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물학 이야기

지배파충류-공룡과 익룡, 악어를 포함하는 분류군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0. 9. 3. 21:14

1. 파충류란...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등장하는 신화 속 동물중  하나는 용이다. 용은 동양에서는 매우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져 왔는데, 이 동물은 현재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뱀이나 도마뱀과 비슷하게 생겼다.

동양의 용. 출처-https://graphicriver.net/item/colorful-traditional-chinese-dragon/22807111

 물론 용은 실존하는 생물은 아니지만, 그 모습은 매우 익숙하다. 왜냐하면 실제로 존재하는 생물의 모습을 매우 많이 본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긴 체형과 다리는 뱀이나 도마뱀을 닮았고 얼굴은 악어와도 비슷하다. 뱀, 도마뱀, 악어. 모두 파충류이다. 파충류는 모두 비늘을 가졌으며(도마뱀, 뱀, 수생 거북의 경우에는 매우 미끈하고 땅거북, 악어의 경우에는 매우 거칠다.), 체온이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변온 동물(과거에는 냉혈동물이라고도 불렸다.)이다. 지금은 거북, 도마뱀, 뱀, 악어만 살고 있으나, 과거에는 공룡이나 익룡 해양파충류 등 더 많은 파충류가 분포하였다. 이들은 한때 지구를 지배하기도 하였고, 지금도 세계 여러 지역에 분포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고 있다.

 

2. 파충류의 분류군

 공룡은 파충류이다. 악어, 거북, 도마뱀, 뱀도 모두 파충류이다. 그러면 공룡과 이들은 어떤 관계일까? 어떤 종류의 파충류가 공룡과 가깝고 어떤 종류가 공룡과 멀까? 이를 알기 위해서 우선 파충류의 분류군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파충류는 눈 뼈 뒤쪽에 존재하는 구멍의 개수에 따라 4개의 분류군으로 나누어졌다.

 

무궁류(anapsid)-구멍0개.거북이가 과거에 여기에 속했었다(지금은 이궁류에 속한다.).

이궁류(Diapsid)-구멍이 2쌍 존재한다. 도마뱀, 뱀, 악어, 공룡이 여기에 속한다.

단궁류(ynapsid)-구멍이 1쌍 존재하며 이빨이 여러 종류로 나누어진다. 포유류가 여기에 속한다.

측궁류(Eurapsid)-구멍이 1쌍 존재한다. 흔히 어룡, 수장룡이라 불리는 해양 파충류가 여기에 속한다.

파충류의 전통적인 분류군. 왼쪽 위에서부터 무궁류(anapsid),이궁류(Diapsid),측궁류(Eurapsid),오른쪽에 단궁류(Synapsid). 출처-http://www.athenapub.com/aria1/PAL/17Records-13.html

 다만 이 분류법은 현재는 유효하지 않다. 단궁류는 더 이상 파충류 분류군에 속하지 않고(이제는 파충류와 함께 더 큰 분류군인 양막류에 속한다.)무궁류와 측궁류는 이궁류에서 진화하였다는 것이 밝혀져서 무궁류, 측궁류는 더 이상 유효한 분류군이 아니다. 따라서 현재 파충류는 이궁류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3. 이궁류

 이궁류는 1903년 척추 고생물학자 헨리 오스본에 의해서 처음 제안된 분류군이다(참고로 그 유명한 티라노사우루스라는 학명을 그 학자가 명명하였다.). 이궁류는 현재 대부분의 파충류가 속한 분류군이다. 이궁류의 머리뼈 뒷부분에는 위에서 언급한 구멍이 2쌍으로 존재한다. 이 구멍을 후측두창(post-orbital fenestra)라고 한다. 한 쌍은 머리 윗부분에 존재하며, 다른 한 쌍은 머리의 양 측면에 존재한다. 머리 위에 존재하는 후측두창은 상측두창(upper post orbital fenestra)라고 한다.

신생대 마이오세에 살았던 악어류 푸루사우루스(Purusaurus)의 두개골에 위치한 상측두창. 레이먼드 알프레드 박물관에서 촬영.

지배파충류, 인룡류로 나누어진다. 눈과 코 사이의 구멍(전안와창-antorbital fenestra- 이라고 한다)의 유무에 따라 나누어진다. 구멍이 있으면 지배파충류(악어처럼 구멍이 퇴화한 경우도 있다), 없으면 인룡류이다. 

