고 철수하였다고 합니다. 당연히 탐사대는 사회에서 엄청난 비난을 받게 되었지요. 1959년 1월에 남극에 파견된 탐사대는 지로와 지로의 형제 타로라는 강아지만 살아남았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7마리는 죽었고 6마리는 어디론가로 사라졌다고 합니다. 탐사대가 구출한 후에도 지로는 계속 남극 탐사에 참가하다가 1960년에 5살이라는 나이로 죽었습니다. 같이 살아남은 타로는 일본으로 돌아와 사포로에서 살다가 1970년에 죽었습니다.

  이 이야기 역시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1983년에 남극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영화가 제작되었습니다. 위의 하치코처럼 할리우드에서도 이 영화를 리메이크한 영화 만들어졌습니다. 에이트 빌로우라는 제목의 영화이지요.

 

남극이야기 포스터.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Antarctica_(1983_film)

 

에이트 빌로우 영화 포스터. 출처-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41576#photoId=636705

 

지로의 박제 표본. 출처- 직접 촬영

 

   아쉽게도 하치코와 지로를 볼 때는 박물관 폐관이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선시물은 제대로 못보고 하치코와 지로만 얼른 보고 나올수 밖에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참 많이 아쉬웠습니다. 나중에 기회 되면 이 박물관의 다른 전시관도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다른곳에서 열린 전시회 방문기를 작성해 보려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항상 진행되는 상설 전시가 아니라 일정 시기에만 진행되는 특별전을 살펴보겠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공룡이 주요 주제인 특별전이었습니다. 어떤 특별전인지는 다음 글에서 살펴보겠습니다.

(계속)

 

 

자료 출처-

 

https://web.archive.org/web/20131103064510/http://www.digitaljournal.com/article/218509/Dog_faithfully_awaits_return_of_his_master_for_past_11_years

(Digital Journal: Dog faithfully awaits return of his master for past 11 years)

 

https://web.archive.org/web/20150911231759/http://www.47news.jp/korean/bronzestatue/2013/06/067665.html

(Kyodo News: 【동상역사산책】시부야 명물 충견 하치…주인은 일본 농업토목의 선구자)

 

https://en.wikipedia.org/wiki/Antarctica_(1983_film) 

 

https://ko.wikipedia.org/wiki/%ED%95%98%EC%B9%98_%EC%9D%B4%EC%95%BC%EA%B8%B0_%281987%EB%85%84_%EC%98%81%ED%99%94%29

 

https://en.wikipedia.org/wiki/Hachik%C5%8D

 

https://en.wikipedia.org/wiki/Taro_and_Jiro

 

https://en.wikipedia.org/wiki/Futabasaurus

 

https://en.wikipedia.org/wiki/Paleoparadox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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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zel, K. (1986). Shell structure, growth, and functional morphology of an elongate Cretaceous oyster. Palaeontology, 29, 139-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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