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에 쥬라기공원이 개봉하면서 한 가지 뜨거운 이슈가 되었던 것이 있습니다. 과연 호박 속에 들어있는 모기의 복부에서 공룡의 피를 뽑아서 공룡을 복원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것이죠. 쥬라기공원이 개봉하기 이전에도 공룡이 등장한 대중매체는 많았지만, 대부분 공룡이 현재까지 탐험이 이루어지지 않은 지역에서 현재까지 살아있다거나 혹은 아예 공룡이 살던 시대가 배경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쥬라기공원은 이와는 달리 공룡을 현대 시대로 '복제'한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과는 매우 달랐죠. 그런데, 이 설정은 과연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 것일까요?
1. 공룡시대에 살았던 모기의 화석
모기는 과연 언제부터 지구상에 나타났을까요? 화석기록을 보면 의외로 모기는 공룡시대 마지막 시대에 나타났습니다. 가장 오래된 화석기록은 미얀마의 호박에서 발견되었습니다. 9천 9백만 년 전 즈음에 살았던 모기 부르마쿨렉스 안티쿠스(Burmaculex antiquus)라는 모기와 프리스코쿨렉스 부르마니쿠스(Priscoculex burmanicus)라는 모기입니다.
9천 9백만 년 이후 공룡시대에 살았던 모기의 화석기록은 북미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대략 8천3백만 년 전 즈음에 살았던 모기가 호박 속에 갇힌 채로 발견된 사례가 2000년에 보고되었는데, 캐나다 앨버타주의 폴모스트층(foremost Formation)이라는 지층에서 팔레오쿨리키스 미누투스(Paleoculicis minutus)라는 모기가 보고되기도 하였습니다. 그 외에 미국 애리조나에서도 모깃과로 추정되는 곤충의화석이 보고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진주-사천시 등에 분포한 전기 백악기(1억 2천만 년~1억 년 사이) 시기의 지층인 진주층에서도 모기류의 화석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자 공룡시대에 살았던 모기에 대한 화석기록은 이 정도가 전부입니다. 이 외에도 모기의 화석기록은 여럿 있지만 공룡시대 이후에 살았던 모기의 화석기록이 전부입니다. 공룡시대에 살았던 모기의 화석기록은 공룡시대의 마지막 시기인 백악기 때 주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영화에서 나온 방식대로 하기에는 시대가 좀 많이 맞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영화에서는 백악기뿐 아니라 쥐라기에 살았던 공룡도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영화 초반부에서 나왔던 목 긴 공룡 브라키오사우루스만 해도 그렇지요. 이들의 시간적 차이는 대략 6천만 년이 넘습니다!
그러면 만약 더 오래된 지층에서 모기의 화석을 찾아내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모두가 간과하고 있는 점은, 모기의 화석은 찾을 수 있을지 몰라도 호박에 들어있는 모기를 찾아내지 않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호박은 1억 년 전에 만들어진 미얀마의 버마 호박 광산에서 산출되는 호박입니다. 즉, 더더욱 오래된 호박광산을 찾아내지 않는 이상 영화에서 나온 방식을 어떻게 어떻게 재현한다해도 그 시간은 1억년 전 까지 입니다. 따라서 브라키오사우루스, 딜로포사우루스, 알로사우루스(쥬라기월드 폴른 킹덤에서 아주 잠깐 등장한 육식공룡)등은 현재까지의 과학지식으로는 절대 볼 수 없습니다.
2. 모기의 기원
화석기록에서는 모기의 화석기록이 공룡시대의 마지막 시기에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모깃과의 기원은 그보다 좀 더 오래전으로 추정됩니다. 2020년에 발표된 모기의 기원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모기가 속한 모깃과(Culicidae)가 분화한 시기는 페름기 후기인 2억 7천 3백만 년 전으로 측정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모기의 조상의 분화시기인 것이고, 오늘날 모기가 속하는 모기아과(culicinae)와 학질모기아과(anophelinae)의 기원은 대략 쥐라기 중기인 1억 7천만 년 전 즈음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 연구는 모기의 미트코드리아에서 추출된 게놈 시퀸스를 분석한 결과였습니다.
