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공원에서 등장한 공룡 중에서 실제와 매우 다른 공룡은 무엇이 있을까요? 저번 글에서 나온 벨로키랍토르도 있지만, 그 외에 실제와 매우 달랐던 공룡이 있습니다. 이 공룡은 그렇게 등장하는 장면이 많지는 않지만, 등장 때마다 강렬한인상을 남겼습니다. 이 공룡은 바로 딜로포사우루스입니다.
"최초의 육식 동물 중 하나인 딜로포사우루스는 실제로 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먹이에 독을 뱉어 실명에 이르게 하고 결국에는 마비를 일으키게 됩니다. 그리고 공룡이 여유를 가지게 되면 식사를 합니다. 이것은 딜로포사우루스를 쥬라기공원의 아름답지만, 동시에 치명적인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면 이 공룡은 실제로 어떤 공룡이었을까요? 이번에는 쥬라기공원에서 등장한 딜로포사우루스와 실제 딜로포사우루스를 비교해보겠습니다.
1. 실제 딜로포사우루스
영화에서 묘사한 것처럼 딜로포사우루스는 실제로 매우 원시적인 육식공룡입니다. 이 공룡은 쥬라기 초기에 살았던 공룡으로, 화석기록을 보면 대략 2억 년 전 즈음에 살았던 공룡입니다. 공룡의 초기 화석기록이 대략 2억 5천만 년 ~4천만 년 사이에서 발견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매우 초기에 살았던 공룡이죠 (4~5천만 년 즈음의 차이가 있기야 하지만 지질학적으로 이건 그리 큰 차이는 아닙니다.). 이 공룡은 영화에서 등장한 것처럼 머리 위에 1쌍의 볏을 달고 있습니다. 이 볏은 뼈로 이루어져 있으며 정확한 용도는 알기 어려우나, 번식기에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서 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있습니다.
이 공룡은 1954년에 버클리 대학교 박물관의 연구원이었던 사무엘 폴 웰스(Samuel Paul Welles)박사가 애리조나에 분포한 카옌타층(Kayenta Formation)에서 처음 발견하여 학계에 보고하였습니다. 다만 당시 웰스 박사는 이 공룡을 딜로포사우루스가 아닌 메갈로사우루스 웨터릴리 (Megalosaurus wetherilli)라고 추정하였습니다. 신체의 일부 (앞다리, 뒷다리뼈)만 발견되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1964년에 이 공룡의 더 완전한 골격을 발견하고 1968년-1969년애 유럽에서 발견된 다른 육식공룡들과 비교하게 되면서 전혀 다른 공룡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웰스 박사는 이 공룡에게 딜로포사우루스 웨터릴리( (Dilophosaurus wetherilli))라는 학명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특히 머리 위에 달린 볏은 이 공룡이 메갈로사우루스와 전혀 다른 공룡이라는 것을 보여주었죠.
연구가 진행이 되면서 딜로포사우루스는 영화에서 등장한 모습과는 후술할 내용 외에도 다른 모습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본래 딜로포사우루스는 턱뼈가 매우 약하며, 머리 위에 난 볏은 형태가 온전하게 드러난 형태를 하고 있다고 추정되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볏의 뒤쪽으로 뿔과 비슷한 형태가 그대로 드러나 있으며, 볏 자체도 화석에서 보이는 형태 그대로 드러난 형태였던 것으로 추정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2020년 6월에 딜로포사우루스의 5 표본을 조사한 결과, 딜로포사우루스는 실제로 턱 근육이 강하여 턱 힘이 강하였고, 볏도 연부조직이 겉을 감싸서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다른 형태를 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연구가 계속 진행이 되면서 영화에서 등장한 모습과 차이가 생긴 셈이라 볼 수 있습니다.
2. 독을 가진 목도리 도마뱀...?
쥬라기공원 1편에서 딜로포사우루스의 등장 장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라면 이 공룡은 다른 공룡과는 다르게 독이 든 침을 뱉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눈에 맞춰서 실명에 이르게 한다는 무시무시한 특징이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실제 딜로포사우루스에게 이런 특징이 있었을까요? 음....사실 딜로포사우루스에 독이 있었다는 뚜렷한 증거는 없습니다. 전혀 없습니다. 말 그대로 상상의 산물입니다. 후에 만들어진 설정으로, 딜로포사우루스를 제작할 당시에 딜로포사우루스의 DNA가 오늘날 독을 가진 개구리인 노란 독화살 개구리(Yellow-banded poison dart frog)와 호환이 되었기에 딜로포사우루스의 유전자를 복원할 때 사용되었다는 설정이 붙게 되었습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노란 독화살 개구리는 치타나 표범과 비슷하게 검은색과 노란색의 알록달록한 무늬를 가지고 있는데, 원작 소설에서 딜로포사우루스 역시 이런 몸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이 있다고 합니다.
여담으로 독사로 유명한 코브라 중에서 실제로 먹이의 눈에다가 독을 쏴서 실명하게 하는 종도 있다고 합니다. 스피팅 코브라라고 하는 아프리카, 중국, 대만, 남아시아에서 서식하는 코브라는 실제로 영화에서 등장한 딜로포사우루스처럼 독을 먹잇감의 눈에다가 밷어서 공격을 한다고 합니다. 이 독은 신경독으로, 눈에 맞게 되면 결막 부종 및 각막 팽윤을 일으켜서 종국에는 실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어쩌면 마이클 크라이튼 작가가 이 코브라를 참고해서 딜로포사우루스의 컨셉을 만들었을지도 모르지요.
