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물학 이야기

쥬라기공원 특집(4). 쥬라기공원에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스'가 없다....?!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2. 6. 24. 06:25

1. 쥬라기공원의 티라노사우루스의 모델이 되는 티라노사우루스

 쥬라기공원3편을 제외한 모든 시리즈의 포스터에서는 항상 티라노사우루스가 등장합니다. 포스터에서 등장한 티라노사우루스의 그림은 실제로 존재하는 티라노사우루스의 표본을 토대로 그려졌습니다. 이 표본은 AMNH5027이라는 표본으로, 1908년에 미국의 고생물학자 바넘 브라운이 몬태나주에서 처음 발굴하고 난 후 뉴욕 자연사 박물관의 관장이자 티라노사우루스라는 학명을 처음 제안하였던 헨리 오스본이 학계에 기재하였습니다. 이 표본은 완전히 보존된 머리뼈와 목~골반 및 꼬리뼈 일부가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이 표본은 처음 기재된 이후로 계속 티라노사우루스'렉스'로 동정되었습니다. 이 표본은 1992년에 스탠이라는 애칭이 붙은 티라노사우루스 표본 ex BHI-2033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가장 완벽한 형태의 두개골이 보존된 표본이었습니다.

 

AMNH5027의 두개골. 출처- Osborn (1912).

 

2. 티라노사우루스'렉스'가....아니다....?!

 그런데 2022년에 한 가지 재밌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티라노사우루스가 렉스 1종만 있는 것이 아니라, 3종으로 나누어진다는 연구 결과였습니다. 저번에 벨로키랍토르편에서 이야기하였던 학자를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레고리 폴 말입니다. 2022년에 그레고리 폴 연구원과 연구진은 티라노사우루스가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렉스 1종만 있는 것이 아니라 렉스 외에도 황제를 뜻하는 임페라토르, 여왕을 뜻하는 레지나 2종이 더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폴 박사와 연구진은 총 38개체의 티라노사우루스 표본을 조사하였습니다. 연구진은 각각 개체에서 다리뼈, 턱에서 나타난 앞니의 배열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어떤 개체는 대퇴골의 둘레와 길이 비율이 다 자란 성체임에도 불구하고 두께가 가느다란 편이었고, 어떤 개체는 덜 자란 개체임에도 다리 두께가 상당히 두꺼운 편이었습니다 (참고로 여기서 가느다랗다는 기준은 길이 대비 두께의 비율이 2.4를 넘을 때 입니다.). 즉, 어린 개체라고 대퇴골이 가느다랗고 다 자란 개체라고 대퇴골이 두껍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티라노사우루스의 앞니에서도 개체마다 차이점이 존재하였습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여타 다른 육식공룡과는 다르게 앞니와 비슷한 이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앞니의 배열을 보면 어떤 개체는 2개, 어떤 개체는 1개를 가지고 있다는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폴 박사와 연구진은 어떻게 이런 특징을 기준으로 종을 나누었을까요? 간단하게 이야기해보자면 대퇴골의 굵기가 시간이 지나면서 가늘어지고 앞니의 개수에 따라서 종이 나누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연구 결과에서 티라노사우루스는 총 3종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층서, 그러니까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이 발견된 지층의 연대를 기준으로 가장 오래된 종은 황제를 뜻하는 티라노사우루스 임페라토르(Tyrannosaurus imperator), 그리고 그다음으로 여왕을 뜻하는 티라노사우루스 레지나(Tyrannosaurus regina)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yrannosaurus rex)로 나누어지면서 진화한다는 것이 폴 박사와 연구진의 결론입니다. 임페라토르종은 대퇴골이 두껍고 앞니가 2개이며, 레지나종은 대퇴골이 가느다랗고 앞니가 1개, 렉스는종은 대퇴골이 가느다란 형태에 앞니가 2개였습니다.

 

시카고 필드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된 현재까지 가장 온전한 형태로 보존된 티라노사우루스 수(sue). 폴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수는 티라노사우루스 임페라토르이다. 출처- 직접 촬영

 

3. 다른 학자들의 의견

 이 새로운 연구결과에 다른 학자들은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요? 다른 학자들은 이 주장을 크게 동의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티라노사우루스류 전문가인 메릴랜드 대학교의 토마스 홀츠 교수는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연구 방법은 매우 설득력이 있으나, 새로운 표본을 더 추가하면 이 연구와 일치하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연구에 사용된 표본이 적기에 과연 의미 있는 분류 기준인가라는 뜻이죠.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의 고생물학자인 스티브 브루사테 교수는 종을 나눌 수 있는 근거는 너무 적으며, 의미 있는 생물학적 종 분리를 보이지는 못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2020년에 티라노사우루스를 연구하였던 미국 카시지 대학의 토마스 카 박사도 이 연구에 회의적이었습니다. 그는 2020년에 티라노사우루스의 성장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당시 그는 티라노사우루스의 표본을 조사하면서 두개골이나 기타 신체 부위에서 종을 구분할만한 특징을 찾지는 못하였다고 하면서 폴 박사의 연구의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폴 박사가 지적한 차이점은 종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개체 간의 차이일 것이라고 지적도 존재하였습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티라노사우루스를 3종으로 나누는 연구 자체는 학계에선 그리 크게 인정받지는 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쥬라기공원에는 티라노사우루스 종 모름이 있다.

 안드레아 카우 박사는 이 연구 결과에 한가지 농담을 하나 하기도 하였습니다. 쥬라기공원 포스터의 티라노사우루스의 모델이 되었던 AMNH5027을 폴 박사와 연구진이 티라노사우루스'동정 불가'라고 동정하였던 것에 빗대어서 '쥬라기공원의 티렉스는 티렉스가 아니다.'라고 하였습니다. AMNH5027이 동정 불가로 판정된 이유는 위에서 이야기 하였던 대퇴골이 보존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어떤 네티즌은 '존 해먼드: 네 우리는 티라노사우루스 종 모름이 있어요.'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안드레아 카우 박사가 페이스북에서 한 농담. 출처- 페이스북 Theropod blog페이지

 티라노사우루스는 현재까지 수많은 연구가 진행된 공룡입니다. 그만큼 많은 개체가 발견되었고, 또 그만큼 인기가 많은 공룡이기 때문이지요. 이 멋진 공룡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은데, 앞으로 또 어떤 연구가 진행될지 궁금합니다.

(계속)

 

 

연구 및 참고 자료

 

https://www.nytimes.com/2022/02/28/science/tyrannosaurus-rex-species.html?smid=url-share

 

https://www.wowtv.co.kr/NewsCenter/News/Read?articleId=AKR20220302150800009

 

Paul, G. S., Persons, W. S., & Van Raalte, J. (2022). The Tyrant Lizard King, Queen and Emperor: Multiple Lines of Morphological and Stratigraphic Evidence Support Subtle Evolution and Probable Speciation Within the North American Genus Tyrannosaurus. Evolutionary Biology, 49(2), 156-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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