뭐 이 연구대로라면 앞으로라도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모기의 화석보다 좀 더 오래된 모기의 화석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기의 화석에서 공룡의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느냐는...또 다른 문제입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호박의 연대 문제가 있기 때문이지요. 암석에 그대로 남아있는 모기의 화석에서 공룡의 피를 뽑아낼 수 없겠지요.
3. 유전자의 생존 불가능
좋아요. 그러면 타협을 좀 해서, 백악기 말기에 살았던 티라노사우루스나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공룡을 복제한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이건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까요? 사실 이것도 현실성은 여전히 없습니다. 우선 첫 번째 이유는 유전자가 살아갈 수 있는 시기는 고작해야 68만년입니다. 이것마저 진짜 아주 최소한의 DNA를 이루는 한 조각만 이야기 한 것이며, 1000년만 지나도 DNA에 들어있는 유전자 정보의 75퍼센트는 사라진다고 합니다. 그에 반해서 공룡이 살던 시대는....더 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유전자를 찾아낸다고 해도 문제는 남아있습니다. 우선 이 유전자는 모기가 여러 생물에서 흡혈한 피에 들어있는 유전자라는 것입니다. 이 피는 분명 따로따로 나누어지지 않고 섞였을 겁니다. 거기에 화석화작용까지 거쳤지요. 이는 유전자가 남아있다고 한들 오염 및 변형의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거기에다가 모기라고 무조건 피를 빠는 것이 아니라 임신한 암컷 모기만 피를 빨기에 임신한 암컷 모기가 아니면 또 공룡의 유전자를 얻을 수 없겠지요. 참고로 모기의 주식은 나무나 과일의 즙입니다. 따라서 모기에서 어떻게 어떻게 유전자를 찾아낸다 한들 그것은 공룡의 유전자보다 식물의 유전자일 확률이 매우 높겠지요. 임신한 암컷모기의 숫자가 아무리 많다한들 임신하지 않은 암컷과 수컷모기의 숫자보다 많지는 않을테니 말입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호박 속에 들어있는 모기의 화석으로 공룡을 복제한다는 설정은 사실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비현실적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러면 공룡을 복제하는 것은 과연 불가능한 일일까요? 그런데 진화생물학을 이용하여서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공룡을 복원하는 방법이 제안된 연구가 있습니다. 과연 어떤 식으로 공룡을 복원하는 것일까요? 다음 편에선 쥬라기공원 특집 시리즈 마지막편으로 공룡을 새로운 방식으로 복원하려는 시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계속)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eartharchives.org/articles/trapped-in-time-the-top-10-amber-fossils/index.html
https://www.sciencefocus.com/the-human-body/how-long-does-dna-last/
Borkent, A., & Grimaldi, D. A. (2004). The earliest fossil mosquito (Diptera: Culicidae), in mid-Cretaceous Burmese amber. Annals of the Entomological Society of America, 97(5), 882-888.
Borkent, A., & Grimaldi, D. A. (2016). The Cretaceous fossil Burmaculex antiquus confirmed as the earliest known lineage of mosquitoes (Diptera: Culicidae). Zootaxa, 4079(4), 457-466.
da Silva, A. F., Machado, L. C., de Paula, M. B., da Silva Pessoa Vieira, C. J., de Morais Bronzoni, R. V., de Melo Santos, M. A. V., & Wallau, G. L. (2020). Culicidae evolutionary history focusing on the Culicinae subfamily based on mitochondrial phylogenomics. Scientific reports, 10(1), 1-14.
Poinar, G. O., Zavortinik, T. J., Pike, T., & Johnston, P. A. (2000). Paleoculicis minututs (Diptera: Culicidae) n. Gen., n. Sp., from Cretaceous Canadian amber, with a summary of described fossil mosquitoes. Acta Geologica Hispanica, 119-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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