인룡류 투아타라(옛도마뱀이라고도 불린다.)의 머리뼈. 전안와창이 없다. 출처-https://www.geol.umd.edu/~jmerck/geol431/lectures/17blepidosauria.html
지배파충류 티라노사우루스의 머리뼈. 눈과 코 사이에 전안와창이 존재한다. 출처-직접 촬영

4. 두 분류로 나누어지는 지배파충류-크루로타르시와 조중족류

  지배파충류는 1869년 미국의 고생물학자 에드워드 코프가 제안한 분류군이다. 화석기록을 보면 이들은 2억 4천7백만 년~2억 5천만 년 전에 처음 출현한 것으로 보인다. 초기 지배파충류는 작은 도마뱀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지배파충류는 발목의 구조에 따라 크루로타르시(Crurotarsi)와 조중족류(avemetatarsalia)로 나누어진다.

 

(1). 크루로타르시

 크루로타르시는 1990년 하버드 대학의 교수 폴 세레뇨와 아르헨티나의 산 루인스 대학교의 안드레아 아우쿠치가 이들의 발목구조의 유사성을 근거로 제안한 분류군이다. 지배파충류의 발목은 거골(astragalus)과 근골(calcaneum)으로 나누어져 있다. 크루로타르시는 거골과 근골이 ㄴ,ㄱ 자 형태로 융합되어 있다. 

 

크루로타르시에 속하는 파충류들의 발목 구조. 적색이 거골, 파란색이 근골이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Archosaur

 크루로타르시에 속하는 지배파충류는 현재 살아있는 파충류 중에선 악어가 있다. 그리고 악어의 분기군에 속하는 파충류들은 위악류(pseudosuchia)라고 한다. 공룡보다 악어에 더 가까운 분류군인 것이다. 이들은 보통 주둥이가 길고 좁으며, 목이 짧다. 위악류에 속하는 파충류들은 악어처럼 구부정한 다리를 하는 종도 있고,  공룡이나 포유류처럼 쭉 뻗은 다리를 하고 있는 종도 있다.

남아프리카의 레 본헤우르 악어 농장(Le Bonheur Crocodile Farm)에서 사육중인 나일강 악어. 다리 형태가 구부정 하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Nile_crocodile#/media/File:NileCrocodile.jpg  

 

위악류의 한 종류인 포포사우루스 그라킬리스(Popoaurus gracillis). 공룡이 아닌 악어에 가까운 종류이지만 공룡처럼 쭉 뻗은 다리를 가지고 있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Poposauroidea#/media/File:Poposaurus_gracilis_(1).jpg

 (2). 조중족류

 조중족류는 1999년 영국의 브리스톨 대학교의 마이클 벤톤 교수에 의해서 명명된 분류군이다. 조(ave)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처럼, 조중족류는 새와 연관이 깊은 분류군이다. 이들은 발목구조에서 크루르타르시와 차이가 난다. 크루로타르시가 ㄴ,ㄱ자 형태의 발목을 가지고 있다면, 조중족류는 거골이 삼각형에 가까운 형태로 변화한  것이 차이점이다. 이들의 발목구조 덕분에 이들은 직립을 하기 더 적합한 발목을 가지게 되었다. 

조종족류의 발목구조. 거골이 삼각형 형태를 하고 있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Archosaur

 

조중족류에 속하는 분류군들, 익룡, 공룡과 조류가 속한다. 출처-https://allbirdsoftheworld.fandom.com/wiki/Avemetatarsalia

 크루로타르시에 위악류가 있다면 조중족류에는 ornithodira가 있다. 이 분류군은 조류로 진화하는 과정에 속하는 생물들의 crown group에 속하는 분류군이다. crown group이란 어느 생물로 진화해가는 분기에 속하는 분류군에 속하는 생물들을 통칭하는 분류군이다. 즉, ornithodira에 속하는 생물들은 조류로 진화해가는 과정에서 갈라져 나온 생물들인 것이다.  ornithodira에는 공룡과 익룡, 그리고 조류가 있다(공룡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즉, 현대 분류학적 기준으로 보면 조류 역시 파충류에 속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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