독을 뱉는 스피팅 코브라의 모습 (1분 40초). 실제로 독을 뱉어서 눈에 적중한다는 점이 영화에서 등장한 딜로포사우루스와 유사하다.
여기에 더해서, 딜로포사우루스는 영화에선 목도리도마뱀처럼 목에 활짝 펴지는 목도리 장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도 근거가 있는 걸까요? 사실 이것도 상상의 산물입니다. 실제로 딜로포사우루스에게 이런 목도리 장식이 있었다는 근거 역시 전혀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진짜 사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에서 나온 딜로포사우루스는 실제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대체 뭘까요? 왜 이렇게 다를까요? 사실 원작 소설에서도 딜로포사우루스에게 목도리 장식이 있다는 묘사는 없습니다. 거기에 몸 크기도 영화에서 나온 것보다 훨씬 더 컸습니다 (다만 그래도 실제보다는 좀 작은 대략 몸길이 3미터 정도의 크기로 나옵니다.). 즉, 실제 딜로포사우루스와 비슷한데 독만 추가된 모습이었습니다. 따라서 영화에서 등장하였던 딜로포사우루스의 목도리 장식은 좀 더 멋지게 보이기 위해서, 그리고 재미를 위해서 영화 제작진이 만들어 낸 설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여담으로 독을 가졌으리라는 가설이 제기되었던 공룡이 있습니다. 중국에서 발견된 공룡으로 1억 3천만 년 전 즈음에 살았던 공룡으로, 시노르니토사우루스(Sinornithosaurus)라고 하는 공룡입니다. 이 공룡의 위 턱에 달린 이빨 중에서 길고 휘어져 있으며 잇몸 인근에 주머니와 비슷한 홈이 파여 있었습니다. 이건 마치 독사의 독니와 비슷한 형태이지요. 그래서 몇몇 학자들은 이 공룡에게 독이 있었으리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오늘날 독사의 경우, 물어서 독을 주입하는 독니는 길이가 다른 이빨보다 훨씬 더 길고, 이빨이 박혀있는 잇몸에 독이 분비되는 독샘이 있는데, 시노르니토사우루스도 이와 비슷하다고 본 것이었죠.
하지만 이 주장은 현재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긴 이빨이라는 것은 사실 두개골이 화석화 되면서 이빨구멍에서 밀려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거기에 더해서 독샘으로 보이는 구조도 독을 분비하고 이빨로 운반하는 형태로 보이지 않고, 다른 수각류 공룡과 비교할 때 특별할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시노르니토사우루스는 실제로 독을 가진 공룡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합니다.
)
3. 작은 크기....?
영화에선 딜로포사우루스가 사람보다 작은 크기로 묘사됩니다. 그런데 실제로도 그랬을까요? 아닙니다. 실제 딜로포사우루스는 티라노사우루스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사람보다는 몸집이 큰 공룡이었습니다. 몸길이는 최대 7미터 정도 되는 크기였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왜 영화에서는 몸집이 작은 공룡으로 나왔던 것일까요? 사실 영화에서 등장한 딜로포사우루스는 아성체, 즉 어린 개체였다는 설정이 있습니다. 어리기 때문에 사람보다 훨씬 크기가 작았던 것이었죠. 영화에서 보면 딜로포사우루스는 차 안에 있는 사람을 죽였는데, 만약 실제 크기라면 그렇게 하기엔 힘들었겠죠.
사실 영화에서 등장한 공룡의 모습이 실제와 많이 다르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1. 영화는 재미를 위해서 제작되는 것이지 실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영화는 재미를 위해서 실제와 다르게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멜로 영화와 실제 연애가 같지 않고 전쟁영화와 실제 전쟁의 흐름이 같지 않은 것이랑 비슷한 경우입니다. 동물이 등장해서 사람을 잡아먹는 영화의 경우도 비슷한데, 실제 동물의 행동과는 전혀 딴판의 모습을 한 괴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쥬라기공원 외에도 영화 아나콘다에서 등장한 아나콘다가 실제 아나콘다와 굉장히 다른 것이 예시라 할 수 있습니다.
2. 영화에서 등장한 공룡들은 개구리의 DNA가 들어간 일종의 '혼종'과 비슷한 공룡이기에 실제 공룡과 차이가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실제 공룡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다른 생물의 유전자가 들어가 있으니 실제 공룡과 완전히 같을 수는 없겠지요. 비록 영화에서는 쥬라기월드에서 등장한 인도미누스 렉스만 혼종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말이죠.
쥬라기공원에서 등장한 공룡은 실제와 매우 다릅니다. 비록 영화에서의 모습과는 매우 달랐지만, 딜로포사우루스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기에 대중매체에서 딜로포사우루스가 등장할 때는 실제보다는 영화에서 나온 모습을 차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보면...제작진의 시도가 나름 성공적(?)인듯 합니다.
(계속)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jurassicpark.fandom.com/wiki/Dilophosaurus#Trivia
https://en.wikipedia.org/wiki/Spitting_cobra
Marsh, A. D., & Rowe, T. B. (2020). A comprehensive anatomical and phylogenetic evaluation of Dilophosaurus wetherilli (Dinosauria, Theropoda) with descriptions of new specimens from the Kayenta Formation of northern Arizona. Journal of Paleontology, 94(S78), 1-103.
Welles, S. P. (1954). New Jurassic dinosaur from the Kayenta formation of Arizona. Geological Society of America Bulletin, 65(6), 591-598.
Welles, S. P. (1970). Dilophosaurus (Reptilia, Saurischia), a new name for a dinosaur. Journal of Paleontology, 44(5), 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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